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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생겨 보험금 달랬더니 보험사가 미행·도촬

도촬 못하게 하자, 보험사가 폭행 혐의로 가입자 고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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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3호 김진성⁄ 2010.01.18 11:06:33

33세 여성 이모 씨는 2006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진단 결과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은 없지만 왼쪽 골반에 고통을 느끼는 증세로, 평생 마약류가 포함된 강력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척추전기 자극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나왔다. 자동차보험 회사에 보험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그건 주관적인 고통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못 준다”고 나왔다. 그래서 이 씨와 H손해보험은 보험료 지급에 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이한 증세이므로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보험회사가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시켜 이 씨를 미행하며 도촬(도둑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촬영 방법도 교묘해 마치 스파이가 하듯 볼펜형·손목시계형 카메라까지 동원됐다.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며 도촬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여러 번 받은 이 씨는 작년 10월 14일 병원 진료를 받고 남편과 함께 나오는데 웬 남자가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을 촬영하는 현장을 붙잡았다. “왜 촬영을 하느냐”고 그 남자의 손목을 잡았더니, 이 남자는 폭행 혐의로 이 씨 부부를 고소했다. 재판 중에 보니, 그 남자는 H손해보험의 직원이었다. 대구지법은 이 소송에 대해 “이 씨 부부에게는 혐의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병원 폐쇄회로 TV 화면 등을 확인한 결과 보험회사 직원이 몰래 촬영을 한 혐의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 씨 부부가 정당방위를 한 것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한국에서 폭행을 가한 사람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을 때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는 비율이 3%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이 씨는 현재 치료비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H손해보험과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이 재판정에서도 몰카 촬영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는 “초상권 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보험사를 고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옷 갈아입는 보험 가입자를 몰래 촬영하기도 이 씨 부부의 경우처럼 보험 가입자의 손해보상 요구에 대해 보험사가 몰카 촬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여자 가입자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촬영한 사례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보험회사가 가입자의 인권을 무시하며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나이롱 환자를 가려내겠다’는 것. 문제가 없는데도 가짜 통증을 호소하며 보험금을 타내려는 거짓말을 잡기 위해 이렇게 몰래 촬영을 한다는 것이 보험사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씨의 경우는 억울하다. 자신은 통증을 느끼기에 아프다고 하는 것이며, 친척이 운영하는 병원도 아니고 대학병원에서 분명한 병명(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약자 CRPS)과 함께 진단을 받았는데도 H손해보험은 의심을 지나 범죄인 취급하듯 미행과 몰카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보험사 “나이롱 환자 많은데 우리가 뭘 잘못했나” 큰소리 이 씨는 평생 들어가야 할 수억 원대의 치료비 걱정에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는 게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지만, 보험회사 측은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H손해보험 관계자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에 관련된 심사가 서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손해사정단은 법정에서의 증거 인정 여부는 둘째로 하더라도 우선 보험금 보상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정말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지 미행을 하면서 촬영해 ‘나이롱 환자’를 구별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손해보험 회사들의 연합체인 손해보험협회 측에 이 사건에 대해 문의하니, “보험업체가 법적인 위험까지 무릅쓰며 설마 몰카 촬영까지 하겠느냐”며 되물었다. “처음 듣는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이를 심사한 뒤 사안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며 “일부에서 벌어지는 보험 사기 때문에 가입자에 대한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지만 대부분 서면 조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초상권 같은 민감한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가입자의 사생활을 캐내고 다닐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협회가 ‘상식을 벗어난다’고 밝힌 일을 이 씨는 당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부도 ‘보험회사의 도촬은 부적절’ 인정 다음은 보험 가입자 이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언제부터 미행이 있었고, 미행 사실을 발견한 것은 몇 번 정도인가? “CRPS 치료를 위해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다니는 동안 몇 번 누가 쫓아오거나 촬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횟수로 열 번이 넘는다. 그때마다 직접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미행·촬영을 내가 눈치 채고 있다’는 행동으로 의사 표시를 했다. 하지만 촬영과 미행은 계속됐고, 심지어 소송이 진행 중이던 최근에도 손목시계형 카메라로 도촬하는 장면을 봤다.” 작년 10월 14일 도촬을 하던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 당시 몸싸움이 심했나? “그렇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오는데 남편과 나를 나중에 보험회사 직원으로 확인된 우모 씨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어 ‘왜 촬영하느냐? 휴대폰을 좀 보자’고 하자 우 씨가 도망치려 해 옷깃과 팔을 잡았을 뿐이다.” 보험사가 당신에게 지급할 보험금은 어느 정도인가? “잘 모른다. 의사·변호사 등에게 물어 보니,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지급할 병원비만 억대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처음 사고가 났을 때부터 보험회사는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다며 치료비를 낼 수 없다고 해 보험금 지급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도촬한 보험사를 초상권 침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할 생각인가? “고소할 의향이 있다.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이런 도촬이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속옷만 입은 사람을 촬영한 경우도 있더라. 나도 언제 어떻게 동영상이 찍혔을지 모르고, 무엇보다 내가 죄인처럼 감시당하는 느낌이 너무 싫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이란…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매우 드물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신경병성 통증. 손상 정도와는 상관없이 통증이 통상 기대되는 것보다 훨씬 강하며, 외상이 없어진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주로 팔과 다리에 발생하지만, 드물게 다른 신체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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