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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을 만큼 먹은 뒤 미디어법 시행과정 막겠다”

다시 돌아온 ‘사퇴선언 3인방’ 최문순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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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3호 조신영⁄ 2010.01.18 11:53:38

“죄송하고 사과하고 반성합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가 6개월 만에 국회로 돌아온 민주당 최문순 의원. 최 의원의 원내 복귀 3일 후인 1월 14일, 이삿짐이 어느 정도 정리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온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언론계에 죄송하고, 같은 당 동료의원에게도 송구스럽다”면서 원내에 복귀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사퇴서를 제출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미디어법을 시행하는 절차와 내용에 대단한 문제가 있었고 그 과정이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를 파괴한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 저항 의지를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같은 당 천정배 의원과 지난해 7월 홀연히 국회를 떠났고, 그의 모습은 명동성당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여름 내내 명동성당 앞에서 ‘언론악법 무효’ 서명을 200만 명에게 받은 그는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판결에 항의하기 위해 헌재 앞에서 농성을 했고, 화계사에선 2만 배를 올렸으며, 국회 로텐더 홀에서 한 달 동안 한뎃잠을 자며 농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던 그의 투쟁은 성과가 없었다. 최 의원은 “헌재가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자율 시정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한나라당은 그런 의지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가 농성한 것이 무위(無爲)로 돌아갔고,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에 복귀할 것인가, 끝까지 ‘언론악법 원천무효’를 외치며 밖에 있을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서 논쟁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고, 토론도 많이 했다”며 “미디어법이 시행에 들어가는데 저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원내 복귀로 미디어법을 인정하는 꼴이 되면서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내 비판의 목소리도 당연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명분을 크게 잃더라도 상황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원내 복귀를 선언했다”면서 “같은 당 의원들이 하는 비판이나 욕은 당연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최 의원은 원외 활동으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개혁과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미디어법 시행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특혜와 혼선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그는 ‘무기력증’에 빠진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여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어떤 계기로 당 복귀를 결심하게 되었나? “우리가 미디어법의 원천무효와 재논의를 주장했으나 실패로 끝났고, 결국 한나라당의 의지대로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법 통과에 따라 시행령이 만들어지는데, 국무회의를 통해서 의결이 곧 이뤄진다. 그렇게 되면 미디어법이 시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특정 세력에 특혜가 돌아갈 수 있다. 그것을 밖에서는 막을 수 없고, 국회에 들어와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투쟁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온 것이다. 미디어법 시행 과정에서 KBS 수신료 인상, 채널 재배치 같은 특혜 문제가 너무 중요하다. 그동안 민주당의 최첨병으로 모든 싸움을 주도해왔는데, 우리가 빠지고 나니 문방위가 붕괴되다시피 했다. 다음 싸움의 전선을 잃어버리고 한나라당과 마주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에 잃어버린 주도권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원직 사퇴를 한 행위 자체의 성과가 있었는가? “일단 국민을 직접 만나서 미디어법의 문제를 알렸다. 국민들은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미디어법이 이대로 시행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명동성당 앞에서 ‘언론악법 무효’ 서명을 200만 명에게 받았는데, 서명해준 분들이 대부분 20대 젊은 세대였다. 그동안 20대들이 보수화돼서 민주진보 세력이 끝난 것 아니냐는 열패감 같은 게 있었는데, 자신감을 갖게 됐고 희망을 느꼈다. 결국 ‘우리가 잘못한 것이지 국민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하고 왔다.” 사퇴할 당시에는 절대 복귀하지 않겠다고 얘기해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이 “생쑈” 라고 비판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이 그분들보다 컸다. 천정배 의원이나 저나 장세환 의원이나 가장 큰 고민은 우리가 들어가지 않고 계속 밖에 있으면 미디어법 허가 절차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8명 중 3명이 빠지다 보니 실질적으로 이를 막아낼 힘이 현저히 빠졌기 때문이다. 명분을 크게 잃더라도 상황 자체가 중요하다. 누구에게는 ‘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욕은 당연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고 사과하고 반성한다.” 의원직을 던질 만큼 미디어법이 중요한 사안이었나? “그동안 신문과 방송은 분할이 돼서 서로 넘나들지 못했다. 이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은 공기나 물처럼 공공의 소유이고, 신문은 개인 소유다. 방송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정치적, 종교적, 서울·지역 간 균형을 맞추게 돼 있어 공적인 규제가 있다. 하지만 신문은 개인 소유로 되어 있어 보수나 진보 등 정치적인 편향이 있을 수 있다. 기독교 계열 신문은 있지만 불교 신문은 없는 것처럼,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규제가 없고 광고도 능력껏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신문이 방송으로 넘어오면 이런 균형이 깨져버린다. 신문이 가졌던 정치적 편향성을 그대로 방송으로 가져와도 뭐라 할 수 없고, 가져온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종교나 서울·지방 간의 균형도 깨지게 된다. 그래서 겸영을 허용하려면 균형을 잡으며 해야 하는데,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법은 이른바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같은 보수 신문에게만 유리하게 돼 있다.” 민주당이 집권 정당이 됐을 때 ‘미디어법’을 다시 손대면 되지 않나? “현 정권의 집시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처럼 반민주적인 법안 내용은 집권하면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신문·방송이 겸영되면 회사가 융합이 돼 돌이킬 수 없다. 이 때문에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원내 복귀는 또다시 투쟁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법안이 통과되고 시행하려면 시행령이 뒤따라야 한다. 법제처 이석연 장관이 당분간 국회 진행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해서 시행령이 국무회의에 넘어가지 않았는데, 이제 곧 국무회의가 열린다. 즉, 허가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허가는 정치적인 이유로 6월 2일 열리는 지자체 선거 전에는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전에 허가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새로운 방송사 허가와 KBS 수신료 인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MBC·KBS·SBS가 다 적자이듯이 시장이 굉장히 열악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새로 진입할 방송사의 재원을 마련해주기 위해 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올리려고 한다. KBS는 광고를 중단하고 그 광고를 새로운 방송사에 주려고 하는 것인데, 말하자면 허가는 자기들이 내고 돈은 국민들이 내라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에게 돈을 거둬 새롭게 허가된 방송사를 먹여 살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막으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도 제대로 내용 모르는 법 통과시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느낀 현 정부·여당의 문제점은? “미디어법·세종시·4대강 모두 다 마찬가지로 완전히 ‘이명박 1인 헤게모니’로 움직이고 있다. 이 헤게모니 속에서 의회도 동원되고 언론도 동원되고, 사법기관·행정기관 모두가 다 동원됐다. 옳고 그름이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모든 것이 속도전이다. 어떤 사안이든 사회적 논의를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타협도 하고 내용 파악도 한다. 그런데 모든 게 1인 독주 체제이다 보니 내용도 모른 채 대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법의 경과를 되짚어보자면, 법안 제출이 2007년 12월 24일이었고, 한나라당은 그해에 법을 통과시키려고 했다. 법안도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날치기를 하려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그 법안을 몰랐고, 그것을 막는 우리도 몰랐다. 2008년 7월 22일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친박연대와 전날 모여 조율하면서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 그런데 자기 당 의원들에게 바뀐 내용을 전파 못해서, 강행통과 할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또 법안이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 그리고 막는 우리도 몰랐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 종합편성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 PP)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4대강·세종시 문제 등에서 모두 주도권을 빼앗겼다. “2년 동안의 민주당 승률을 보면 1승 2무 40패 40KO패 쯤 되는 것 같다. 1승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아웃시킨 것이고, 2무는 교과위 이종걸 위원장이 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를 함께 처리한 것, 그리고 환노위 추미애 위원장이 100만 실업대란을 버텨낸 것이다. 그리고 40패 40KO패는 너무 많아 얘기를 못하겠다. 조금 전에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국민모임)에서 토론을 하고 왔는데, 민주당이 이명박 1인 독주 체제를 만들어가는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이 모임에서 발제한 분은 민주당이 전두환 정권 시절 1인 독주 체제에 들러리로 전락한 민주한국당처럼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하였는데, 너무 창피했다. 시간별로 놓고 보면 미디어법이 그 시발점이었다. 거기서 죽기 살기로 했으면 그 다음에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민주당에 책임이 있는 이유는 미디어법에서 흐지부지 저항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열 대 때리면 우리는 한 대라도 때려 이빨이 서너 개 부러졌어야 다음에 안 그러는데, 타격이 없지 않았나. 미디어법 강행 처리 때 죽기 살기로 끝까지 투쟁하고 그때 전원 사퇴를 해서 기를 꺾었어야 했다. 결국 기 싸움에서 졌다.” 민주당이 야당 구실을 제대로 못 한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원외에서 그런 소리 많이 들었다. 지금은 야당 구실을 잘 못 한다는 소리도 안 하는 단계다. 예전에는 민주당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당사를 점거하고 성토하면서 ‘맞장’을 뜨라고 주문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결국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그들을 포기 상태에 이르게 한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비교해서 말해보자. 박 전 대표는 말을 짤막하게 하더라도 어떻게든 끝까지 간다. 그런데 우리는 말은 엄청나게 많이 하는데 만날 피신한다. 박 전 대표 지지 세력은 60석이라고 보는데, 우리는 87석이나 된다. 즉, 박 전 대표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의석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민주당이 의석이 적어서 한나라당에 깨진 게 아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민주당은 변해야 한다.” 어떤 변화를 말하는 것인가? “우선 사람들을 많이 끌어 모아 대동단결해야 한다. 그 힘으로 결연한 자세로 싸워야 한다. 지난 17대 때 잘못해서 정권을 잃었지만, 이제는 정동영·손학규·김근태·친노·반노 할 것 없이 다 모이고 촛불시민까지 다 모여 비대위를 구성해 이명박 정부와 싸움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창조한국당·진보신당·민주노동당·시민사회단체까지 다 연대한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던지고 비우고 버려야 한다. 정세균 대표부터 하길 바란다. 물론 정 대표는 구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쳐지는 시점에서 콩가루 집안 같았던 당을 안정시킨 공로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안정시킨 것이 문제다.” 당내에서 정세균 대표 퇴진 요구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퇴진 요구라기보단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 대표도 포함돼 있다. 현 지도부는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 지도력 부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기대를 받을 수 있는 인물들을 전면 포진시키는 집단지도체제 형태의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기회를 상실하거나 한 건 아니다.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민주당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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