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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값 산정 잘못하면 회계법인 책임져야”

푸르덴셜증권 8년 만의 패소에 증권가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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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6-157호 김진성⁄ 2010.02.08 17:06:49

푸르덴셜증권에 8년 만에 백기가 쥐어졌다. 대법원 3부는 강모 씨 등 1483명이 ‘푸르덴셜증권에 인수된 현대투자신탁증권(이하 현대투신)이 실시한 유상증자 실권주를 취득했다가 무상소각돼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건에 대해 “푸르덴셜증권과 평가 업무를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이 손해액의 40%를 연대해서 제공하라”는 판결을 지난 1월28일 내렸다. 이로써 지난 2002년 소액주주들이 주축이 돼 ‘현대투신 공모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현대투신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낸 지 8년 만에 증권사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투자자들이 승리하는 결과로 일단락이 났다. 대법원 “주식가치 부풀린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 푸르덴셜증권이 처음부터 투자자들과 악연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2004년에 미국 푸르덴셜이 현대투신을 인수하면서 대립 구도는 자연스레 기존의 ‘투자자-현대투신’에서 ‘투자자-푸르덴셜증권’으로 전환됐다. 현대투신은 2000년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과대평가된 주식가치를 기반으로 실권주 공모를 시행했으며, 2만3200여 명의 소액주주가 2682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대책위의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실권주 공모를 시행할 때 현대투신의 가격은 주당 ‘마이너스 5만 원’ 정도로 공모 증자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주식가치를 평가한 삼일회계법인이 6000원으로 수익가치를 부풀려 산정했다”며 “마이너스 4594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에다 4년 간 이어진 적자, 거기에 당시 대우사태로 인해 손실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 확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액면가보다 높은 공모가를 정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 공모”라고 주장했었다. 이후 8년이 지난 2010년 1월 대법원은 푸르덴셜증권을 상대로 끝까지 소송을 진행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증권사 임직원이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할 때는 고객이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가증권과 발행회사의 중요 정보를 올바르게 제공해야 한다”며 “푸르덴셜증권이 코스닥 등록 시의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제시하고 계획 단계인 외자 유치를 완료된 것처럼 기재해 주식의 환급성을 근거 없이 주장한 것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한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대법원은 “주식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했다면 원고들이 실권주 공모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손해액의 10%를 배상하도록 명했다. 이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판결금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약 200억 원 상당의 배상을 받게 되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푸르덴셜증권 측 관계자는 “현대투신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넘어온 소송이기 때문에 푸르덴셜증권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며 “합병 과정에서 현대투신이 재판과 관련한 충당금을 다 마련해 놨기 때문에 푸르덴셜증권은 현대투신을 대신하여 소송을 진행한 데 지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과거 현대투신의 수익가치를 부풀려 산정했던 삼일회계법인 측의 고위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외부에 드러내 언급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제2, 제3의 푸르덴셜증권 나오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증권가가 쏟는 관심은 비상하다. 2005년부터 발효된 증권 관련집단소송법이 이번 푸르덴셜증권의 배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데다, 지난달 25일 수원지검이 국내 최초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소송 건수는 2009년 9월 말 현재 331건이고, 소송가액은 1조1325억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76.44%에 달하는 253건에서 증권사가 피고이다. 이를 미루어볼 때 제2, 제3의 푸르덴셜증권이 나올 가능성은 증권시장에 팽배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송 건수가 많거나 소송가액이 많을수록 문제 있는 회사’라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항변한다. 현재 39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어 소송 건수가 가장 많은 동양종금 측 관계자는 “과거 오리온투자신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해당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이던 소송이 포함된 수치라 건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전체 소송 39건 중 동양종금이 피소된 소송은 23건에 불과하며, 소송 금액도 다른 업체보다 적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4279억 원의 소송가액을 기록해 소송액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한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그룹 사태로 인한 채권 처리 과정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환매·홀딩을 하는 과정에서 소송이 진행됐다”며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배상 책임이 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에 더 엄격한 잣대 적용하는 계기 돼야”

이번 푸르덴셜증권 관련 소송을 진행했던 법무법인 한누리의 전영준 변호사는 “증권 관련 소송에서 회계법인의 책임이 처음 인정된 사례”라는 데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찾았다. 다음은 전영준 변호사와의 1문 1답이다. -이번 재판에서 승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과거와 달리 비상장주식의 가치 평가와 관련해 회계법인의 책임이 법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회계법인들이 기업의 요구에 맞춰 비상장주식을 과대 평가할 경우의 처벌 기준이 마련됐다고 본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회계법인의 책임이 10%에 그쳤지만, 앞으로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면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과거 현대투신이 자사 고객에게 비상장주식을 직접 공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공모서류 부실기재 등에 대해 회사의 책임까지 묻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 이토록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투자자에게는 회사가 가진 정보들이 100% 제공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소송 과정에서 업체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가지고 소송이 진행되는데,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자료 제출이 의무가 아니어서 소송의 진행이 늦어졌다. 특히 두 회사 모두 내부적 사정의 공개를 상당히 꺼려했고 자료 제출도 굉장히 방어적으로 했다.” -금감원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증권 관련 소송액수가 1조 원을 넘는다.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증권 관련 소송은 많지만, 동일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영향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회계법인의 책임을 물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회계법인들의 주식가치 산정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본다.” -2007년부터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되고 올해 초에 첫 접수가 이뤄졌다.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나? “우리 회사가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2호로 제기했다. 앞으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과 자본시장법 등이 시행되면 기존에 증권사 위주로 운영됐던 시장의 잘못된 부분들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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