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와이파이 공개 놓고 KT·SKT 정면충돌

무선랜 시장에서 앞선 KT 느긋…SKT는 총력 공략

  •  

cnbnews 제159호 천태운⁄ 2010.03.02 15:28:45

이동통신 사업자 KT와 SK텔레콤이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대 사업자 간 경쟁으로 무선 인터넷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음성통화가 포화상태에 놓여 있어 무선 데이터 통화를 늘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은 그동안 무선 데이터통화 수익 저하를 이유로 사용자에게 무선랜(와이파이) 개방을 꺼렸다. 하지만 KT가 먼저 빗장을 풀었다. KT는 미국 애플이 만든 아이폰이 2007년 6월 첫 모델이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3400만여 대가 팔려나가며 히트 상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아이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사용자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아이폰 또는 PC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고, 프로그램 판매로 번 돈은 애플과 개발자가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갖는다. 하지만 그간 국내 모바일 소프트웨어는 통신사별로 구분된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었다. 이 경우 꼭 이동통신사의 무선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요금이 발생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이동통신사별로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했다. 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다른 이동통신사에 공급하지 않는 것은 IT 업계의 불문율로 알려졌다. KT는 애플과 마라톤 협상을 벌여 마침내 지난해 11월 말 국내에 처음으로 아이폰을 상륙시키며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했다. KT가 출시한 애플 아이폰은 두 달 만에 30만 대가 팔려 나가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시장의 위력을 절감하며 국내 1인자에서 쫓기는 신세가 됐다. SKT, 무선 인터넷 개방 활성화 계획 발표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지난 1월 14일 무선 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특히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무선 랜(와이파이)을 통한 무선 인터넷 개방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은 기존의 스마트폰을 통합 웹 및 모바일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장터인 T스토어 접속뿐만 아니라 무선 네이트(Nate) 접속도 개방함으로써 이용자 환경을 구조적으로 혁신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무선 인터넷 활성화 전략 실현을 위해 2010년부터 독자적인 와이파이망 구축에도 나선다. T멤버십 제휴사 매장과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고, 이용자들이 별도의 요금 부담 없이 다양한 장소에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편의성이 대폭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SK텔레콤은 T스토어에 있는 콘텐츠를 휴대폰으로 자유롭게 전송할 수 있도록 사이드 로딩(Side Loading)을 확대해 무선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모바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이 외에도, 올해 3월부터 음원 저작권 제한을 해제하는 Non DRM(디지털 콘텐츠 보호장치) 단말을 점진적으로 늘려, 연내에 일반 폰을 포함한 25종의 휴대폰에서 고객이 보유한 음원(MP3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KT, 무선 데이터 매출 성장률 1위 목표 이에 비해 표현명 KT 사장은 쿡앤쇼존(옛 네스팟존)을 당분간 타사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이미 상당한 와이브로 인프라를 갖춘 KT가 굳이 후발주자인 SK텔레콤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SK텔레콤은 타사에 무선 인터넷을 개방하더라도 당장은 그 범위가 작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무선 인터넷망에 투자한 KT는 지난해까지 1조1000억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했다. KT는 무선 데이터 매출 성장률 1위를 목표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KT는 기존 3W인 3세대 이동전화(WCDMA)+와이브로(Wibro)+와이파이(WiFi) 기반을 확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올해 파격적인 망 개방을 통해 무선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자사의 첫 작품을 내놓았다. 공유기 하나만 구입하면 수도권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무선 와이파이 공유기 ‘브릿지’를 지난 2월 22일 선보인 것이다. 브릿지는 SK텔레콤이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하는 와이브로(무선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해주는 기기다. 그동안 와이브로에 연결하려면 별도의 접속기를 구입하고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해야 했지만, 이제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하고 브릿지만 있으면 개인적인 와이파이 망을 만들어 여러 인터넷 기기를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와이브로를 통한 무선 인터넷 연결 공유기는 지난해 4월 KT가 내놓은 ‘에그’가 있다. 10개월 늦게 나온 브릿지는 에그보다 여러 면에서 진일보한 면모를 갖췄다. 에그는 배터리 내장형이고 최대 3대까지 와이파이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반면, 브릿지는 최장 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갈아 끼우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연결 가능한 인터넷 기기도 7대로 늘렸다고 SK텔레콤 측은 밝혔다.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 접속 수요는 최근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 MP3 플레이어, 게임기, 프린터, 카메라, 가전제품 등도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여 책노래 등을 내려받고, 온라인 게임을 하며, 사진을 전송하고, 원격조정을 하는 등 와이파이의 중요성은 산업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말까지 ‘와이브로 프리 50’(부가가치세 포함 월 2만9700원, 50GB 사용) 또는 ‘와이브로 무제한’(월 4만4000원, 무제한 사용) 요금제에 1년 약정으로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22만 원 상당의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와이브로 프리30’(월 1만7600원, 30GB 사용) 가입자는 단말기 가격 10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SK텔레콤 와이브로 고객은 22만 원에 브릿지를 구입하여 기존 와이브로 단말에서 유심을 빼서 브릿지에 꽂으면 와이파이 공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브릿지를 구입하면 수도권과 전국의 핫스팟(특정 지역에 무선 랜 인프라를 구축하여 해당 지역에서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SK텔레콤은 T멤버십 제휴사 매장과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와이파이 망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소비자들이 무선 인터넷 망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브릿지 신제품을 선보이며 전력 소모 부분을 개선해 발열을 최소화하는 등 기존에 무선 인터넷 모뎀(T 로그인)을 장착해 사용했던 분리형태 모델보다 디자인 및 사용자 환경(UI) 등 사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KT는 무선 공유기 ‘에그(egg)’를 작년 4월에 출시해 판매 개시 20여 일 만에 1000대가 판매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에그는 와이파이 기기를 와이브로 망에 접속시킨다. 즉, 특정 지역에만 설치된 와아파이 존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아이팟 터치, 닌텐도 DS, PMP, 노트북 등 와이파이 기기 사용자들은 와이브로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브릿지 출시에 대해 KT 관계자는 “우리는 작년에 출시한 에그를 이미 1만3000대 판매했고 곧 기능이 개선된 ‘에그2’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SK텔레콤의 브릿지는 우리를 쫓아오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사용자가 KT의 에그와 SK텔레콤의 브릿지 등 무선공유기를 이용하면 와이브로 망이 구축된 서울 전역과 기타 대도시 권역에서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와이브로 등 인프라 구축에 상당 수준 진척된 KT가 후발주자 SK텔레콤에게 무선인터넷 시장을 개방하는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고, 아이폰으로 기선을 제압당한 SK텔레콤도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음성통화 포화의 답보상태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양대 통신사 간의 무선 인터넷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