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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인 건강·다이어트법 확실한 효과

무조건 몸 움직이고 탄수화물 줄이면 ‘무병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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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0호 최영태⁄ 2010.03.08 15:27:54

진화론으로 세상만사를 보는 태도가 최근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건강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몸을 ‘현재’의 기준에서 보는 게 아니라 ‘원시인’의 관점에서 보자는 태도다. 이런 숫자들이 있다. 한번 잠시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인류는 12만 세대 동안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왔고, 500세대 동안 농사를 지었으며, 산업혁명 이후 10세대를 살아왔고, 최근 2세대만이 정제·가공 패스트푸드로 살아왔다’ (박용우 저 <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라>에서)-

‘신석기시대’라고 하면 엄청 옛날 같지만, 위의 인용문대로 ‘겨우 500세대 전’이다. 그리고 인류는 대략 1만 년 전쯤으로 추산되는 신석기시대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해 탄수화물을 대량으로 섭취하기 시작했다. 그 전 12만 세대 동안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았기 때문에, 주로 먹은 음식이 야생에서 채취한 식물·과일이거나, 야생에서 잡은 고기·생선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긴 역사에서 농사를 지어 쌀·밀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를 대량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 500세대 동안에 일어난 일이며, 인간의 몸은 그에 앞서 12만 세대에 적응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진화론자들의 주장이다. 농사를 짓기 이전의 구석기시대 인간은 현대인과 완전히 다를 것 같지만, 전문가들의 얘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요즘 드라마 <추노> 등에서 이른바 ‘짐승남’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구석기시대 남자들이 지금 당장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면 짐승남 같은 몸매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관련 학자들은 말한다. 농사를 짓기 이전의 남자들은 단백질·과일·야채 위주의 식단에, 동물을 잡느라 전력 질주를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짐승남 같은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12만 세대 동안 수렵·채집으로 살아왔고, 농산물을 길러 먹은 것은 불과 500세대에 불과하다. 현대인의 비만·성인병은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고 몸을 거의 안 움직이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 들어 사람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지만, 1만 년이란 시간은 진화적 시간표에서는 눈 깜짝할 만한 정도의 시간에 불과하며, 인간의 몸과 두뇌는 180만 년 정도 계속된 홍적세(洪積世) 때 다 형성됐고, 지금까지도 기본적으로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몸과 마음은 구석기시대 때 만들어진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데, 현대인의 생활은 구석기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져, 이상한 음식(다량의 탄수화물과 가공·정제 식품)을 먹고 거의 움직이지 않으니(앉아서 하는 생활) 비만·성인병·암에 시달린다는 것이 이른바 ‘구석기인 건강법’의 요체다. 국내에서 구석기인 건강법을 제창해 대중적 인기를 끈 사람이라면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전 강북삼성병원 교수)을 들 수 있다. 그가 작년 6월에 내놓은 <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라>(177쪽, 팝콘 간)는 식사와 운동을 구석기인처럼 함으로써 ▲살을 빼면서도 ▲원하는 음식을 모두 먹을 수 있고 ▲건강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이 이 책에서 주장한 건강법을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인은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 하루에 밥 한 공기 반이면 필요한 탄수화물을 다 얻을 수 있다. 뇌세포나 적혈구는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 또는 포도당만을 고집하므로 최소량은 먹어줘야 한다. 그 이상으로 먹으면 탄수화물은 몸에 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현대인에게 부족한 것은 단백질이다. 우리 몸은 단백질을 지방·탄수화물처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일정량을 먹어줘야 한다. 단백질을 부족하지 않게 공급해야 근육 속의 단백질이 손실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긴장하지 않는다. 단백질 섭취가 충분하면 총 섭취 칼로리가 적어도 몸은 기아 상태로 인식하지 않는다. 단백질은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하여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해준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30분이나 1시간 동안을 천천히 뛰는 조깅 또는 에어로빅 같은 유산소운동을 한 적이 없다. 걷기는 생활이고, 뛸 때는 사냥을 할 때나 맹수로부터 도망갈 때처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따라서 유산소운동만을 고집하면 몸이 엉뚱하게 적응해 근육 속의 단백질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지방을 쌓아두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운동은 강도 높게 10분씩 하루 3번 하는 것이 한 번에 30분 천천히 하는 것보다 건강에 이롭다. ▲하루 네 끼를 먹는다. 오후 4시를 전후해 삶은 달걀, 견과류(잣·호두), 씨앗류(호박씨·해바라기씨) 등을 먹어 단백질을 보충해주면 몸이 기아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저녁 과식과 살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오후 6시 이후에 아무 것도 안 먹는 것은 고통스러워 지키기 힘들다. 잠자기 3시간 전에만 음식을 안 먹으면 된다. 일주일에 하루 날짜를 잡아, 먹고 싶은 것을 적당량 먹어줌으로써 몸이 기아감에 시달리는 것을 막아줘야 폭식을 예방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이런 방법을 환자들에게 적용해 성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면 누워 있으라고, 약 먹고 수술 받으라고 하지만, 운동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몸은 바로 죽음의 상태로 돌입한다. 운동의 치료효과는 거의 모든 질병에서 증명돼 있지만, 운동 치료는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의사는 권하지 않는다.”

‘구석기인 건강법’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책은 작년 2월에 나온 <석기시대 인간처럼 건강하게>(요르크 블레히 저, 열음사 간)도 있다. 이 책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2009년 우수 건강도서’ 19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요르크 블레히가 2007년 <운동(Bewegung)>이란 제목으로 내놓은 이 책의 내용은 가히 혁명적이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거의 모든 병은 몸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의사들은 운동 처방을 내리지 않고 값비싼 약·수술로만 치료하려 들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증거를 들이대며 완벽하게 증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태까지 나온 ‘운동 치료법’ 여러 가지를 다양한 증거·논문을 들어가며 설명한 뒤, 의사들이 운동 처방을 피하고 약·수술 치료법에 주로 매달리는 것은 ‘운동 치료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환자가 운동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건강보험이 사생활에 간섭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가 보여주는 몇 가지 증거들은 충격적이다. 환자에게 문제가 생겨 의사를 찾아가면 의사들은 대개 “몸을 아끼고 쉬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저자는 “몸을 아끼는 것은 곧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반박한다. 사람의 몸은 멈춰 있게 돼 있지 않고 움직이도록 돼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으면 인간의 몸은 바로 죽음의 상태로 돌입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을 몇 가지 들어보자. ▲하룻밤 8시간을 자고 나도 인간의 관절·인대·힘줄·근육·피부 등은 퇴화·위축되며, 잠에서 깨어나면 몸은 충분히 경직돼 있다. 조용히 누워 있으면 즉각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근육은 과제가 주어질 때만 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활동하지 않으면 매주 전체 근육의 8분의 1씩 힘을 상실한다. 침대에서 완전히 휴식하면 매일 근육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간다.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근육이 쪼그라드는 현상은 기브스를 해 고정된 사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측정에 따르면, 3주 동안 침대 휴식을 취하면 심장 박동수는 25% 줄어들고 심장 자체는 11% 수축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이 약화되면서 성욕이 줄어든다. 아프다고 몸을 사리면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더 아파지는 고통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1주일에 3회, 30분 간 빨리 걷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은 불만이나 슬픔이 닥쳐도 매일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사람과 똑같이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 결과) 육체 단련이 불안장애·우울증 증상을 호전시킨다는 분명한 암시가 있음에도 심리학자·정신과 의사들이 운동 처방에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뇌세포는 어려서 생성된 뒤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여태까지의 정설이었지만, 쥐 실험 등을 통해, 운동을 하면 뇌세포가 새로 생긴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노인성 치매나 파킨슨씨병 등은 노화된 뇌세포가 죽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연구는 운동을 안 해 새로운 뇌세포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네덜란드 연구가 헨리에테 반 프라아크는 “늙어 파킨슨씨병에 걸리는 것이 걱정된다면 러닝머신을 설치하라”고 권유한다. ▲활동적인 동물에서 발생하는 종양은 악성(암)이 아닐 경우가 많다. 운동과 암의 관련성을 말해주는 증거다. ▲척추 디스크는 추간판(디스크)이 이탈해 통증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추간판이 이탈돼도 통증을 전혀 못 느끼는 사람도 많다. 디스크 수술의 10~60%는 아무 효과도 못 미쳐 ‘실패한 척수수술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는 용어도 있다. 미국의 전문가 제임스 와인스타인이 남녀 환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디스크 수술을 받은 그룹과 수술을 받지 않고 체조, 진통제 복용을 받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2년 경과 시점에서 허리 통증에 별 차이가 없었다. 운동을 않고 디스크 수술을 받는 게 과연 효과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매일 1.6km를 덜 걷는 사람은 7년 먼저 무덤으로 간다. “하루 1.6km를 덜 걷는 사람은 7년 먼저 무덤으로 간다. 지난 50년 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80세 노인도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증거를 들이대면서 저자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관절염에 걸렸어도, 심장병에 걸렸어도, 침대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어떤 종류든 몸을 움직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구나 운동을 통한 건강증진 효과는 여태까지의 습관이나 몸 상태와는 상관없이 바로 볼 수 있어 “80세라도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독일 쾰른대학병원의 에크하르트 쇠나우 교수)는 것이다. 2010년 새해 첫날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봉을 오르며 보낸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의 심영목 센터장은 “폐활량이 3000cc라도 평소에는 500cc 정도만 사용하며, 숨 가쁘게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운동을 해야 3000cc의 폐활량을 최대로 사용하면서 폐가 강해진다”고 운동의 건강증진 효과를 역설했다. 진화론이 점점 더 과학적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앞으로 ‘구석기시대처럼 먹고 마시고 운동하자’는 건강법·다이어트법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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