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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 밥 말지 말고, 김치 더 싱거워져야”

직전 대통령 주치의 송인성 교수 “한국인 식생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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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8호 최영태⁄ 2010.05.03 15:44:56

한국인의 음식물 섭취 통계를 보면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소금 섭취량이 유독 높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한다면 음식이 정말 많이 싱거워졌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국인이 소금을 2~3배는 더 먹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25~30g이나 된다. 이는 미국인 8~10g, 일본인 13~15g의 두 배 내지 세 배나 된다. 세포생리학상 인체가 필요로 하는 소금은 하루 4~5g이라는 점을 돌이켜본다면, 한국인은 필요량의 6~8배나 되는 소금을 매일 삼키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미국 음식이나 한국 음식이나 입으로 느끼는 짠 맛 정도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금 섭취량이 많은 이유를 서울대병원 내과 송인성 교수는 “식사에 꼭 국을 곁들여 국물까지 다 마시는 습관, 그리고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의 김치와 젓갈, 된장·고추장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찬을 아주 싱겁게 만드는 것이 최근의 추세지만, 국·김치·젓갈·장류 등을 즐기는 입맛 때문에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줄지 않고 있으며, 이런 식성은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송 교수는 “일본의 경우 위암 발생률이 1960년대만 해도 1000명당 2명 수준이었지만, 20년 뒤인 80년대에 들어서면서 1000명당 1명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한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위암 발병률이 비슷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70년대 이후 경제발전이 이뤄진 뒤 4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1000명당 1명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암 발병률 1천 명당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데 일본은 20년 걸려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제개발 뒤 40년 지나도록 같은 성과 못 올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송 교수는 “한식이 좋다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소금을 덜 먹기 위한 한식 현대화·건강화가 필요하다”며 “국에 밥을 말아 국물째 다 먹는 음식 문화를 바꾸고 김치·젓갈·장류 등 소금·간장이 들어가는 음식을 더욱 싱겁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식의 특징은 서양인과 함께 한식을 먹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밥과 반찬을 대접하면 미국인들은 밥에다 간장을 뿌려 먹기도 한다. “밥이 너무 싱겁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 사람들 정말 음식을 짜게 먹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양식은 모든 음식에 어느 정도 ‘간이 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양식의 어느 메뉴를 집어 먹어도 비슷하게 간이 돼 있기 때문에, 한식에서처럼 철저하게 싱거운 밥과 짝을 맞출 ‘짭짤한’ 반찬이 필요 없다. 최근 한식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점, 한식의 세계화 등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특징은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 짭짤한 반찬을 곁들여 먹는 한식은 자칫 소금 과다섭취라는 단점을 갖기 쉽다. 그래서 영양학 전문가 중에는 ‘한식의 좋은 점을 짠 김치와 반찬이 다 망친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송 교수는 “국물에 밥을 말지 말고 국에서 건더기를 건져 먹는 쪽으로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유의 ‘상대방 무장해제시키는 웃음’으로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 2014년 세계내과학회 서울총회 유치해 세계적 내과의사로 발돋움 눈앞에. 국내 최고의 소화기 관련 전문의 중 한 사람인 송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으며, 사회 고위층 인사의 소화기 관련 주치의로서 폭넓은 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활동 반경이 커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의사의 특징으로 흔히 ‘치료는 아주 세심하게 하지만 치료실 밖에서는 선이 굵고 대범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 교수야말로 이런 성격 규정에 잘 맞는 ‘통 크면서도 세심한’ 의사의 대표라 할 만하다. 그가 국내 재벌 그룹의 회장 등과 교유를 나누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그의 호방한 성격이 큰 몫을 한다. 치료실 또는 학회에서는 한 치 오차도 없이 시술하고, 연구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젊은 시절 ‘넥타이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연구·치료에 임했지만, 교유의 현장에서는 그만의 호방한 웃음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마력을 그는 갖고 있다. 이런 마력은 그를 이끈 직계 스승이며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의 수십 년 전통 중 하나인 금주회(금요일에 술 마시는 모임)를 이끄는 ‘대장’ 격인 김정룡 박사(서울의대 간연구소 특별연구원)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의대 수련의 시절 ‘간박사’ 김정룡 교수 밑에서 연구와 술에 시달리는 생활을 하다 입대한 송 교수는 제대를 앞두고 간박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구상을 실행 중이었다. 그러나 어느 비 오던 일요일 저녁, 지금은 없어진 서울의대 근처 맥주집에서 술을 마시던 간박사가 송 교수를 전화로 불러내 “한잔 해”라고 지시했고, 그 순간 송 교수는 김정룡 교수에게 다시 말려들어갔다. 그리고 “그때 목이 끼어 지금까지 30년 간 밑에서 일했다”고 송 교수는 회고한다. 지금도 김정룡·송인성 콤비는 매주 금요일이면 소화기내과의 스태프 40여 명을 이끌고 병원 근처의 호프집 하나를 ‘점령’해 폭탄주를 여러 잔 ‘말아 마시고’ 귀가하는 금주회의 전통을 지킨다. 송 교수의 통 큰 특징은 200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내과학회 총회에서도 발휘됐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내과 의사들이 2년에 한 번 모이는 이 총회에서 당시 2014년 총회 개최지는 인도네시아로 내정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해 송 교수가 유치 활동에 나서면서 판세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수년 간 유치를 추진해와 마지막 확정만 기다리던 인도네시아의 고령 의사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지만, 송 교수가 특유의 미소로 “미안하다”고 손을 내밀자 송 교수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오는 2014년 10월 서울에서 열릴 세계내과 총회에는 세계적인 내과 의사 5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송 교수가 세계내과학회 이사장으로 선출될 것이 유력시된다. ‘한국의 송인성’에서 ‘세계의 송인성’으로 거듭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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