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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무선랜 흔들기에 KT “우린 끄떡없어”

아이폰으로 흔들리는 국내 통신시장에서 두 라이벌 ‘와이파이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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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9호 양지윤⁄ 2010.05.10 16:12:55

KT의 ‘천덕꾸러기’였던 와이파이 존(근거리 무선 랜 존)이 애플 아이폰 도입 이래 ‘KT 최고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KT가 지난 2003년부터 무려 1500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 구축한 와이파이 존은 그간 국내에서 “돈도 안 되는 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다”는 비아냥을 받아왔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360도 완전히 뒤집어졌다. 와이파이 존이 많아야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공짜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와이파이 존을 얼마나 보유했느냐가 경쟁력의 척도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4월 13일 자사 스마트폰 사용자가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쿡앤쇼 존(와이파이 존)’을 올 상반기 중 6900여 곳, 하반기 중 7300여 곳을 새로 구축해 누적 무와이파이 존을 2만7300여 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이폰 시대’를 맞아 경쟁사 SK텔레콤에 비해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와이파이 환경을 완전히 장악하여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지점까지 달아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와이파이 구축에 따라 KT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이미 KTX 등 기차역 82곳, 롯데백화점 26곳 등에서 무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어서 올해 안에 종로·청계천 등 서울 중심가, 극장·호텔·대형할인매장 등에서도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다. 와이파이 존에서 KT에 크게 밀리는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1만 개 무료 와이파이 존 만들어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에선 “KT의 개방 끌어내기 위한 작전용” 평가도. 기왕에 구축해놓은 와이파이 숫자에서 KT보다 크게 열세인 SK텔레콤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올들어 파격적인 와이파이 확장 계획을 잇달아 발표해왔다. 급기야 지난 4월 29일에는 전국에 자체 와이파이 지역인 ‘T스팟’을 1만여 곳 설치한 뒤,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물론, 다른 통신업체의 스마트폰 이용자에게도 개방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KT 쿡앤쇼 존에서는 KT 사용자만이 무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반면, SK텔레콤의 T스팟 존에서는 가입 회사와 상관없이 누구든 스마트폰 또는 노트북·넷북만 갖고 있으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혁명적인 계획이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이런 발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권영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T스팟 1만 곳을 새로 만든다 해도 KT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전혀 없을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와이파이 존 1만 곳을 새로 만들어 가입 회사와 상관없이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하겠다는 데는, 개방화 분위기를 유도해 정부를 움직이고, 더 나아가 KT의 기존 와이파이 존을 무료로 개방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이라는 선공을 취함으로써 ‘무선 랜 지역은 개방돼야 한다’는 여론을 일으키고, 앞서 나가는 KT의 동참을 강제함으로써 열세를 벗어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의 이러한 ‘복안’은 지난 4월 29일 발표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료 와이파이 존을 구축하고 있고, 따라서 국내에서 와이파이의 개방화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데서도 그 속내를 엿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KT의 와이파이 존을 공유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간 와이파이 존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해온 SK텔레콤의 이러한 공세에 대해 KT 관계자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T 관계자는 “기왕에 설치된 와이파이 존을 모두 개방형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려면 우선 와이파이 존의 숫자부터 비슷하게 맞춰놓고 나서 전면 개방을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상호 개방을 주장하려면 우선 준비부터 하라는 일침이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4일 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와이파이 존 공유는 사업자가 판단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SK텔레콤이 개방형 와이파이 존을 구축하고, 여세를 몰아 KT를 압박하는 전략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무선 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을 내놓으며 “무선 인터넷 사용 기반 확대를 위해 와이파이 이용 가능 지역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설비투자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설비투자 경쟁 유도란 사업자가 직접 설비를 구축케 한다는 뜻으로, 이는 통신사들이 직접 와이파이 존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이파이 존 공유 주장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이 내놓은 T스팟 1만여 곳 구축 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KT는 현재 1만6500개 수준인 와이파이 존을 올해 안에 2만7000여 개로 늘리겠다고 구체적인 숫자와 완료 시점을 못 박았다. 반면, SK텔레콤은 ‘1만 개 구축’이라는 큰 그림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만 개 구축 완료 시일을 정해두지 않았다”며 “설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 비용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측이 설사 올해 말까지 T스팟 1만 곳을 구축하더라도, KT 쿡앤쇼 존과의 숫자 격차는 여전히 2.7배나 차이가 나 경쟁은 쉽지 않다. KT 관계자는 “와이파이 존 설치에는 트래픽 분석과 버그를 잡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와이파이 존을 단기간에 설치해 서비스의 질을 따라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T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유무선 융합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데 3000억 원 정도의 투자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5년 이후 와이파이 존 투자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스마트폰 활성화에 따라 데이터 통신 환경의 필요성이 급부상하면서 다시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KT는 수적으로 절대 우세인 와이파이 존의 질적 측면까지 강조하고 나서, 데이터 통신에서 열세인 SK텔레콤의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김연학 KT 전무는 지난 4월 30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무선네트워크본부에 와이파이 품질 수준을 3G망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성과 지표가 이미 내려가 있다”며 “트래픽 폭발 시간대에는 다양한 네트워크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3년 안에 데이터 트래픽 용량을 50배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10년 동안 자체 와이파이 존인 ‘네스팟’ 운영 경험을 토대로 와이파이 존 구축과 유지 보수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이폰 도입 뒤 와이파이 존이 주목받고 있지만, SK텔레콤은 여러 가지 스마트폰 모델 내놓아 아이폰 약진 방해한 뒤 시장변화 기다릴 것. 아이폰의 상륙 이후 국내 통신시장에서는 여러 혁명적 변화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월 29일과 30일 KT와 SK텔레콤 두 업체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SK텔레콤은 4805억 원, KT는 5527억원 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돼, KT가 SK텔레콤보다 722억 원을 더 많이 벌어들였다. KT의 이익이 SK텔레콤보다 많기는 2004년 2분기(SK텔레콤 4627억 원, KT 5780억 원 영업이익) 이후 6년 만이다. 이런 흑자 폭에는 KT 임직원의 대량 명예퇴직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 무선통신 시장의 절대강자 SK텔레콤’의 위상이 아이폰 시대를 맞아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 분명히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의 고전은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이미 예견됐었다. 지난 1월 씨티그룹은 SK텔레콤에 대해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기존의 독보적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주가를 21만3000원에서 20만 원으로 낮췄다. 씨티그룹은 당시 “SK텔레콤이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주요 거점마다 SK 자체의 무선 네트워크 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을수록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선호하는 고객은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런 예상을 증명하듯,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수익에서 무선 인터넷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4.1%, 지난해 4분기 25.3%, 올 1분기 24.5%로 거의 비슷한 수준인 반면, KT의 무선 인터넷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성장을 기록했다. KT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전년 동기 대비 15.1% 상승했다. 이런 양상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전화 전체 수익에서 무선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일정하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말하지만, 무선 인터넷 매출액 증가가 더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증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양상에 대해 오인범 동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데이터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복잡하다”며 “교묘하게 시장을 조절해 최대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SK텔레콤이 2분기 중에 새로운 스마트폰 10가지를 한꺼번에 내놓겠다는 출시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도 표면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스마트폰 경쟁에 불을 지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단말기 시장을 SK텔레콤이 선점해 KT의 데이터 시장 선점을 제어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보는 해석이다. 오 연구원은 “SK텔레콤의 단말기 종류는 다양하지만,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새 모델 ‘디자이어’와 앞으로 출시할 2가지 스마트폰 가격이 90만 원대로 책정된 것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도 가격 낮추기에 소극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2000만 명을 확보한 국내 통신시장의 1인자이지만, 2위 KT가 가진 두 가지를 손에 쥐지 못하고 있다. 바로 와이파이와 아이폰이다. 세계 통신시장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파급력을 지닌 이 두 가지가 앞으로 만년1등 SK텔레콤과 항상2등 KT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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