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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청약에 잠자던 시중자금 다 모였다

20조 원 육박하는 자금 몰려…환급금 거취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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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9호 김진성⁄ 2010.05.10 16:14:20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4일 마감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결과를 지켜본 이들은 엄청난 물량 공세에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4일 마감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흘러 들어온 시중자금은 20조 원에 가까웠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던 시중자금이 모두 삼성생명이라는 이름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규모다. 투입된 자금뿐 아니라, 청약에 참가한 주식의 수도 상상을 초월했다. 공모 시작 전 한 주당 11만 원이라는 공모가격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적당하다’와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반투자자 공모의 경쟁률은 40 대 1을 넘어섰다. 단군 이래 최대의 청약규모, 이로 인해 ‘국민주’라는 칭호까지 얻은 삼성생명 청약. 삼성생명의 무엇이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한 것일까? 시중자금 20조 원, 갈 곳 찾았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의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청약을 마감하고 4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증권사 6개사의 청약을 최종 집계한 결과, 일반투자자 공모 물량 888만7484주 모집에 3억6080만 주의 청약이 접수돼 40.60 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났다. 청약 증거금은 19조8444억 원이 몰려들어 1999년 KT&G(당시 담배인삼공사)의 청약공모에 몰렸던 11조5746억 원을 가볍게 넘었다. 또한 2007년 삼성카드(5조9570억 원), 2006년 미래에셋증권(5조7987억 원), 롯데쇼핑(5조2970억 원), 2010년 대한생명(4조2199억 원) 등 그동안 공모주 청약에 나섰던 민간 기업들의 청약자금 규모의 무려 3배가 넘었다.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은 3일 첫날 청약을 시작한 지 2시간도 안 돼 1 대 1을 넘어설 정도로 초반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첫날 경쟁률은 6.51 대 1, 증거금으로는 3조1820억 원을 모았다.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 청약이 시작되자마자 이날 오전 10시에 6조 원까지 육박했고, 경쟁률도 11.67 대 1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투자자가 몰리며 오후 1시에 KT&G의 청약 증거금마저 돌파했고, 오후 3시에는 경쟁률이 33.72 대 1에 달했다. 청약 신청을 받은 증권사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우리투자증권이 80.53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그 뒤를 동양종금증권 51.73 대 1, 삼성증권 43.43 대 1, 한국투자증권 36.07 대 1, KB투자증권 35.78 대 1, 신한금융투자 35.10 대 1 등이었다. 이번 공모 열풍에는 삼성그룹 대표금융사의 브랜드 가치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보험 영업이 호조를 이어가는 데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그룹 주(株) 전반이 상승 탄력을 받는 분위기가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는 것이다. 수급상 안정성도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기관투자자는 일정 기간 의무보유 확약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유 확약은 상장 후 15일, 한 달 간 부여받은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러한 열기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힘과 그동안 저금리 정책으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만나 엄청난 청약 열기를 만들어냈다”고 언급했다. 참고로, 공모주는 평균경쟁률에 상관없이 각 증권사 별 경쟁률에 근거해 배정된다. 예컨대, 1억 원을 청약하면 공모가 11만 원, 청약경쟁률 40.6 대 1, 청약증거금률이 50%인 점을 고려하면, 1818주[(1억 원×2) / 11만 원]에 청약경쟁률을 나눠 계산하면 약 45주(1818주/40.6)를 받게 되는 셈이다. 청약 환급금 어디로 가나 20조 원에 육박하는 청약금이 몰렸지만, 이 중 19조 원가량은 청약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환급금으로 뱉어내야 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물론이고 각 금융권은 오랜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시중자금이 사라지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하지는 않을 태세다. 지난 7일 환급이 시작되기 전부터 금융업계는 저마다 환급금의 이탈을 막기 위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약 공모를 주도했던 증권사에 대항해 은행들이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환급금 일부라도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증권업체에 비해 약세”라는 평가를 내렸다. 일단 청약에 몰린 자금 중 대출로 마련된 부분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약 공모에 참가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삼성생명이라는 브랜드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대출로 만든 자금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투자처를 찾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출이 아닌 자기 자금으로 투자한 이들이 새로운 투자창구를 물색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들의 투자처에 따라 시중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환급금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이 손꼽는 대체 투자처는 공모주 시장이다. 삼성생명의 공모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다양한 공모주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삼성생명 청약을 받지 못한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11일에는 신한 제1호 스팩이, 11~12일에는 만도가 5000억 원 규모로 공모주 청약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모바일리더(13~14일), 인피니트헬스케어(17~18일) 등이 공모를 진행했으며, 환영철강공업·투비소프트(24~25일), 실리콘웍스(26~27일), 솔라시아(28~31일) 등도 연이어 공모주 청약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삼성생명 환급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청약 환급금의 흐름에 대해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단기적으로는 재차 MMF(Money Market Funds, 단기금융간접투자신탁), CMA(Cash Management Account, 종합자산관리계정) 등의 부동자금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앞으로 유럽발 금융위기가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내 주식형 적립식 펀드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흐름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며 원자재 관련 펀드에 환급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환급금으로 재투자 하려는 투자자에게 “주식시장의 가격 이점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및 영국의 신용등급 하향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내 주식형 적립식 펀드가 매력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앞으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자재 관련 펀드도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번호표 만들고, 뭉칫돈 들고 오고…청약 열풍이 만든 풍경들 3일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이 시작되면서 주관 증권사들의 객장에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삼성생명 청약 열풍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삼성생명에 청약을 넣기 위해 대기한 고객들은 아예 증권사 객장이 문을 열지도 않은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증권사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스스로 번호표를 만들고 이를 배부해 순서가 뒤엉키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모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뭉칫돈을 들고 오는 고객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삼성증권에 근무하는 한 PB팀장은 4일 오전에만 220억 원의 뭉칫돈을 들고 온 고객을 3명이나 만났다. 1인당 최대 증거금이 55억 원이기 때문에 4인가족 각자의 명의로 투자를 하려는 고객들이었다. 이 팀장은 “PB 경력이 11년 정도 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아예 친구들과 함께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고,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 순으로 분산투자를 하면서 ‘팀플레이’를 하는 이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일단 공모가 시작되자, 청약을 받는 증권사 객장에서는 대입원서 접수 창구보다 더 치열한 눈치작전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더 낮은 곳을 통해 투자하기 위하여 지인들을 동원하고 핸드폰을 이용해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객장에서는 경쟁률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자기 순서를 놓친 고객이 다른 고객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3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거래가 없던 통장을 들고 와 거래를 하겠다고 해 직원들이 진땀을 빼는 일도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을 찾은 한 고객은 1980년대에 개설한 한국투자신탁의 위탁계좌로 청약하겠다고 나서 직원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각 증권사 직원들도 식사할 시간도 없이 고객들과 상담하고 청약절차를 진행했다. 더구나 3~4일 양일 동안 기온이 크게 올라가면서 증권사 객장은 빼곡히 들어찬 고객들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일찌감치 에어컨을 가동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역부족이었다. 올해 상반기 금융계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삼성생명의 공모주 청약이 여러 가지 기록과 진풍경을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이제 이달 12일 공식 상장된 삼성생명이 증권시장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지에 투자자들과 금융 관계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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