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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과 한판 승부> 열아홉 번째 이야기

“창조주는 인류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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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2호 편집팀⁄ 2010.05.31 16:39:13

글·김윤식 눌촌 거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상상력으로 인류의 종말을 점친다는 것은 어쩌면 하루살이와 달팽이가 벌이는 갑론을박 수준의 어리석음이요, 능력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늘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정통과학에 근거한 우주 나이로 볼 때 현 시점에서 인류의 종말을 논하기에는 137억 년의 기나긴 우주역사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기간이 너무도 짧다는 점입니다. 공룡도 자그마치 2억 년 동안이나 지구를 호령하며 살았는데, 인간은 50만 년 내지 4만 년 정도 살아왔고, 특히 문명생활을 시작한 지는 고작 1만 년밖에 안 되지요. 이를테면, 137억 년을 1년으로 간주한 ‘우주달력’을 만들어보면, 우리 인간의 등장은 12월 31일 23시 54분, 즉 1년이 끝나기 바로 6분 전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문득, 인간만이 독보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유의지와 창조력’이 인간 스스로를 어떻게 진화시키느냐에 따라 결국 인류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눌촌 거사는 인류 미래의 존망이 인간의 자유의지와 창조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 인류가 정작 문명생활을 시작한 지는 우주달력에서 20초 남짓밖에 안 된다는 눌촌 거사의 말에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거사님, 그렇다면 우리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결국 하늘에 계시는 신만이 알 수 있다는 건지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설령 우주와 인간을 창조한 신의 존재를 100% 인정한다 해도, 그 창조주 역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는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소승의 사색과 탐구로 얻어진 우주의 진리입니다.” 눌촌 거사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주장이 나오자, 일순간 석양의 낭떠러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거사님, 인류를 창조한 신이 인류의 미래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 정녕 말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당연히 말이 된다고 봅니다. 왜 그런지는 하나의 우화를 들어 설명해 드리리다. 어느 마을에 세 쌍둥이 아들을 둔 아주 유능하고 잘사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정성스럽게 키워 고등학교까지 훌륭히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19살에 접어든 세 아들은 비로소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되었고, 아버지는 경건하면서도 의미가 깃든 성인식을 치러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세 아들에게 중대한 선언을 하였습니다. ‘내가 너희들한테 각자 20만 달러씩의 유산을 미리 줄 터이니, 이제부터는 각자의 인생을 알아서 살아가도록 하거라’ 하는 지상명령이었습니다. 인간은 본래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인생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독립적인 개체이기에,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조치라 하겠지요. 즉, 세 아들 모두 어디 하나 하자 없는 건장한 몸으로 자라났고, 고등학교 교육까지 받아 상식적 사리분별력을 갖추게 되었으니, 이제 자기 책임 아래 인생을 살아보라는 뜻이었지요. 다만 아버지는 세 아들에게 결코 변경될 수 없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제부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혹 어떠한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하더라도, 향후 50년 동안은 절대 아버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세 아들의 나이가 70살이 되는 해에 다같이 모여 그동안 각기 살아온 인생의 목적과 더불어 어떤 가치와 보람을 얻었는지 얘기해보자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윽고 세 아들은 각자 인생의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생은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을까요?

여기서 분명한 건, 대학에 진학할지, 장사에 나설지, 결혼을 할지, 도둑질이나 살인 같은 나쁜 범죄를 저지를지, 살다가 암 같은 난치병에 걸려 죽을지, 교통사고를 당해 불구자가 될지, 쌍둥이 형제끼리 서로 싸우며 살지, 위대한 인물이 되어 큰 업적을 남길지 등은 모두 그들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 그리고 선택’에 의해 결정되었으리라는 겁니다. 물론 그들의 삶에는 사람으로서 어쩔 도리가 없는 운수 소관에 의해 인생의 향방이 결정되거나 치명적 고통을 당해야 하는 인생지사도 당연히 포함되겠지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포인트 하나를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그렇게 세 아들이 각자의 인생을 사는 동안 아버지는 추호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아버지는 세 아들의 인생이 어떤 과정으로 전개되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러한 우화가 우리 인류의 미래와 관련하여 시사해주는 점을 무엇일까요?” 눌촌 거사는 알 듯 모를 듯한 우화를 소개하고는 일행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잠시 눌촌 거사가 목을 축이는 가운데, 일행은 우화가 전하는 속뜻을 헤아리느라 옆 사람과 열띤 공방을 주고받았다. 인류가 멸망하는 그날은 언제인가 눌촌 거사가 긴 나무지팡이를 두드리며 다시 일행들 앞에 섰다. “그럼 지금까지 소개한 우화를 우리 인류의 탄생과 생존에 비유하여, 그 의미를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먼저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가 탄생한 50만 년 전 어느 시점이 바로 우화에서 아버지가 세 아들의 성인식을 치르고 각자의 인생을 가도록 출발시킨 날이지요. 우화의 세 아들이 건강과 사리분별력 그리고 돈을 물려받고 각자의 인생을 시작했듯이, 현생인류는 태어날 때 자유의지와 창조력과 함께 언어 능력, 학습 능력, 과학기술 개발 능력 등을 창조주로부터 하사받은 것입니다. 우화의 아버지가 50년 후 세 아들의 인생 목적과 가치를 결산하기 전까지 그들의 인생에 관여하지 않았듯이, 창조주 역시 우리 인류의 존재 목적과 가치를 최종 평가하는 그날까지 절대 인류의 삶에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인류의 존재목적과 가치를 평가하는 그날이란 바로 우리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커다란 의문점이 하나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즉, 우리 인류의 존재 목적과 가치를 평가하는 그 시점이 도대체 언제인가 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화의 아들들과는 달리, 우리 인류는 그 날짜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는, 태양별과 지구행성의 생명은 20억 년 정도 더 남아 있는데, 그 속에서 우리 인류는 앞으로 200년, 2만 년, 아니면 2000만 년을 더 살아갈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다는 뜻이지요. 다시 말하면, 우리 인류의 현재 시점이 우화 속 세 아들의 50년 성인인생 중에서 5년차인지 20년차인지 아니면 45년차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 양백승 선생이 주장한 대로 생명체 연못으로서 지구 생명이 향후 200년이면 끝난다고 가정해봅시다. 즉, 200년 후에는 최종적으로 우리 인류의 존재 목적과 가치를 평가하는, 다시 말해서 인류가 멸망하는 날이 도래한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0년 동안 우리 인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으로 예상되는지요? 우화의 세 아들이 아버지 간섭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갔듯이, 우리 인류도 창조주 간섭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인류가 십자군전쟁, 제1·2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 등 숱한 야만적 살인 만행을 저질렀어도 창조주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우리 인류를 괴롭히고 비참하게 만드는 가난과 기아·전염병·희귀난치병·자연재앙 등의 발생에 대해서도 창조주는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앞으로 우리 인류가 어떤 형태로 살아갈 것인지’가 당면한 최대 문제라고 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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