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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내민 북한의 딜레마

北 “갈 데까지 가보자” 초강경 대응, ‘결백’ 주장하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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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2호 심원섭⁄ 2010.05.31 17:05:08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북 조치’에 대해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5월 25일 남측 당국과의 모든 관계 단절을 비롯한 총 8개 항의 행동조치를 발표하는 등 초강수로 대응하고 나서, 남북관계는 사실상 ‘강 대 강’ 대결국면으로 접어들어 앞으로 상당 기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지속되면서, 특히 긴장 격화로 우발적 군사충돌 우려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조평통이 발표한 행동조치에는 ▲남측 당국과의 모든 관계 단절 ▲현 남측 정부 임기기간 당국 간 대화·접촉 중단 ▲판문점 적십자 연락대표 사업 완전 중지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계 단절 ▲개성공업지구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남북경협사무소) 동결 및 우리 측 관계자 전원 추방 ▲대북 심리전에 대한 전면 반격 ▲우리 측 선박·항공기의 북측 영해·영공 통과 금지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 전시법에 따른 처리 등이 담겨 있다. 북한 측의 이 같은 조치는 ‘갈 데까지 가자’, ‘절대로 밀리지 않겠다’, ‘강 대 강의 대결국면에서 대척점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천안함이 북측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지난 6월 20일의 민군합동조사단 발표 이후에도 거듭 ‘결백’을 주장해온 북한 측 입장으로서는 우리 측의 대북 조치에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 이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대화가 전면 단절된 채 상호 맞대응으로 긴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커졌다. 특히 북한 측은 우리 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에 대해 전면 반격할 것이라고 밝혀, 국지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우리 측은 대북 조치에서 개성공단 유지를 선택했지만, 북한 측의 이번 조치로 개성공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측은 개성공업지구 내 남북경협사무소의 동결, 인원 추방과 함께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계 단절을 발표했다. 개성공단을 오가려면 3통(통신·통행·통관) 가운데 통신을 통해 출입 명단을 교환해야 하는데, 만약 이것이 불통되면 개성공단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 측은 5월 26일 조평통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행한 후속 조치로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의 남측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판문점 직통전화와 해사당국 간 통신을 차단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이 군 통신선과 개성공단 통행 등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경협사무소는 남북 간 경제협력의 직거래 확대를 목적으로 2005년 10월부터 가동된 통일부 산하 기구로서, 그동안 대북 교역·투자 등에 대한 알선 및 상담, 남북 교역 당사자 사이의 연락 지원 등의 업무와 아울러 남북 당국 간 접촉 장소로 쓰이기도 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2008년에 두 차례 폐쇄되는 시련을 겪었다. 북한은 그해 3월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이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는 어렵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사무소 내 남측 당국자들을 전원 추방했고, 12월에는 남북관계 차단 조치인 ‘12.1 조치’의 일환으로 다시 폐쇄 조치를 취했었다. 사무소 가동이 다시 중단된 5월 26일 오전에는 통일부 직원 8명이 상주하고 있었으나 전원이 추방당한 상태이다. 개성공단과 남측 기업 연결 유선전화 정상 가동 그리고 북한의 조치 대상에 포함돼 단절된 남북 간 통신망은 판문점 연락관 채널과 해사당국 통신선 등 2가지로서, 우선 남북한 당국은 판문점의 연락사무소를 통해 매일 오전과 오후 유선전화로 접촉하여 물자 교류 및 회담 등을 협의해왔다. 판문점 통신선은 1971년 9월 남북적십자회담 추진 과정에서 2회선이 처음으로 개통된 뒤 최근까지 5회선이 운영돼왔으나, 북한 측은 2008년 11월 남측이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공동제안한 것을 비난하며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직통전화를 단절했었다. 이후 지난해 8월 북한 측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이 남한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판문점 통신선은 다시 복원됐다. 해사당국 통신선의 경우 2005년 8월 발표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남북이 상대방 선박의 자기 측 해역 통과를 보장해주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서, 그동안 서울과 평양을 잇는 2회선으로 운용돼왔지만, 정부가 지난 5월 24일 천안함 대응 조치로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통과를 금지하면서 남북 간 접촉은 중단됐다. 하지만 남북한 주민들이 육로로 왕래할 때 양측 당국이 출입자 명단 등을 통보하거나 남북 군 당국 간에 접촉할 때 쓰이고 있으며, 광케이블로 서해지구에서 6회선, 동해지구에서 3회선이 각각 운용되고 있는 군 통신선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개성공단 및 금강산 육로 통행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개성공단과 남측 기업들을 연결하는 유선전화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측은 조평통 담화에서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밝혔으나, ‘전시법’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천안함 조사발표 이후 상황을 전쟁국면으로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천안함 조사 발표 이후 ‘현재 상태를 전쟁국면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따른 표현으로 본다”며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전시법이라는 것이 북한이 전시처럼 적대국의 부동산을 몰수하고 적국 인원을 억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서, 최근 금강산 관광지역 부동산 몰수 등의 조치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예상되는 북한의 추가 도발 유형과 관련해,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우리 근로자들을 인질로 붙잡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의 우리 함정에 포사격을 가하는 등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5월 27일 대북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남북 해상항로대를 폐쇄하고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등의 제재 조치가 발표된 이후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았지만 추가 도발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하고 대북 감시·정찰 강화에 돌입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월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성공단의 인질사태 발생 시 대응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 공개된 김태영 국방장관의 수첩에도 당시 회의에서 이를 논의했음을 말해주는 ‘소규모 인질시’, ‘대규모 인질시’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따라서 군은 만약 대규모 인질사태가 발생한다면 대규모 미군 전력을 서해로 이동시켜 무력시위를 하면서 대북 압박을 가한다는 대비책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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