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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의 눈물로 보는 ‘차별사회’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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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최영태⁄ 2010.06.21 16:13:54

최영태 편집국장 흔치 않은 일이지만, 월드컵에서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나이가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궜다. 북한 축구 대표팀의 정대세 선수(재일교포)다. 그의 눈물은 큰 화제가 됐다. 그의 눈물을 보면서 같은 재일동포 출신인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눈물이 떠오른다. 당시 그의 눈물에 대해 “어찌 그 눈물이 추성훈만의 것이겠는가. 모든 재일동포의 눈물이다”라고 누군가 평했던 말이 생각난다. 재일동포는 왜 눈물을 흘릴까? 이 세상의 누구도 그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일본에서 나름 업적을 이루며 살지만 일본인들은 ‘조센징’이라고 무시하고, 재일동포 중 상당수가 아직도 일본으로의 귀화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한국 또는 북한 국적을 고집스레 갖고 살지만, 한국에서나 북한에서나 ‘2등 국민’ 취급받기 일쑤다.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와 유도를 했던 추성훈이나,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지만 국적이 한국이라 국제축구연맹(FIFA)에 여러 번 가능성을 타진한 끝에 북한 대표선수가 됐다는 정대세나, 최고의 자리에 서는 우여곡절이 간단치 않았기에 결정적 순간에 눈물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이들의 ‘사나이 눈물’을 보면서 차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 연예계를 보면 재미동포 출신이 대세인 듯하다. 한국 출신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노래에 랩이 들어가고 영어 가사를 삽입하니 그렇다고 하지만, 단순히 ‘미국 출신’이라는 배경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인 듯하다. 반면, 재일동포 출신으로 한국 대중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 한국에서 재미동포들이 큰 우대를 받고 있지만, 사실 문화예술적 성과로만 본다면 재일동포 쪽이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된 영화 ‘피와 뼈’(최양일 감독), 일본 영화상을 휩쓴 ‘훌라 걸스’(이상일 감독) 등 진지한 작품을 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외국에 사는 한국인은 주변인·변방인이다. 유대인도 마찬가지로 주변인·변방인이었지만, 현재는 미국 문화예술·언론·금융계를 휩쓸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억압당한 그들의 역사가 있다. 국외자 또는 변경인이어야 남다른 방법으로, 남다른 시각으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이 어떻게 최하층 민족에서 최상층 민족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한국인은 알 필요가 있다. 재일동포에 비한다면 재미동포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아주 좋은 대우를 받는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 중 재미동포처럼 현지에서 당당하게 사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미국이란 나라가 원래 이민자로 구성됐기 때문에 외국 출신이라도 당당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동포는 한국에 오면 또 최고 대우를 받는다. ‘특급 동포’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사는 동포는 ‘열등한 한민족’ 취급을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는 지역에 따라 사람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은, 우대를 받는 재미동포·강남사람 등 소수는 좋겠지만, 다수를 불행하고 만들고, 결국 전체를 불행하게 만든다. ‘재일동포의 눈물’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준 정대세를 보면서, ‘우리 속의 차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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