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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종시 수정안’ 부결, 과학비즈니스벨트 어디로 가나

세종시 수정안 입주예약 대기업들 대체부지 물색, 대학들은 예정대로 입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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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6호 심원섭⁄ 2010.06.28 16:16:06

국회 국토해양위가 6월 22일 세종시 수정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지난 9년 간 소모적 정쟁의 소재로 변질되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결국은 ‘폐기’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여야가 본회의 부의 문제로 또다시 충돌하고는 있지만, 본회의에 올라가더라도 의석분포상 부결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이 아직까지 완전히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안건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세종시 갈등은 지난 2002년 9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포함한 중앙정부 기관을 충청권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발표하면서 시작돼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됐다. 하지만 이는 지루한 논란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노 전 대통령은 공약 실행에 박차를 가해 충남 연기·공주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마련했으며, 이 법안은 2003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다음 해에 있을 총선을 의식해 적극 반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는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라는 해석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이 됐다. 헌재 결정으로 주춤했던 참여정부는 곧바로 후속 조치에 착수, 2005년 1월 25일 ‘16부4처3청’을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행복도시건설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며, 여야는 협상 끝에 ‘16부4처3청’을 ‘12부4처2청’으로 줄여 이전하는 안에 합의했고, 여야 합의안은 200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수정안 논란으로 상당수 공사 지연돼 이 과정에서 법안에 결사반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시 당 대표직을 맡고 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박세일 당시 정책위의장은 의원직을 전격 사퇴하는 등 한나라당의 내분을 불러왔다. 이후 행복도시건설법에 대한 헌법 소원이 다시 제기됐지만, 헌재가 2005년 11월 24일 각하 결정을 내리는 등 당시 여권의 손을 들어주자, 참여정부는 2006년 1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개청하고 건설기본계획 등을 확정하여 행정부처 이전을 본격화했으며, 같은 해 12월에 ‘세종시’라는 명칭도 확정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7년 7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세종시 건설은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같은 해 12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세종시 운명은 다시 한 번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작년 9월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 수정 방침을 밝히면서 총대를 메고 나서, 세종시는 또다시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민주당은 물론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을 비롯하여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수정 반대론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원안 플러스 알파’를 주장하면서 여야 간, 여여 간의 삼각 공방은 가속화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의 역사적 당위성을 역설하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는 같은 달 16일 세종시 민관합동위를 발족시키는 등 수정안 마련에 한층 속도를 냈고, 정 총리도 충청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며 직접 충청도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아울러 올해 1월 11일 세종시 성격을 행정도시에서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변경하여 삼성·한화·롯데·웅진 등을 유치하는 내용을 확정하고, 이 내용을 담은 세종시 수정 관련 5개 법안을 3월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하자 여권 일각에서 세종시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임했던 친박계 측도 수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통령은 6월 14일 생방송 연설을 통해 “이제는 국회에서 결정해줄 것을 요청한다. 정부는 국회가 표결로 내린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세종시에 대한 ‘운명의 공’을 국회로 넘겼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수정안을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 상정하여 토론 및 표결 절차를 거쳐 부결시킨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 건설에 대한 ‘원안+알파’ 적용 여부는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안으로 가는 경우 예정대로라면 ‘9부2처2청’ 등 35개 중앙행정기관이 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별로 이전하고, 시 청사 등 공공시설과 교육·문화·복지시설 등을 갖춰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 규모의 자족형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란 끝에 수정안이 부결됐다 해도,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 대부분이 기반공사와 도로·교량 등 도시 인프라 건설공사여서 당장 큰 혼란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정안 논란 등으로 그동안 상당수 공사가 지연돼 입주 시점은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벨트·기업·대학 유치 향배에 관심 쏠려 세종시 건설에 따른 총 사업비는 6월 22일 기점으로 세종시 건설 정부 재정 8조5000억 원, 토지주택공사 14조 원 등 22조5000억 원이며, 지난 5월 말 광역도로·공공건축 등 정부 재정 1조 원, 용지보상·기반시설 등 토지주택공사 5조700억 원 등 총 사업비의 27%인 6조700억 원이 집행됐다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발표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추진계획이 발표된 이후 정부 청사 가운데 총리실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직 착공조차 안 된 상태이며, 아파트 건설공사도 원래대로라면 2008년 하반기에 착공됐어야 하지만 늦어져 완공이 1∼2년 정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첫 마을 분양도 지난해 하반기에 이뤄졌어야 하지만, 입주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1년 정도 늦춰졌다. 뿐만 아니라, 첫 마을에 이은 시범생활권도 주택 건설업체에서 지역 주택경기 등을 고려해 착공은 고사하고 일부는 땅값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안대로 갈 경우, 수정안을 전제로 추진돼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나 기업 유치 등의 향배에 대전·충청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1월에 발표된 수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 대통령의 과학기술 분야 핵심 대선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위해 세종시를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하여 인근 대덕과 오송·오창 등과 연계된 연구거점 330만㎡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내년부터 2015년까지 3조5000억 원을 들여 세종국제과학원을 설립해 그 산하에 중이온가속기·기초과학연구원·융복합연구센터·국제과학대학원, 그리고 16개 국책연구기관 등을 갖출 계획이었다. 또한 벨트 조성에는 내년부터 20년 간 총 17조 원이 투자되며, 이에 따른 고용효과는 20년 간 연평균 10만6000명, 생산효과는 11조8000억 원, 부가가치효과는 5조1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부가 ‘9부2처2청’의 이전을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조성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수정안이 부결된 현 상황에서는 세종시가 그 후보지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도 있는 등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역에서는 수정안 부결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애초 이명박 정부의 ‘충청권 대선공약’인 만큼 세종시 수정안과 무관하게 진행돼야 하고 기업들의 세종시 투자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잔뜩 눈독을 들여온 다른 지역들은 충청권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며 새 기준에 따라 원점에서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더구나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한 기업들도 수정안 부결에 따라 세종시에서 발을 빼 대체부지를 찾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수정안의 핵심 내용이므로, 수정안이 폐기된다면 과학비즈니스벨트법도 국회에서 결론이 난 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6월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종시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고, (수정안이 부결되면) 행정도시로 가는데 여기에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더 주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업들 대체부지 찾기에 나서 대기업 등의 유치도, 기업들이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원형지 개발, 세제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노리고 세종시 입주를 추진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수정안 부결로 사실상 입주 유인이 많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한 기업들은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세종시에서 발을 빼고 대체부지를 찾는 쪽으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22일 투자예정 기업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165만㎡의 부지에다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사업에 2조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삼성그룹은 일단 국회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대체부지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보유한 여유 부지를 활용하든지 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한 부지가 50만 평인데, 대체부지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1조327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한화그룹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대체부지를 찾는 등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롯데그룹과 웅진그룹도 세종시 원안대로라면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정안이 원안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더 큰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지지 성명서 등을 내기도 했던 일부 단체들을 비롯하여 대전·충청 지역 경제계의 상실감도 커질 전망이다. 대학의 경우, 세종시 입주를 결심했던 고려대와 KAIST는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시기와 규모만 다를 뿐 입주하는 데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1월 수정안을 전제로 100만㎡ 부지에 6012억 원을 투입하여 바이오와 녹색기술·융복합·치의학전문대학원 등을 조성하는 내용으로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행정도시건설청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이르면 2017년 신입생을 뽑아 연구 중심 캠퍼스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반면, 원안을 전제로 지난 2007년에 맺은 양해각서에는 120만㎡의 부지에 7400억 원을 투입, 4개 단과대와 과학기술 분야 일부 학과, 6개 특수대학원 등을 배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려대의 이 계획은 행정기관이 많이 내려오는 여건을 감안해 국가경영대학 등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단과대학과 대학원의 비중이 컸으며, 2013년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었다고 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관계자는 “정책적 논의가 있겠지만, 일단 세종시에 입주하는 것은 사실이다. 단, 입주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어떤 기관이 들어갈지 등 앞으로 3개월 내에 계획을 세워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AIST도 100만㎡ 부지에 7700억 원을 투자하여 대학원과 연구 기능 위주의 대학을 운영할 예정이어서,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입주계획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6년부터 녹색교통대학원과 생명과학대학원 등이 입주할 세종캠퍼스 조성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온 것이라서, 입주 시기만 약간 늦어질 뿐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KAIST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 했지만, 세종시에 입주하는 것은 틀림없다”며 “원래는 2015년에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약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더도 덜도 말고 원안대로만 해 달라” 이처럼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수정안에 포함됐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국책 사업이나 세종시 입주를 계획했던 기업·대학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충남 연기군의 세종시 건설 예정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원안대로 공사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세종시 예정지이자 부안 임 씨 집성촌이기도 한 연기군 남면 양화리의 임붕철(59, 남) 이장은 “만약 정부가 처음부터 여기에 기업도시를 만든다고 했으면 우리는 땅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조상 대대로 물려온 땅을 어렵게 내놓은 만큼 당연히 약속대로 정부 부처가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임재무(69, 남) 씨 역시 “우리 임 씨들이 600년을 살아온 터전을 그냥 내줬겠느냐. 나라 일에 필요하다고 하니 내줬지”라면서 “그동안 수정안이다 뭐다 해서 마음고생이 말도 못했다. 주민들 고생한 것 생각해서 공사나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인근 대평리에서 만난 김 모(65, 여) 씨도 “정부는 수정안이 통과돼야만 대학도 오고 기업도 오는 것처럼 말하지만, 대학이랑 기업은 원안대로 해도 오는 거 아니냐”면서 “플러스 알파니 뭐니 하는데, 그런 건 없어도 된다. 더도 덜도 말고 원안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태남(74) 할머니도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아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보상금은 떨어지고…”라면서 “이제 그만 싸우고 주민들 자리 잡고 살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세종시 수정안이 더 나을 수도 있다며 수정안이 부결돼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치원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정부 부처가 내려와 봤자.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말이면 다 서울로 올라갈 거 아니냐”면서 “수정안대로 기업이 내려와야 돈이 돌아서 서민들도 먹고 산다. 원안보다는 수정안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평리 주민 김연용(62, 남) 씨도 “개인적으로는 수정안이 나은 것 같다. 세종시 만든다고 농사 짓던 땅 내놓은 주민들이 일자리를 구하려면 정부 부처보다는 기업이 내려오는 게 낫지 않나”라면서 “정부 부처가 내려오면 행정 효율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다만 “정치인들이 세종시를 놓고 싸우는 걸 보니, 진정 주민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들 이익 때문에 그런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주민들 입장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찬성과 반대만 반복하는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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