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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여야 지도자들 정치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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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7호 심원섭⁄ 2010.07.05 16:08:38

세종시 수정안 논란은 한나라당 내 주류인 친이계와 ‘한나라당 친박계+야당 연합’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약 10개월 동안 전개돼왔으나, 6월 29일 국회 표결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논란을 주도했던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향후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손익계산서’와 함께 ‘정치적 기상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종시 수정안이 4대강 사업과 더불어 여권의 양대 핵심 추진 과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인하여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이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국정 기조에 미세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6.2지방선거에 투영된 민심은 ‘정권 견제론’으로 상징되는 여권 독주에 대한 제동이었다는 평가 속에, 향후 국정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여권이 당초 지방선거 이후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 카드를 내세워 정국 돌파를 시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도 추동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힌 4대강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야권이 장악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연히 4대강 사업 반대를 공언하고 있는데다, 여권 내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전당대회 앞두고 조정국면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7.14전당대회를 전후하여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 등 여권의 개편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7월 초 청와대 참모진 개편→한나라당 전대에서 새 지도부 구성→중폭 이상의 개각’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취임 이후 충청권을 수십 차례나 오가며 직접 설득에 나서는 등 ‘세종시 전도사’ 역할을 담당했던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는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 친이계의 한 중진 의원은 과의 통화에서 “당정청 등 여권에 대한 인적쇄신은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여권이 쇄신을 통해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골칫거리였던 세종시 수정 논란이 사라지면서, 여권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집권 후반기의 새로운 핵심 과제에 몰두하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특히 친이-친박 양 계파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야기했던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공식적으로 수면 아래로 묻혀버리면서 계파 화합을 위한 ‘접점 찾기’가 시도되고, 당정청 인적 개편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수정안 부결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향후 국정 안정을 위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회동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이 시도되거나, 개각에서 정치인 입각을 통해 당청 간에 긴밀한 관계를 도모하려는 계획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당의 핵심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당내 계파 화합을 위한 시도들이 있을 것”이라며 “당정청 개편을 통해 향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집권 후반기 개혁과제들을 추진할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 받아

4대강 사업과 함께 정권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실제로 청와대는 세종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찬성 105명 대 반대 164명의 표결 구도는 열 달 전 상황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회에서 찬성 의원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 50~60명가량 되는 친박계 의원들조차도 이 대통령의 영향권 밖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수정안 표결에서 드러났듯이 청와대가 친박계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한 중립 성향 한 의원의 주장처럼 여권 주류 측의 아킬레스건만 드러나게 된 셈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면 세종시 수정안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 패배 이후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세종시는 빨리 털어버리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 대통령은 그걸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이 자신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한다고 강조해왔다는 측면에서 청와대는 후세의 평가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로 행정부 이전이 본격화되면 수정안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던 6월 29일 새벽(현지 시각)에 파나마를 공식 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 소식을 보고받고 “세종시 발전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정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나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제 우리 모두는 오늘 국회의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서서 국가 선진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을 앞세워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정국 운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중남미 순방 등을 마치고 7월 3일 귀국한 후 가급적 이른 시기에 청와대·내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함께 여권 진용이 전면 쇄신되면 새 인물과 새 분위기를 갖고 후반기 국정 운영에 매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측은 그동안 추진해온 기존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일례로,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야권의 지방정부 장악으로 다소의 보완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이 대통령이 지켜야 할 원칙과 가치는 확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청와대 관계자들은 친서민 정책 확대 등을 통해 현 정부의 정책 스펙트럼을 넓히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등 ‘중도 실용’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세종시 파동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계파 간 갈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 지도부로 누가 선출되든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대립을 방치할 경우 후반기 국정 운영의 차질은 물론 차기 대선·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며 “당의 구조적 갈등 해소책을 위한 방안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후반기 국정 운영 기조를 상세히 밝힐 것으로 알려져,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고 있다. 정운찬 국무 총리 “수정안 부결,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지난해 9월 취임과 동시에 세종시 수정안 논란을 촉발했던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날 관련 법안이 부결되는 순간 정부 중앙청사에서 미르코 츠벳코비치 세르비아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었다. 정 총리는 메모로 법안 부결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정 총리는 다음날인 6월 30일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과 관련해 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데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면서 “더 이상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며 모든 논란과 갈등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책임’이라는 말이 총리직 사퇴 표명을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이라면 굳이 피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야권의 요구대로 무조건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어 정 총리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반대하는 분들을 끝까지 설득해내지 못한 것은 저의 능력과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 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 총리는 “안타깝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며 “우리 역사와 미래의 후손들은 어제의 국회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이다.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정 총리는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하여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 대통령은 “지금은 국정에 전념해 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폐기된 세종시 수정안을 만드는 데 정 총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만큼 그의 책임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총리실 내부에서는 정 총리의 책임 언급에 대해 “사실상 사의 표명”이라는 주장과 “원론적인 이야기”라는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미 국회 표결에 앞서,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경우 사의를 표명하기로 방침을 굳혔다는 말들이 측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정 총리가 회견에서 ‘책임’을 언급한 대목이나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 말 속에도 사퇴 의사가 함축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총리가 회견에서 명확하게 사의를 밝히지 않은 데에는 주변의 만류와 함께 당시 이 대통령이 외국을 순방하고 있는 만큼 사의 표명에 따른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총리실 내부에서는 “6.2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재신임을 받았던 만큼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어 정 총리의 최종 선택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으며, 더구나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을 경우 이 대통령이 수용할지도 현 단계에서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국정 운영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총리 인준 문제로 또다시 야권의 공격을 받을 경우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총리 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결국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정 총리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근혜 전 대표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 각인, 정치적 파워 과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떠오른 최대 관심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정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이해득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걸린 문제로 여겨온 박 전 대표가 친이계의 전면적인 압박 속에서도 원안을 끝까지 고수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 말을 바꿨다”는 공격을 받는 동안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소득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9개월을 끌어온 세종시 논란의 승자가 박 전 대표라는 데 이론이 거의 없다. 특히 과거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간과돼온 약속·신뢰 등의 무형의 가치를 선진국형 정치 덕목으로 부각시키는 동시에 이를 자신의 정치적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데도 성공함으로써 또 하나의 정치적 자산을 쌓은 셈이 됐고, 이는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해온 과거의 정치문화에서 그를 차별화시키며 향후 대권가도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물론, 세종시 논란으로 인해 ‘박근혜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즉, 세종시 수정안법의 부결로 지난해 미디어법 처리 때와 비슷하게 자신의 파워를 당내에 과시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확고부동해지면서 앞으로 여야를 떠나 힘의 중심이 그에게 쏠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세종시 원안은 박 전 대표 자신만의 철학이 아니라, 6.2지방선거를 통해 충청권의 민심으로 입증됐다는 점은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해줬다. 여기에 더하여, 세종시 원안을 통한 국토균형발전론을 주장함으로써, 당초 의도는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충청권에서 입지를 다진 셈이 돼 2012년 대선 때 전략적 요충지로서 확고한 지지세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표결에 앞서 박 전 대표가 직접 수정안 반대토론에 나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자, 친박계 의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반면, 타협의 여지가 적은 이미지로 보수 지지층 일부의 이탈을 초래했고, 향후 친이계와의 골 깊은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할 과제도 안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친이계 핵심의 반감을 더욱 키운 것은 대선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로 수도권의 친이 성향 유권자 일부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보수 오피니언 리더 일부도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너무 완고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세종시 문제를 놓고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충돌한 것은 ‘화합 행보’와 거리가 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여권의 대권주자를 노리는 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원안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강경하고 고집스러운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힘없는 비주류’의 모습이 옅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리고 자신은 ‘계파정치’를 부인하지만,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친이-친박계 간 계파 대결의 양상을 띠면서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계파의 중심부에 있었다는 점도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친이계에 돌이킬 수 없는 불신과 상처를 심어주었기 때문에, 2012년 대선 정국에서 결과적으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실리 챙겼으나 전대 앞두고 계파 갈등 폭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자 “사투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벌였지만, 실리는 정 대표가 가져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지방선거 승리로 강화된 당내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고 차기 당권·대권 경쟁에서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은 여권의 분열을 틈타 충남북 지사를 확보해 충청권의 대표 정당으로 부상했다. 따라서 정 대표는 그 여세를 몰아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MB 정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세종시 원안에 있는 ‘9부2처2청의 이전고시’를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 다음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 ‘플러스 알파’ 논란과 관련해 “국민을 상대로 플러스 알파를 어떻게 한다느니 하는 협박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플러스 알파가 다 들어가 있는 원안에 충실하게 세종시를 만들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리고 정 대표는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의 뜻과 여야의 합의정신을 받들어 혼란을 수습하고 세종시를 원안대로 빨리 추진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6.2지방선거의 민심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고 지금까지 그런 노력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신속히 국정 쇄신을 단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6.2지방선거 승리와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앞둔 비주류의 협공이 갈수록 거세지는데다 7.28재보선 공천도 꼬여가고 있어, 정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물론, 정 대표는 “일단 7.28재보선에 집중해야 한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비주류는 당권 재도전이 확실시되는 정 대표가 일부 486 인사들에 둘러싸여 기득권을 고수하고 전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비주류 측으로부터 정 대표를 향한 “독재자”, “벌거숭이 임금님” 등의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당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성토와 공정한 ‘전대 룰’ 및 혁신 방안 마련 등을 위한 전대 준비기구의 즉각적 구성, 7.28재보선 직후 현 지도부 사퇴 등을 촉구하는 요구가 쏟아졌다. 실제로 비주류 측은 정 대표가 수일 내에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비상한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압박하고 있으며, 4일 비주류 연합체인 ‘쇄신연대’도 공식 출범하는 등 비주류 협공에 순탄치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세종시 논쟁 주도 실패,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는 약한 당세 때문에 세종시 논쟁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데 실패했으나, 어찌 됐든 당이 사활을 걸었던 세종시 수정안을 폐기하고 원안을 사수하면서 ‘충청정당’으로서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했어야 할 충남지사 선거에서 패배하여 정치적 무게는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다음날 바로 소속 의원 등과 함께 충남 연기군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해 건설청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종시로 가려던 기업과 대학이 입주와 투자를 포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와 여권에서 나왔었다”며 “정부가 세종시로 오려던 기업과 대학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면 이전보다 더한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등의 이런 발언은 참으로 불쾌한 협박이며, 협박이 보복으로 바뀌어선 절대 안 된다”면서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결판난 만큼 원안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일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세종시 수정안 통과에 힘을 실었던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월드컵 축구가 열리고 있는 남아공에 체류하는 바람에 표결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지만,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중국의 ‘미생지신’(尾生之信:미생이 애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우 속에서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 익사했다는 내용)이라는 고사를 인용해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며 맞섰지만, 6.2지방선거 패배에 이은 수정안 부결로 소득이 없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여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첫 시험대에 올랐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대야 협상력을 발휘,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타협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부가 사실상 포기 수순에 들어간 수정안을 놓고 대여 강온전략을 적절히 사용, 여당으로부터 스폰서 특검법 처리라는 실리를 챙겼고, 결국 수정안을 폐기하는 주역이 됐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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