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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문화’라는 늪에 빠진 현대인

상품에 길들여진 현대사회를 꼬집는 김신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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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8호 김대희⁄ 2010.07.12 16:00:19

예술이 일부 계층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현대에 와서 예술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지고 있다. 예술가들도 이제 전통예술에 대중성을 가미하기 시작했다. 보는 것만으로 좋은 그림이 아닌 보고 느끼고 깨닫도록 말이다. 그림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대중적인 사회의 흐름과 잘못을 꼬집는다. 예술과 이러한 대중문화와의 결합은 보다 많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공감을 얻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당연시되는 상품의 ‘소비문화’에 주목하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김신혜 작가를 인사동 가가갤러리에서 만났다. 개인전이 시작되는 날이라 그런지 찾아오는 관람객 맞이에 김 작가는 정신이 없었다. 더욱이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라고 한다. “그동안 혼자 해온 작업을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자리로 떨리기도 하고 부담도 많았다. 하지만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에 설렘이 더 크다”며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보였다. 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가장 큰 주제는 바로 도시의 ‘소비문화’다. 이에 전시제목으로 쓰인 ‘제3의 자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와 꽃 등이 만발한 말 그대로의 자연이 아닌 도시 속 수많은 상품으로 인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도시에서 자라며 보고 느낀 점을 작품으로 나타냈다. 어떤 계기가 작용했다기보다 명품을 좋아하고 상품의 유행을 따라가는 사회현상을 보고 자란 이유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초기 작업도 지금의 큰 틀 안에서 변함없는 도시 소비문화를 빗댄 사람들의 욕망과 욕심 등을 다룬 작품이었다.

김 작가는 “현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말 그대로의 순수한 자연보다 도시 속 인공 자연을 주로 접하는데 상품을 통해 접하게 되는 소비문화에 대한 문제를 표현했다. 상품은 크고 동물은 작게 표현한 점은 상품의 힘과 알게 모르게 자본주의에 의한 상품의 권력에 길들여진 현대인을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부분 작품에 상품과 함께 등장하는 강아지나 고양이, 원숭이 등의 동물이다. 이는 사람을 동물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은 길들여진 동물이다. 현대 사회 속 상품에 길들여진 현대인을 빗대어 그렸다. 누군가를 따라서 그 상품에 몰려드는 모방소비나 유행에 따라가는 사람들의 모습, 때론 상품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는 등 상품에 길들여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그리게 됐다. 이외에도 바코드에서 자라는 식물도 그려봤다. 모든 상품에는 바코드가 부착되는 현실을 고려한 작품이다.”

여기에 동물들의 시선이나 방향성을 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또한 그림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소비문화의 문제의식을 주제로 그린 그림인 만큼 이점을 느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들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만 본다면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김 작가의 작품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 마치 팝아트로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그림으로 어둡게 그릴수도 있지만 그리다보면 밝고 나타난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처럼 밝고 명량한 성향이 그림으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김 작가는 상품을 통해 상상한다. 예를 들어 캔에 매화가 그려진 작품에서 매화는 작가의 상상에 의해 완성된다. 다른 꽃들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로 보고 그린 것이 아니며 상품을 통해 상상하며 감성적인 부분을 그려나간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도시 속 자연이기 때문이다. 상품에 실제로 그려진 매화나 아네모네 꽃 등을 보고 상상을 통해 캔이나 샴페인에서 자라난 자연이다. 그녀는 실제로 만개한 매화나 아네모네 꽃을 본적이 없다고 한다.

파스텔 톤의 화사한 작품은 얼핏 보면 마치 색연필로 그린 듯 부드러운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동양화에서 쓰는 전통채색기법인 장지(2합)에 가루안료(분채)와 먹을 사용해 독특한 방식으로 그린다. 바탕 또한 표백하지 않아 장지 특유의 누런색을 나타낸다. 배경이 없어 사물이 더 강하게 부각되는데 여백도 그림의 한 부분이 된다. 또한 장지에 평균 8번 정도 아교 반수 처리를 한다. 색이 잘 스며들지 못하도록 일종에 코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위에 채색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녀가 나타내는 색은 그냥 하나의 색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의 색은 층층이 칠해져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초록색은 그냥 초록색을 쓰는 게 아니라 여러 색이 겹쳐져 만들어진다. 하나의 색을 칠하고 마르면 위에 덧칠하는 형식으로 최소 10번 이상 작업한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일반적인 색보다 예쁘고 깊이도 생긴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검은색은 모두 먹으로 그렸다.” 올해 대학원 졸업을 앞둔 김 작가는 앞으로 작업에만 열중하면서 상품의 종류를 늘려가며 작품의 형식도 바뀔지 모르지만 도시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는 큰 틀은 변함없이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질만능시대 또는 소비시대라 불리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상품에 대한 가상과 실제사이의 무한한 상상을 꿈꾸는 그녀가 만들어 갈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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