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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화는 그냥 경치 그림? 작가마다 다른데?”

유럽인의 시각 변화 보여주는 예술의전당 ‘영국 근대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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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9호 편집팀⁄ 2010.07.19 15:21:03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3층)에서 6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열리는 ‘영국 근대회화전 - 터너에서 인상주의까지’는 주로 19세기 영국의 풍경화들을 보여주고 있다. 터너의 작품 5점을 포함한 이 전시는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대략 100여 년의 시간을 망라하여 총 116점을 보여주고, 전시실 후반에는 영국에 소장된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는 ‘풍경화전’이라고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근대 풍경화들을 소개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게다가 이전의 대형 전시회들이 고호나 클림트·앤디 워홀처럼 대가급 화가를 내세우고 인상주의나 초현실주의·팝 아트같이 널리 알려진 미술사조를 함께 내세우며 대중 관람객에게 다가갔던 전시 콘셉트와는 달리, 풍경화라는 특정 장르가 위주가 된 전시라는 점은 미술 작품 감상에서 진일보를 이룰 수도 있는 기획이다. 왜냐하면, 특정한 화가의 유명세에 힘입지 않고, 다수의 작품들을 부담 없이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숨겨진 ‘신의 힘’ 그리던 풍경화는 산업화 후 ‘현실 속에서 일하는 인간의 모습’ 그려 본래 유럽에서 르네상스 이후 풍경화(landscape painting)는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에서 일찍이 시작되었고, 18세기 이후에는 베니스의 도시 풍경화를 위시하여 이태리와 프랑스·영국·독일로 확산되었다. 모두 자연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지만, 각기 시대마다 자연관과 묘사 방법은 달랐다. 영국의 근대 풍경화라면,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 등장했던 장르로서, 자연의 경외심과 신비로움을 표현하거나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시골의 자연 모습을 묘사했다. 그것은 시기적으로 낭만주의 문예사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에 감정을 불어넣은 이미지를 그리는 것으로서, 낭만주의적 풍경 화가들은 자연을 초월적 존재로 인식하고 산과 바다·들판에서 보이는 자연의 위대한 힘 내지 자연의 압도적인 이미지, 신비적인 모습을 묘사하곤 했다. 이것은 바로 영국 풍경화의 대표적인 두 화가 조셉 밀로드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터너의 유화 ‘바람 부는 날’(1808~9)에서는 격랑이 일고 있는 바다 위의 배와 먹구름이 지나가는 하늘이 넓게 보이고, 멀리 마을이 보인다. A. V. C. 필딩의 ‘거친 바다’와 ‘해변 풍경’에서도 자연의 위협적인 모습이 묘사되고 있다. 아쉽게도 한 작품만 선보였지만, 컨스타블의 유화 ‘햄스테드의 브렌치 힐 연못’(1820년대)에서는 두터운 회색 구름이 깔린 하늘 아래 광활한 들판에서 가축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과 외경심이 드러난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컨스타블처럼 시골에 사는 농민과 가축들의 모습을 그린 목가적인 풍경에서 평온한 자연의 모습들이 보인다.

또한, 영국을 벗어나 작업한 화가들의 풍경화도 눈에 띈다. 기차 여행이 가능해진 시대에 이들은 프랑스·독일·이태리 등지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건축물이나 폐허 등을 그렸는데, 헌트의 ‘하이델베르크’ 같은 작품이다. 19세기 중반을 넘어선 산업화 시대의 작품들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건설 현장이나 공장의 고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더 이상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이미지가 아니고,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기계와 인간의 이미지이다. 조지 클로센의 ‘봄날 아침, 하비스톡 언덕’(1881)은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가 된 그림으로, 도시의 아침 거리에서 사회계층마다 다른 모습이 보인다. 일부 작품들에는 프랑스 인상주의와 연관성을 보이는 것도 있는데, 에드워드 스토트의 작품 ‘말들의 물먹이터’(1890년대)가 바로 그렇다. 유럽 미술사 보여줘 방학 맞은 학생들 볼만 정확한 해설 뒷받침돼야 교육 효과 높아져 마지막 전시실에 가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도 몇 점 있고, 그중에는 폴 고갱의 한 작품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것은 ‘디에프 항구 풍경’(1881)으로, 고갱이 타히티 섬에 가기 전에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의 디에프에 머무를 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당대의 영국 풍경화들과 유사성이 있고, 전기 인상파 그림들과도 통하는 점이 있어 흥미롭다. 이번 영국의 근대 풍경화전은 작품들이 어렵지 않기에 여름방학을 맞은 초중고생들에게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다. 유럽의 풍경화 중에서 낭만주의 풍경화의 발전 과정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오디오 자료가 있어 관람자가 전시장에서 끼고 들을 수 있고, 도록(5000원/2만 원)도 잘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대부분 유화 작품들이 전시되었지만, 영국의 근대 풍경화에서는 유화뿐만 아니라 수채화와 드로잉도 많이 시도되었고, 충분히 가치가 있는 만큼 같이 전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게다가 함께 전시된 20세기 전반의 작품들은 소량이지만, 매우 다른 양식과 기법을 갖고 있기에 전체 감상에서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전시실 내부가 왜 어두운지 모르겠는데, 밝은 조명이 감상에 더 좋을 것 같다. 또한, 전시가 교육적 효과를 발휘하려면 적절하고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데, 작품 설명 일부에 문제가 있다. 실례로, 터너와 컨스타블을 비롯한 영국의 근대 풍경화는 자연을 보는 관점과 묘사 방법이 다른 점에서 사실주의 풍경화와 다르며, 인상주의와는 별로 관련이 없다. 이번 ‘영국 근대회화전’은 분명히 교육적으로 유익한 전시지만, 이왕이면 미술사학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중고생들과 미술학도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주었으면 한다. <연극영화학 박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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