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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여, 카사노바가 돼라!”

“女心 잡아라”…기업은 지금 핑크빛 구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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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0호 양지윤⁄ 2010.07.26 16:43:57

“핑크색 마티즈 출시! ㅜㅜ”…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찾는 화장품 동호회 ‘코스인사이드’의 게시판에 지난 8일 여성을 겨냥한 마티즈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이 올라오자, 회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드디어 분홍색 차가 나왔다’며 다들 반기는 분위기. 이 소식을 접한 동호회 회원 닉네임 ‘셀린’은 “저는 면허 없는 여자. 면허 따고 싶어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핑크 마티즈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닉네임 ‘봄’은 “핑크색 마티즈 너무 예쁜데요. 핫 핑크였으면 더 좋았겠지만요”라고 말했다. 여성용 마티즈 ‘모나코 핑크’, 전체 매출의 19% 차지

여성들이 선호하는 핑크는 ‘여자 이미지’가 강해 고가의 소비재에서는 찾기 힘든 색상 중 하나였다.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더라도 가격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매출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힘들기 마련. 핑크 마티즈를 출시한 GM대우의 임영미 사원은 “다른 소비재와 비교해 차 가격은 월등하게 비싸서 여성을 공략 대상으로 하는 마티즈의 색상 선정에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우선 여성들의 반응을 살펴보고자 지난 4월 부산국제모터쇼에 쇼카로 핑크색 마티즈를 선보였다. 이 전시회에서 여성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은 뒤, 핑크색 마티즈 출시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색상뿐 아니라 이름 짓기에도 여성의 마음을 잡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핑크 마티즈의 실제 이름은 ‘모나코 핑크’이다. 임영미 사원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가리켜 ‘모나코 왕비 같다’는 말을 쓰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나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본격 판매에 들어간 모나코 핑크 마티즈의 계약률은 현재 전체 마티즈 매출의 5분의 1 수준에 육박하는 19%를 차지하고 있다. GM대우 내부에서도 이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북·스마트폰도 핑크빛 구애작전

IT 분야에서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센스 X170 ‘바비 스페셜 에디션’ 노트북을 선보였다. 노트북 상단에 바비 핑크와 바비 블랙 컬러 색상을 입히고, 바비를 모티브로 한 아이콘을 배치한 아이디어가 이색적이다. 삼성은 여성 고객의 취향도 반영해 여성 맞춤형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고성능 코어2듀오 프로세서를 탑재하여 멀티미디어 작업이나 멀티태스킹 사용 환경에서도 제약이 없도록 했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감상하는 여성 고객의 사용 패턴을 고려해 메모리를 4GB로 업그레이드하고, 하드디스크 용량도 500GB로 넉넉하게 했다. 팬택 스카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성 전용 스마트폰 ‘이자르’를 내놨다. 이자르는 지구에서 210억 광년 떨어진 ‘목동 자리’에 있는 별의 이름으로 ‘가장 아름다운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팬택 스카이 김문구 과장은 “여성들이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는 데 착안하여 만든 제품”이라며 “여성 전용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선점 효과 있으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팬택은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3.5인치 LCD는 한 손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점을 발견하고 LCD 크기를 3.2인치로 줄였다. 또 기존 스마트폰이 ‘기능성’이 중시되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휴대폰 아래에 컬러 라이팅으로 포인트를 줘 음악 재생 때 7가지의 빛이 나오도록 했다. 셀프 카메라나 예쁜 사진을 찍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올리기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의 취향도 반영해 500만 화소의 자동초점(AF) 카메라도 장착했다. 생수업계, 한계시장 여심 공략으로 돌파 한편, 생수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여심(女心)을 겨냥한 생수 제품들이 나오면서 서서히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생수 생산업체들이 암반수·해양심층수 등을 내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차별화전략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여심’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버스와 케이블TV 광고를 통해 여성층을 공략하고 있는 파나블루 슈어의 정문이 매니저는 “프리미엄급 생수는 20대 여성 고객들이 주 타깃층”이라며 “여성의 몸에 좋은 미네랄을 첨가하고 컬러·용기 등 디자인을 여성들 대상으로 조사해 만들어낸 맞춤형 제품”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여성들이 많이 찾는 드럭스토어의 생수 진열대를 보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핑크색 용기의 생수 제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여성 전문 드럭스토어 CJ올리브영의 매출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생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늘었다. 통상적으로 2분기가 음료업계의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다. CJ올리브영 김은진 대리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예전에는 돈을 내고 물을 사 먹기 아까워하는 정서가 많았었다”며 “그러나 요즘 들어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예쁘고 기능성까지 겸비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부담감이 상쇄돼 생수 매출이 늘어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생수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의 역할도 겸하게 되면서 여성 전용 생수를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오수연 유프로뎁 상임 컨설턴트는 “패키지는 곧 자신감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왕 들고 다니는 제품이면 예쁜 것을 택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트렌드 리더인 여대생을 주 고객으로 하는 제품군은 디자인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고가 소비재로까지 여성 소비자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 컨설턴트는 그동안 남성이 쥐고 있던 소비의 주도권이 여성 쪽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소비에 미치는 입김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의 사회 활동 참여가 확대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면서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한국보다 강한 유럽과 미국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컨설턴트는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제 여성 안에서도 연령대 구분이 활발하다”며 “이 같은 전략은 앞으로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몇 년 동안 여성을 겨냥한 상품의 흐름이 남녀 공동 영역에서 여성의 영역으로 분화되는 경향이었다면, 앞으로는 여성의 영역에서도 보다 세분화된 서비스와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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