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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사람과, 세상과 소통하다

우창헌 작가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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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1-182호 김금영⁄ 2010.08.09 16:14:12

그림이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단순히 벽에 걸려 있는 예쁜 장식품이 아니라, 상처받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림,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 무언가 메시지를 주는 그림, 그런 그림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만났다. 전체적으로 청량한 푸른빛이 감도는 그림은 한순간에 눈을 사로잡았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묘한 매력을 가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점점 궁금해졌다.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리는 우창헌 작가를 7월 7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났다. “그림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하다” 우창헌 작가는 캔버스 위에 단순히 붓질만 하지 않는다. 예술은 벽걸이 장식물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며, 그저 예쁜 그림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정신을 담아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는 “작가는 정신적인 것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작품을 그릴 때 현실을 작품에 반영하고, 그 현실 속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그가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 작가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테마는 ‘봄’이다. 2003년 초기 작부터 최근 작까지 봄은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거나 암시적으로 나타났다. 초기 작에서 봄의 모습은 푸른 저녁 무렵의 풍경들로 나타나며, 다소 쓸쓸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작가는 당시 고독한 현실에 절망을 느끼고 그 절망의 정서를 캔버스에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게 절망적인 현실을 담던 우 작가의 작품은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우 작가는 더 이상 잔인하고 냉혹한 현실을 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함께 담기 시작한다. 비록 겨울은 어둡고 추울지라도, 다가올 따사롭고 사랑이 가득 찬 봄을 기다리며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의 감정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절망을 이기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위안, 그것이 작가가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이다. “진실은 어느 쪽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부정적인 것만 보려 하면 부정적 측면 뒤에 숨은 긍정적인 측면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나는 진실을 전하는 동시에, 그 진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는 것과 이미 꺼져 있는 재를 바라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 않은가.”

“허울 벗어던진 원초적 인간의 모습을 그리다” 우 작가의 작품 속에서 또 하나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벌거벗은 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특히 벌거벗은 두 남녀가 평온한 표정을 하고 별빛을 배경 삼아 서로 감싸 안고 있는 작품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 작가는 모든 허울을 벗어 던진 가식 없는 원초적 인간의 모습을 벌거벗은 사람들로 표현했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에 찌들어 잔인하고 탐욕스러워지면서 아름다운 인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따라서 대자연 속에 있는 원초적 인간상을 그리며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고자 고뇌했다. 그의 작품 속 인간들은 부정한 세상에 찌들지 않고 오로지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 하고, 돌아가고 싶고, 돌아가야 할 모습이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말한다. “사랑을 하려거든 벌거벗고 할 일이다. 지상에 가득한 동물들과 식물들처럼, 권력과 지위와 부와 명예의 갖가지 허울 좋은 치장은 벗어버리고 말이다. 그건 서로 간에 가질 최소한의 예의이다…(중략)…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모습, 별빛 앞에 근원적으로 서 있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서로 사랑하고 감싸 안는 인간 말이다.”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별들도 눈에 띈다. 이 별은 인간을 둘러싼 세계로, 막막한 우주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허무감에 쓰러지지 않도록 위로하는 자연인 동시에 돌파구이자 지향점이다. 이렇게 작가는 작품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 행복의 메시지도 전달하면서, 작품을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작가로서의 의무를 잊지 않다” 이처럼 보는 이에게 위안과 행복을 전해주는 그림을 그리는 우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대략의 구상만 잡고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캔버스에 옮긴다고 한다.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때때로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는 깜깜한 터널을 걸을 때처럼 힘이 들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느끼는 허무감을 긍정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일시적일 뿐이다. 결국엔 절망과 허무를 이겨내는 돌파구를 찾게 된다. 자신이 찾아낸 그 돌파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노력은 우 작가의 몫이다. 그는 “정신적인 것이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한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작가들이 작품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면, 사람들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술가는 정체돼 있으면 안 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 정신적 돌파구를 찾아내고, 맑은 정신을 작품에 담아야 한다. 이렇게 작품이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 때로는 어깨가 무거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압박감에 짓눌리지 않고 앞으로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려 나갈 생각이라고 굳건하게 말했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정신세계도 작품과 함께 성숙해져야 한다.단지 절망만 하고 정체해 있으면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도 없고, 나 자신도 세상에 할 말이없게 된다. 세상에 할 말이 없는 사람은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나는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 끝까지 작가로서 후회하지 않도록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겠다.”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며 열심히 살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그림에 또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지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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