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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소통하자”…기업들 트위터 바람

소셜 미디어 트위터 인기에 힘입어 개인과 개인, 기업과 개인 간에 소통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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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1-182호 양지윤⁄ 2010.08.09 17:09:18

직장인 최근실(27,여) 씨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폰으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접속한다. 일본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지난 7월 3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3>의 트위터 계정에 매일 드나들며 주인공 ‘오다 유지’의 근황과 함께 영화 개봉에 관한 소식을 확인한다. 또 일본에 있는 친구들의 트위터 계정을 방문하여 안부 인사를 남긴다. 최 씨의 인사를 확인한 친구들은 즉각 최 씨에게 답장을 보낸다. 그녀는 싸이월드도 네이버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트위터’다. 그럴 듯하게 긴 글을 써야 하는 블로그나 미니 홈피는 부담스럽지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볍게 적을 수 있는 트위터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트위터로 커뮤니케이션 대한민국에는 지금 ‘트위터’로 재잘거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 씨같이 평범한 직장인에서부터 정·재계 인사,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너도나도 트위터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새가) 지저귀다’는 사전적 뜻을 지닌 ‘트위터(twitter)’는 2006년에 미국의 잭 도시(Jack Dorsey)·에번 윌리엄스(Evan Williams)·비즈 스톤(Biz Stone) 세 사람이 공동으로 개발한 ‘미니 블로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최대 140자 내외로 짧게 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글자 수에 한계가 있어 인기를 끌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보란 듯이 날려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이란 집단 시위 사태,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유혈사태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실시간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민간 통신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등이 트위터를 활발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급증했다. 올해 초에 페이스북(Facebook)이 트위터를 7000억 원에 인수하려다 실패한 사실만 보더라도 트위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는 2007년 7월 현재 회원 수가 1억2400만 명에 달하며, 트위터 방문자 수는 1억9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매일 35만 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어, 앞으로도 트위터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트위터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트위터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션 가렛은 “한국에서 올라오는 트윗의 수가 2010년에만 14배 늘어났으며, 한국 트위터 사용자 디렉토리 서비스인 코리안 트위터에 집계된 한국 트위터 사용자는 8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403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기업이 16.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포춘> 100대 기업의 79%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마케팅·홍보 분야에 적극 활용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미약하지만, 삼성전자·KT·신세계 이마트 등의 기업은 트위터를 이용해 고객과 활발한 소통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프라인처럼 관계가 구속적이지 않으면서도 관계 맺기가 더 자유로운 점이다. 트위터는 내가 관심 있는 사용자의 트위터 계정으로 찾아가 ‘뒤따르기(Following)’라는 버튼을 클릭하면 상대방의 허락 없이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나를 뒤따르는 여러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이 이야기를 받은 이들이 자기를 따르는 사람에게 전하는 방식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도 다른 소셜 미디어와 다른 점 중 하나다. 때문에 개인과 개인, 기업과 개인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터넷 ‘신문고’로도 활용 직장인 채애리(27,여) 씨는 최근 트위터의 위력을 실감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우울하다는 글을 남기자, 그녀의 글을 본 이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 그녀는 “미니 홈피나 블로그처럼 진지하게 내 속마음을 전부 트위터에서 이야기할 순 없지만, 나를 모르는 수많은 이들로부터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며 “‘시골의사’로 유명한 의사 박경철 씨나 정치인 노회찬 씨 등 여러 유명 인사와 트위터로 맞팔로윙을 맺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야구에 흥미를 느껴 두산 베어스 팬들과도 트위터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채 씨같은 평범한 이들 뿐 아니라, 유명 인사들도 트위터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많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그런 인사 중 하나다. 트위터 마니아로 통하는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트위터에 접속, 사생활과 회사 일에 대해 수시로 글을 올리며 팔로워(follower)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7월 말 현재 정 회장의 팔로워 수는 3만9000명을 넘었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가 이같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까닭은 거침없이 솔직·담백한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후배를 만났는데, 애플의 아이폰이 3년이면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며 좋아하더라”면서 “아이폰을 이기는 솔루션이 우리나라에서 속히 나오길 바라지만 솔루션엔 관심 없고 기계 몇 대 파는냐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인 그가 삼성전자를 두고 트위터를 통해 쓴소리를 하자 큰 화제가 됐었다. 또한 트위터를 인터넷 신문고로 활용하는 순발력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10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정 부회장에게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일은 정말 맛이 없다”며 “당도를 측정해서 고객에게 몇 브릭스라고 알려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과일은 가격보다는 맛이나 당도가 우선인데 죄송하다”며 “저희 청과를 사랑해준 고객들께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대응하는 등 고객의 불만 사항을 듣는 창구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아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면서 개성과 재미, 인간미를 표현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는 이제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KT는 지난 2월 초 ‘뒤집힌 KT 광고를 찾아라’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트위터에 이를 올리는 사람에게 커피 이용권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방송사나 방송 시간 등 아무런 정보가 없었지만, 1000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A 방송사의 아무개 프로그램 방송 뒤에 KT 광고가 나온다”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자사 제품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개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소셜 미디어의 장점이다”라며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 새로운 우호 집단을 양성하는 동시에 기업의 평판을 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북미 지역 항공사 만족도 1위를 기록한 저가 항공사 제트블루(JetBlue)는 2007년부터 트위터를 적극 활용해 성과를 거뒀다. 덴버 공항에 일찍 나온 고객이 “짐을 부치려는데 카운터에 직원이 없네요”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 이 회사가 즉각 조치하고 트위터에 그 결과를 알린 예는 트위터 활용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그 고객이 만약 전화를 이용해 담당자와 통화를 했더라면 전화 버튼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상담원과 연락이 닿았을 것이고, 상담원은 내부 관계자에게 알리는 데 또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트위터가 개인과 개인, 기업과 고객 사이에 매력적인 소통의 통로로 기능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운영,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트위터는 특정 글을 ‘리트윗(retweet, 퍼 나르기)’하는 기능이 있어 순식간에 수백~수천 명에게 퍼뜨릴 수 있다. 판촉 행사나 이벤트를 소개하는 데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민원 확산 우려해 소극적 반면,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활용에 소극적인 기업군도 있다. 바로 건설업계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현재 기업 트위터를 개설해 운영하는 업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산업개발 두 곳뿐이다. 건설업체들이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입주자들의 민원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게 되면 자칫 회사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경제연구원 황혜정 책임연구원은 지난 7월 ‘트위터, 기업과 고객의 소통 채널 될까’라는 보고서에서 “트위터 이용자들의 가장 본원적인 욕구는 친한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것”이라며 “친숙한 매체에서 기업을 만났을 때 대부분 물건을 팔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의심하면 스팸 메일로 치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아직 트위터 도입 단계지만 앞으로 이용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일단 해보자’는 의욕만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소통이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별도의 인력을 구성하여 전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부와 소통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든 임직원이 공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담 인력과 실무 부서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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