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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펀드와 미술품 경매 기업에 ‘주목’

이원선 토러스증권 이사, “경매 낙찰가 상승 등으로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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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4호 김진성⁄ 2010.08.24 09:28:36

국내의 자산가들에게 그림은 ‘보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였을 뿐, 투자의 대상으로 비치지는 않았다. 좀 더 발전된 형태라고 해봤자 PB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아트 재테크 강좌’ 등의 강의를 개설하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때문에 발생한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미술품에 대한 투자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토러스증권의 이원선 이사는 지난 12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지금이 미술품 투자의 적기”라며 “대안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는 ‘Art fund’에 관심을 둘 수 있고, 주식 시장에서는 미술품 경매 기업이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술 투자에 대해 언급했다. 미술품 경매 시장 규모 커져…글로벌 자금이 움직인다 이원선 이사는 보고서에서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증거로 미술품 경매 기업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경매 실적이 향상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전 세계 경매 총액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미술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나, 2008년 말의 금융위기 이후 미술품에 대한 투자 열기가 냉각되면서 30% 가까운 영업이익 감소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두 경매 업체의 수익도 덩달아 눈에 띄게 상승했다. 크리스티는 올해 상반기에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을 1억640만 달러(한화 약 1180억 원)에 판매했고, 소더비도 이에 질세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Ⅰ’을 1억430만 달러(한화 약 1157억 원)에 팔아치웠다. 이는 보고서가 쓰인 8월 12일 현재 올해 최고가 미술 낙찰품 1,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경매 실적의 회복은 곧바로 매출액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소더비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45.6%나 성장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8년 상반기 매출의 85.3%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이사는 이에 대해 “미술품 시장의 회복은 경기 침체기에 움직임이 없었던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꺼리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금 가격은 상승하고 미술품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미술품과 금은 모두 ‘실물자산의 대표’라는 상징성 때문에 유사한 가격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술품은 ‘낮은 거래회전율 때문에 금보다 현금화하기가 어렵다’, ‘작품에 따라 수익률 오차가 크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수익률이 높은 실물자산을 찾던 이들이 다시 미술품에 관심을 두면서 유동자금이 미술계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거래 가격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아트 프라이스 인덱스’가 지난 2009년 상반기에 최저점을 기록한 뒤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거래 가격은 2분기보다 더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금에 집중됐던 투자처가 미술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경매 시장에서 주목받는 미술품들이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동시대 작품’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비단 이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라도, 2008년까지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작품들은 대부분 전후 시대 작품들이나 최근 발표된 작품들이다. 미술 시장에서 최근의 동시대 작품들은 주식 시장의 벤처기업과 비슷하게 인식된다.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 대상으로 투자자들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시대 작품들의 가격은 금융위기 이후 한때 2005년 수준까지 곤두박질했으나, 올해 들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자금의 위험선호도가 개선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한국 등 아시아 시장이 움직인다 미술품 가격의 빠른 회복에 대해 이원선 이사는 “중국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은 올해 들어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투자자들은 부동산이 아닌 대안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미술품 시장이라는 것이 이 이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이 미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만 해도 전 세계 경매 거래액의 7%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17%를 기록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전 세계 미술 작품 경매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나 늘리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입지가 이제는 소비의 주체, 자산 매수의 주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한편, 이 이사는 한국의 미술 시장에 대해서는 “소득 수준과 비교하면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박수근의 유화 작품 ‘빨래터’가 45억2000만 원을 기록한 반면, 중국은 86억 원가량에 낙찰된 작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 나라의 소득 수준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술품 투자, 지금이 적기 이원선 이사는 투자자들에게 “경매 기업을 예의 주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 이사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 소더비의 주가와 아트 프라이스 인덱스의 추이를 비교해보면, 경매 기업의 주가가 미술품 가격 지수에 선행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또한, 미술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시기에도 미술품의 가격 상승 폭보다 경매 기업의 주가 상승 폭이 더 컸기 때문에 ‘경매 기업’에 대한 투자도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는 경매 기업은 서울옥션이 유일하지만, 시가총액이 600억 원대로 작고, 분석 담당 연구원이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면서도 “올해 2분기 낙찰 금액이 1분기보다 173% 증가한 150억 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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