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김맹녕 골프 칼럼]그린 위의 ‘자벌레 같은’ 골퍼

  •  

cnbnews 제192호 김맹녕⁄ 2010.10.18 14:02:47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한국의 집 사장 그린 위에서 보면 여러 가지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골퍼를 많이 보게 된다. 평소에는 신사적이고 과묵한 인격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가 힘들다. 아마 이것이 골프의 속성인지 모른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그린 위의 볼을 볼 마커로 표시한 후 리플레이스 할 때 이미 놓여 있는 볼 마커보다 1, 2cm 정도 앞에 볼을 다시 놓고 퍼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전방에 놓고 리플레이를 하면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는다. 미국인들은 이런 비양심적인 골퍼를 인치웜(inchworm) 플레이어라고 비웃는다. 인치웜은 우리말로 자벌레를 뜻하며 이를 골프에 인용한 것은 참으로 재미있다. 자벌레가 기어 다닐 때를 보면 한번 몸을 움츠렸다가 꿈틀거릴 때마다 조금씩 앞으로 움직인다. 골퍼들이 공을 집어 올려 다시 놓을 때마다 앞으로 공을 갖다 놓으면 자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골퍼는 구리 동전이 그린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점을 악용해 홀 근방으로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다. 더 심한 경우는 구둣발로 동반 골퍼가 모르는 사이 툭툭 쳐서 앞으로 밀어놓는 경우도 목격한 적이 있다. 이런 비양심적인 행동을 함께 플레이하는 동반 골퍼가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으면서 말을 안 할 뿐이다. 이런 비양심적인 골퍼를 목격한 한 성질 고약한 골퍼는 “이 친구, 볼 마커 앞으로 갖다 놓은 거리는 아마도 지구 반 바퀴 정도는 될 것”이라고 핀잔을 준다. 또 한 가지 골퍼로서 유념하여야 할 사항은 동반 골퍼의 요청에 따라 퍼트라인의 볼 마커를 옆으로 옮길 경우 반드시 원위치로 갖다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일 그대로 플레이 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면 2벌타를 더해야 하며, 이를 간과하면 실격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리플레이스를 안 하면 2벌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친구끼리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정식 시합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10년 전 호주 퍼스에서 열린 유러피언 PGA투어 하이네켄 클래식에서의 일이다. 한 TV 시청자가 남아공 출신의 로저 웨셀이 볼 마커를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고 플레이를 했다고 대회 측에 고발했다. 내역인 즉 동반자인 로버트 칼슨이 옆으로 옮긴 그 마커를 리플레이스하지 않고 그냥 퍼팅을 한 것이다. 그는 스코어 카드 제출 때 2벌타를 더하지 않아 스코어 오기로 실격 당하고 말았다. 골프는 신사의 운동이라 감시자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감시자가 제일 많은 스포츠가 아닌가 싶다. 그린 위에서 하는 비신사적인 행동은 평소에 쌓아 올린 좋은 이미지를 훼손시키므로, 스코어에만 집념하지 말고 체통과 품위를 지킬 것을 당부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