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인터뷰]‘쿨한 배우’ 최재웅 “고민상담 해요”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 ‘엣지스’ 주인공 맡아

  •  

cnbnews 제199호 이우인⁄ 2010.12.07 13:38:44

11월 23일부터 대학로 더 굿 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엣지스’는 기존의 공연과 다른 형식, 다른 내용으로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젊은 작곡-작사가 팀인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의 작품을 원작으로 국내 실정에 맞게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장르여서 관심을 모은다. ‘엣지스’에는 남자 둘, 여자 둘 모두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15곡의 노래에 맞춰 연기하고 노래하거나 공연 전 미리 받은 사연을 토대로 관객과 대화를 시도한다.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는 없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은 대체로 ‘위로 받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공연의 무대는 뉴욕 소호의 ‘엣지스’라는 이름의 ‘바(Bar)’. 이 바를 찾는 남녀는 일과 사랑, 가족,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현실에의 안주, 이상과 현실의 괴리, 과거의 추억, 실수에서 온 트라우마 등 노래마다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배역이 없는 배우들은 극과 극 사이에 관객의 사연을 읽기도 하고, 배우가 아닌 관객의 말벗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엣지스’가 그저 그런 공연이 아니라서 좋아요. 뮤지컬이란 장르를 떠올리면 뻔한 게 있는데요, ‘엣지스’는 엄청나게 새롭거든요. 남이 재미없다고 해도 배우로서 출연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만족해요.” 공연을 올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공연장에서 만난 최재웅(31)은 ‘엣지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묻자 ‘내가 재미있으면 그뿐,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영화배우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최재웅은 얼마 전 소속사도 생겼다. 소속사는 최재웅의 전속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그를 충무로를 대표할 차세대 영화배우로서 키울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최재웅은 내년 1월 16일까지 공연되는 ‘엣지스’에 그만 발목이 잡혔다. 강필석, 최재웅, 최유하, 오소연 네 배우가 교체 배우 없이 매일매일 무대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오늘은 또 어떤 관객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수다 떨 생각에 가슴이 벅찬 듯 보였다. 최재웅과 ‘엣지스’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가 아닌 인간 최재웅을 들여다봤다. -원캐스팅(한 배역을 한 배우가 연기)과 멀티캐스팅(한 배역을 여러 배우가 돌아가면서 연기)을 비교하면 연습이나 공연할 때 어떻게 다른가요? “특별히 생각한 건 없지만 원캐스팅일 때가 배우에게 더 도움이 됩니다. 멀티캐스팅일 때는 공연하다가 쉬기도 하기 때문에 컨디션은 좋을 수 있지만 일요일에 공연하고 월요일 쉬고 화요일에 공연하면 무대 위 감이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도 힘들구요. 그런 면에서 지금은 너무 좋죠. 즉시 피드백할 수 있으니까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할 때는 9개월 동안 원캐스트로 연기했는데요, 당시 아찔했던 기억은 없나요? “딱히 그런 건 없어요. 아! 그때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와서 공연했던 기억은 아찔하네요(웃음).” -‘엣지스’는 트위터와 이메일 등을 통해 미리 사연을 받는데요, 인상적인 사연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음…. 특별한 건 없었어요. 왜냐면 누구에게나 있던 사연들이었거든요. 사연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겪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실수담이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도 한 번씩은 생각했던 일들이더라고요. 사는 게 다들 비슷하구나, 했어요.” -매일 공연의 내용이 달라지면 배우로선 혼란스러울 것도 같은데요, 어떤가요? “오히려 매일 정해진 것을 하라면 혼란스러울 텐데, 기본 출발점을 그렇게 정하니 또 도움이 돼요. 배우로서 훈련도 되고요.” -그래도 관객들의 반응이 없으면 곤란할 것 같은데요. “질문이 관객한테 가면 꺼리게 되나 봐요.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보다 더한 것 같아요. 공연 시작 10분 전에 관객과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때는 잘할 수 있다고 약속했던 관객도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당황하더라고요. 공연이 끝나면 또 다시 말을 잘하고요(웃음).” -강필석 씨와는 뮤지컬 ‘쓰릴미’에서 다른 짝을 이뤄 연기했고, 같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데,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소감은? “필석 형이 97학번이고 제가 98학번이라 형이 1년 선배예요. 13년 동안 알고 지내서 편하죠. 형은 저랑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하나하나 짚어보고 가는 스타일인데요, 느리다는 소리를 둘 다 많이 듣는답니다.” -최재웅 씨의 트라우마는 뭔가요? “쓸데없는 데에 징크스가 있어요. 계단을 올라갈 때 마지막 계단은 무조건 왼발로 디뎌야 하는 거? 어릴 때 장난으로 높은데 올라가다가 오른발로 디뎌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 생긴 징크스인 것 같아요.” -실수는 잘 안 하시죠? “남들이 보통 하는 실수는 안 하는 편이에요. 넘어지거나 운동신경이 없어서 하는 실수는 더더군다나 없고요.” -자신의 일과 인생에 만족하나요. 배우란 직업은 나름 멋진 인생인 것 같은데요. “만족하죠. 감사하고요. 다른 데서도 말하지만 이 일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운이 좋게도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무대에 서는 자체가 너무 좋아요. 며칠 전까진 고맙단 생각을 안 했는데요, 요즘 다시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 때문인 것도 있고요. 마지막엔 일반인의 고민거리를 듣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땐 저 스스로를 돌아보곤 해요.”

-궁극적인 꿈을 정해 놓았나요? “저는 단기적으로 꿈을 정해 놓는 편이에요. 며칠 전에 지갑을 잃어 버렸으면 지갑을 찾는 게 꿈이고, 지갑을 찾은 다음엔 다른 꿈을 만들고요. 현재 꿈은 사회에서 하는 야구죠. 이 꿈은 제가 노력만 하면 이뤄질 꿈이잖아요. 자잘한 꿈이 이어지다 보니 사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인가 봐요. “네. 남들보다는 그런 것 같아요. 공연 후기는 안 보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많이 들어요. 그게 제게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오해도 잘 안 하겠어요. “안 하는 편이죠. 어떤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생각할 때와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들을 때는 엄청 다르거든요. 저는 후자를 선호하는 편이고요. 같은 말이라도 직접적으로 그 사람이 해주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글만 보면 정확한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요. 오해가 있다고 해도 만나서 이야기하면 풀리는 편이에요.” -쿨 하시군요? “쿨한 건 아니고 무딘 거죠(웃음).” -확신이 안 서면 사랑한다는 말이 잘 안 나오는 편인가요? 아니면 애정 표현을 잘하나요? “연기도 그렇고, 확신이 안 들면 안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 충고를 들으면 그래야 하는 거란 건 알아요. 상황 파악을 잘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저는 무디니까요(웃음). 특히 여자들의 마음이 제일 어려워요. 이를 테면 남자들과 대화할 때는 ‘어디야’ ‘뭐해’ ‘밥 먹어’ 등 삼십 초 정도만 짧게 통화하면 녀석이 잘 지내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데요, 여자는 모르겠어요.” -가면을 쓰고 살 때는 언제인가요? “경비 아저씨한테 주차비를 깎을 때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행동은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안 하려고 노력하죠.” -거짓말도? “거짓말은 잘해요(웃음).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하면 완벽하게 하죠.” -‘엣지스’ 내용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뭔가요? “공감되는 소재로 만들었으니까 다 공감이 되긴 하지만, 옛날 친구들과 노는 신(Pretty Sweet Day)이 제일 공감돼요. 요즘 들어 옛날 친구들이 보고 싶더라고요.” -‘엣지스’는 20~30대를 겨냥해 만든 작품인데요, 그렇다면 40~50대가 보기에는 좀 그런가요? “목표 연령대가 40~50대는 아니지만 그 연령대가 보면 ‘내가 저 나이 때는 저런 고민을 했었지’ 하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아는 형님이 와서 공연을 봤는데요, 제게 ‘나도 저런 고민을 했었다’면서 그동안 안 하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웃음).” -얼마 전에 들어간 소속사는 최재웅 씨와의 전속계약을 밝히면서 ‘영화 시장에 활력소 역할을 해줄 배우’라고 했는데요, 그 말은 영화 쪽으로 활동을 더 하겠다는 의미였나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재미있더라고요.” -공연보다는 영화라는 의미인가요? “공연이랑 비교할 수는 없어요. 공연은 어릴 때부터 하던 일이니까요. 영화는 새로운 일이어서 하고 싶은 거죠. 특별히 신나는 건 없지만 매체가 다르니까 거기에 재미를 느꼈어요. 공연은 일단 스타트하면 멈출 수 없는데 영화는 신 바이 신(Scene by Scene)이니까 순간 집중도를 키우는 공부가 되더라고요. 또 전체 이야기를 미리 계산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반면 공연은 시작하면 ‘파투’가 나도 중간에 멈출 수 없어요.” -드라마 출연은요? “드라마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옛날엔 그냥 다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렌트’를 하고 싶어요. ‘렌트’ DVD를 다 봤는데 많이 봐도 볼 때마다 새롭더라고요. 특히 ‘마크’가 샘나요(웃음).” -끝으로 관객과 독자들에게 한 말씀. “‘엣지스’는 대화도 필요하고 이야기할 때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형식의 공연입니다. 드라마가 강하거나 흔한 뮤지컬에서 오는 감동 등을 바라고 오신 분들도 다른 형식에 익숙해지면 충분히 재미있을 겁니다. 공연장에 오는 일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