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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월드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완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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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9호 최영태⁄ 2010.12.06 14:39:25

최영태 편집국장 포탄이 나는 한국에 월드컵이란 밝은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하며 TV 앞을 지켰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각 유치국의 프레젠테이션 필름이 공개됐다. 국내 일부 언론들은 한국 필름이 “호평을 받았다”고 했는데, 외신에서는 혹평했다. 그래서 한국과 카타르의 월드컵 2022 유치 동영상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완패였다. 대회 유치와 관련된 전략-아이디어는 둘째 치고 가장 기본적인 동영상에서 한국은 예선 탈락이었다. 우선 카타르의 영상. 할리우드 풍이다. FIFA의 결정을 기다리는 카타르의 축구소년, 외국인 축구감독, 소녀, 이발소 할아버지 등의 표정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보이는 것은 그들의 동경과 절실함 뿐이었다. 눈동자와 표정은 만인 공통의 언어다. 소리 없이 카타르 동영상을 봐도 그들의 열망이 느껴진다. 다음은 한국의 영상. 수백 번 봐온 한국 자랑을 또 봐야 한다. 6.25전쟁의 잿더미, 거기서 일어난 한강의 기적, 붉은악마의 축구 사랑, 월드컵 7회 연속 진출, G20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타국 정상들과 포옹하는 장면 등등. 카타르의 동영상은 카타르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국 동영상은 한국에 대해 모르면 “오잉? 이게 뭔 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축구와 전쟁은 무슨 관계가 있으며, 양복 입은 중년 남자들이 국기 앞에서 껴안은 장면은 도대체 축구와 무슨 상관? 영국 기자 폴 켈소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의 필름이 가장 심각했다(most serious)”고 썼다. 그리고 한국인 중 일부는 이를 “한국 동영상을 칭찬했다”고 번역했다. 축제를 위한 동영상이 “왜 이렇게 심각해?‘라고 혹평을 했는데, 칭찬받았다고 좋아하니 참 저질 코미디다. 왜 한국의 홍보물에는 꼭 국격이, 국위선양이, 한국 경제가, 태극기가, 대통령이, 협회장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좀 보는 사람 입장 좀 생각해라. 예컨대 일본이나 중국이 월드컵 같은 축제를 유치하겠다면서 일장기나 오성홍기를 흔들어대고, 정치인이 얼굴을 내밀면 재미있겠는가? 일본이나 중국이 그런 동영상을 보여 주면 당신은 찬성표를 던질 것인가? 한국의 월드컵 유치 동영상은 국내 광고 업체가 만들었다고 한다. 안다, 그들의 고충을. 동영상 팀이 우선 납득시켜야 하는 것은 FIFA 위원들이 아니라 한국의 높은 분들이다. 그리고 이 분들은 태극기, 한국 경제, 6.25동란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의 유치 동영상은 맛없는 짬뽕이다. 국내 어른과 해외 어른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반대로 카타르의 동영상은 100% 호주 감독의 작품이란다. 그래서 카타르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 그러나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카타르 유치위원회가 잘 한 것 아닌가? 외국인이 만들었기에 외국인에게 먹힌 것 아닐까? 그래서 제안한다. 외국인에 볼 동영상은 이제 한국인이 만들지 말자. 외국인이 만들어야 그들 입맛에 맞게 만들 것 아닌가? 외국인에 맡기는 게 싫으면 적어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에게 맡기자. 적어도 그들은 한국의 ‘근엄하신 분들’에게서 좀 더 자유롭고, 현지인에게 어필하는 작품을 만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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