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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자동차 이야기]한미FTA로 미국 전기차가 몰려온다고?

‘복병’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책 마련하면 한국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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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4호 편집팀⁄ 2011.01.10 14:26:33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 최근 재합의된 한미FTA의 자동차 분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이번 한미FTA 자동차 협상은 그리 손해 보지 않은 협상이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선방했다는 얘기이다. 세계 최대 경제국과 협상하면서 여러 조건도 어렵고 또한 최근 북한 도발과 관련해서도 협상 자체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협상에서 그리 밀리지 않으면서 이 정도 결과를 도출한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확신한다. 자동차 협상과 관련해 지적된 몇 가지 문제를 점검해 보자. 자동차 분야 합의의 중요한 포인트는 미국 측에서 ‘한국 시장은 조건 없이 열고 미국 시장은 늦게 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산 차량의 수준은 아직 한국 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가 있을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연비 등 친환경 수준은 물론이고 소비자의 선택 기준인 차량 가격, 디자인, 실내외 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차는 최근 한 두 기종이 나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스타일을 벗어나 개선에 나서고 성과를 거둔다는 전제 조건이 만족돼야 그렇다. 미국의 대표 기업인 GM(제너럴 모터스)이 세계 시장에 내세우는 경소형 차 삼총사가 모두 한국의 GM대우가 만든 차일 정도로 미국 자동차의 세계 시장 공략은 쉽지 않은 형국이다. FTA 추가협상을 하면서 출발점이 완전히 다른 만큼 우리는 여유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수 있었고, 한국은 한EU FTA라는 칼자루도 쥐고 있어 더욱 지렛대 활용이 가능한 것도 큰 이점이었다고 판단된다. 미국 차의 한국 진출 때 환경 기준이나 안전 기준 등의 문제는 특히 이번 재협상 결과에서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미국 차가 한국 시장에서 많이 판매된다는 뜻이 아니라 시험을 볼 수 있게 원서를 낼 자격을 달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합격은 그 다음 문제다. 한국 시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있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의 미국 차 경쟁력으로는 한국 시장 진출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 빅3의 입장을 들어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차에 대한 관세가 당장 철폐된다고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둘째로, 10년에서 5년으로 당겨진 친환경 자동차의 국내 진출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그러나 친환경 차의 가장 대표 격인 전기차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확대되려면 10년은 걸려야 할 것 같다. 현재의 문제점인 가격, 배터리 내구성, 인프라 등 10여 가지 현안에 대해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기차에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인 리튬 계열 배터리에 있어 한국은 세계 정상급이고, 다른 시스템의 경우도 진행 상황에 따라 한국이 수 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장 그 중 한 모델인 GM의 시보레 볼트를 언급한다. 대표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차종이다. 그러나 볼트 역시 가격, 내구성 등 모든 사항이 입증되지 않았고 최종 소비자의 선택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 차라는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일본은 물론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 둘만 하다. 물론 기술 개발, 소비자의 인식, 환경 규제의 강화 등에 따라 친환경차의 도입 필요성도 커졌다는 사실은 큰 변수다. 그러나 한국도 그 정도의 준비는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예상이다. 셋째로, 국산 차의 미국 진출 시기의 지연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미국 관세 2.5%는 분명히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으나 몇 년 늦춰져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이미 한국 차는 미국 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정도로 품질, 가격, 마케팅 능력 등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예상되는 올해의 한국 차 판매량은 현대차 50만대, 기아차 35만대 수준이다. 앞으로 2, 3년 이내에 100만대 이상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높다. 한미FTA가 발효된다는 의미만으로도 프리미엄이 붙고 일본차가 위축될 기반이 시작된다는 부분은 더욱 기대가 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래의 먹을거리인 픽업 트럭 시장 등도 나중에 눈여겨 볼 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 이번 재협상에서 특히 한국이 많이 밀렸다고 판단하는 각종 항목들은 사실 ‘자동차 부품 관세 즉시 철폐’라는 항목 하나만으로도 상쇄 효과가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완성차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게 사실이다. 최근 해외 각국에서 한국 차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인정받으면서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자동차 부품 관세의 즉시 철폐는 수출에 날개를 달아주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부품 산업은 중소기업이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친환경차는 현재 촛불의 기세지만 머지않아 큰 불길로 타오를 것. 한국은 밧데리 등에서 최고 경쟁력 가졌지만 분발해야” 향후 과제도 고민해 볼 사항이다. 유럽과 미국 시장이 동시에 열리면서 기회도 당연히 늘겠지만, 동시에 유럽산 자동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면초가에 몰린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일본차 현지 공장에서 만든 차를 한국에 수출하는 활성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올해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7%를 넘어 4, 5년 뒤에는 15%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그 만큼 국산 차의 국내 시장이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출은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국내 시장 잠식을 줄이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친환경 차는 아직까지는 촛불의 기세지만 머지않아 큰 불길이 되어 흐름을 좌우하는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그 만큼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협상 내용 중 우리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져할 사항은 세이프 가드라는 긴급 수출입 통제 장치다. 이에 대해서는 기준 마련이 중요한 사안이다. 애써 일군 미국 시장에서 세이프가드 항목에 발목이 붙잡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EU FTA 등 지렛대를 이용해 방법을 마련하고 준비 자세를 갖추면 앞으로 FTA의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먹을거리를 찾는 대표적 수출지향형 국가다. 대표적 수출 업종인 자동차 분야에서의 FTA 협상 타결은 기본적 조건 중의 하나다. 분명히 이번 한미FTA 타결은 한국의 밝은 미래라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웃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의 전방위적인 FTA 타결에 위협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 만큼 우리는 지금까지 FTA 협상을 잘 해왔다. 이런 결과는 향후 국가 발전에 더욱 든든한 초석을 다지면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 그 동안 지적돼 온 여러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냉엄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차가 살아남을 기반을 만들길 바란다. 양국의 비준 절차가 한미FTA의 발목을 잡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한미FTA 협상단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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