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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규 건강 칼럼]얼짱 되려면 코로 숨 쉬어야죠

수면 패턴과 습관이 건강·미용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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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편집팀⁄ 2011.02.21 14:05:21

한진규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외래교수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수면 부족은 거의 모든 이의 생활에 일상화돼 있다. 예전 어른들이 말하길 ‘아이들은 자면서 자란다’고 했는데 요즘은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학교다 학원이다 하면서 바쁘게 돌아다니고 집에 와서도 게임-TV시청을 하느라 늦게 잠자리에 드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잠을 잘 자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이나 건강에 중요한 문제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는… 1930년대부터 수면 관련 연구가 싹트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뤄진 것은 불과 50년 전의 일이다. 그 전까지 잠은 그저 하루 종일 움직인 몸을 쉬게 함으로써 피로를 회복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간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될수록 잠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잠자는 동안 우리 몸은 피로를 풀고, 다음날 사용할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한 강력한 활동을 벌인다. 이런 활동은 수면의 각 단계에서 다르게 진행된다. 졸음이 쏟아지고 비몽사몽간에 몸이 무거워지면서 얕은 잠이 시작되고 이어 깊은 잠이 시작된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어 깊은 잠이 끝나면 다시 얕은 잠이 오고 우리 몸은 깨어난다. 이것이 대체적인 잠의 패턴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정교한 단계를 거치면서 잠이 진행된다. 수면은 그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마다 뇌에서 나오는 뇌파가 다르고, 근육의 이완 정도도 다르다. 깊이에 따른 구분 이외에 ‘렘 수면’이라는 또 다른 단계 역시 존재한다. 잠자리에 들면 서서히 1단계 수면에 접어들고, 이후 2, 3, 4단계로 진행되며 깊이가 더해진다. 흔히 1, 2단계를 얕은 잠이라 하는데, 3, 4단계의 깊은 잠을 위한 워밍업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4단계의 수면이 끝나면 렘 수면이 시작된다. 1단계에서 시작해 렘 수면까지 진행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0~120분 정도다. 하룻밤에 이런 순환이 4~6차례 되풀이된다. 되풀이 된다고 하지만 각 단계에 걸리는 시간은 그때마다 다르다. 수면 시간의 첫 1/3에는 3단계와 4단계 수면이, 수면 시간 끝의 1/3에는 렘 수면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꿈을 꾸는 렘 수면의 시간은 불과 20분 내외지만 깨기 직전의 수면 단계이므로 밤새도록 꿈을 꾼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잠을 자는 사이에 키가 클까요? 깊은 잠이 들었을 때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하루 중 가장 왕성하게 이뤄진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관여하는 성장 호르몬은 손상된 신체 조직을 회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질병을 자연치유하고, 몸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면역 시스템의 정비도 이때 이뤄진다. 3~4단계 수면(깊은 잠)에 들어가면 면역 시스템을 조절하는 물질의 분비가 활발해진다. 사람을 일주일간 전혀 재우지 않고 그 이후 잠을 자도록 하면 3~4단계 수면부터 취하게 되고, 그 이후 1~2 단계 수면(얕은 잠)을 잔다. 이는 전혀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인체가 자기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수면 단계를 무시하고 3~4단계 수면부터 자는 현상이다. 아침 기상 때 숙면 단계인 3~4단계에서 갑자기 자명종이나 소리, 자극 때문에 깨어난다면 그날 많은 피로를 느끼게 된다. 반대로 1~2단계나 렘 수면을 통해서 서서히 깨어나면 그 날은 훨씬 상쾌하고 개운함을 느끼게 된다. 육체의 피로회복제는 3~4단계 수면 이른바 숙면을 취했냐 여부는 이 3~4단계 잠을 얼마나 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단계 동안 체력의 회복과 성장이 이뤄지고, 각 근육과 장기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많아진다. 혈액을 통해 공급되는 산소와 에너지는 체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종 스트레스와 흥분으로 피곤해진 신경도 느슨해진다. 스트레스와 흥분 같은 자극을 받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 교감 신경을 누르고 부교감 신경이 몸을 지배하며, 이에 따라 진정과 이완 작용이 이뤄진다. 혈압이 낮아지며, 심장 박동도 느려진다. 전날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잠을 자고 나면 조금 편안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3~4단계 수면을 통해 부교감 신경이 활발히 활동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에게 적당한 취침 및 기상시간은? 발명왕 에디슨은 하루 3시간밖에 안 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수면이란 원시 시대부터 시작된 나쁜 습관이며 시간을 좀먹는 벌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이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10시간은 자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얼마를 잤든 둘 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한 인물들이다. 사람마다 수면 관련 생체시계가 달라 드물게 하루 4~5시간 잠자는 것이 적절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아에게 적정한 수면 시간은 10~11시간이다. 아침에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도가 자신에게 적절한 수면의 양이다. 어떤 이는 평균보다 많이 자야 하고, 어떤 이는 평균보다 덜 자도 된다. 잠자는 시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하루 4시간 이하로 자도 그 다음날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이들을 ‘숏 슬리퍼(short sleeper)’라 하고, 10시간 이상 자야 피로가 풀리는 이들을 ‘롱거 슬리퍼(longer sleeper)’라 한다. 그러나 10시간 이상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수면의 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적정 수면 시간은 선택 불가능한 것이다.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수면 시간은 최대 30분 정도로 그 이상 억지로 줄이면 수면 부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필요한 수면 시간보다 매일 30분씩 모자라게 자면, 대부분 주말에 부족한 잠을 몰아 자게 된다. 그러나 일요일에 늦잠을 자면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월요병에 빠지기 쉽고, 그러면서 또 주중에 수면 양이 모자라게 되면서 주말에 몰아 자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평소 자신의 적절한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서 개운하며, 하루 종일 피곤한 기미 없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적정 수면 시간이다. 적정 수면 시간 찾는 법 ① 가장 쉽게 잠들 수 있는 시간을 취침 시간으로 정한다. 가능하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 8시간 전이 좋다. (아이의 평균 필요 수면 시간: 10시간) ② 처음 정한 취침 시간을 일주일 동안 지키면서 일어난 시간을 기록한다. 만약 지금까지 수면이 부족했다면 하루 이틀 정도 빨리 깨거나 오래 잘 수 있으므로 이는 무시한다. ③ 알람시계 없이 일어날 수 없거나 하루 종일 피곤하다면 현재의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음 일주일은 15~30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 본다. 반대로 일주일 내내 일찍 깬다면 수면 시간이 길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15~30분 정도 늦게 잠자리에 들도록 한다. ④ 같은 방법으로 알람시계 없이 일어날 수 있고 하루 종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찾는다. 이렇게 해서 찾은 시간이 자신에게 알맞은 수면 시간이다. 잠을 푹 자면 집중력과 성적이 오를까? 당연히 오른다. 쥐에게 잠을 1주일간 자지 못하게 하면 쥐는 죽는다. 인간은 죽지는 않지만 거의 파김치가 될 것이다. 수면은 기억력과 지구력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스틱골드 박사는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연습하는 경우 어느 정도 하고 잠을 자는 것이 밤을 새우는 것보다 다음날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고 실험 결과를 밝혔다. 그는 24명을 상대로 수평 줄이 처진 컴퓨터 스크린에 6분의 1초 동안 나타나는 사선 막대 3개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기억하는 연습을 시킨 뒤, 이 중 절반인 12명은 잠을 자게 하고 나머지 12명은 두 번째 밤 연습 시간까지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첫날 밤에 잠을 잔 그룹은 첫날 테스트 때보다 훨씬 성적이 좋게 나타난 반면, 첫날 밤을 샌 그룹은 전혀 성적이 좋아지지 않았다. 수면의 양이나 질을 무시한 채 시험을 준비하거나 일상생활을 지내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이 실험은 보여 준다. 수면 중 꿈을 꾸는 렘 수면 때는 몸의 움직임이 멈추는 대신 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최근 깨어 있는 동안과 수면 중 각각의 수면 단계에 뇌의 활동을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관찰한 결과, 깨어 있는 각성상태보다 렘 수면 때 뇌의 활동이 오히려 활발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렘 수면 동안 뇌에서는 신경 전달 물질이 새로 활발히 만들어진다. 신경 전달 물질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지식이나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경 전달 물질은 그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 만들어 줘야 한다. 하루 동안 입력된 기억을 정리하는 작업도 이루어진다. 폐기할 기억과 저장할 기억이 구분되고, 저장할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나뉘어 차곡차곡 분류된다. 꿈은 어떻게, 왜 꾸는 건가요? 렘 수면 중에는 대개 꿈을 꾸므로 꿈 수면이라고도 부른다. 렘 수면과 꿈은 뇌간(brainstem)에 있는 뇌교(pons)와 주위의 뇌 구조물에 의해 시작되는데, 뇌교는 시상(thalamus)과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신호를 보낸다. 또한 뇌교는 척수(spinal cord)에 신호를 보내 렘 수면 동안 운동신경이 마비되도록 만든다. 렘 수면은 스트레스 해소, 정신적인 피로의 회복, 기억력, 감정 조절 등에 필요한 잠이다. 렘 수면이 부족하면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고 짜증을 잘 내며, 기억력이 나빠지고 정신 집중에 장애가 생긴다. 렘 수면 동안 뇌파를 기록하면 사람 뇌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하는 해마(hippocampus)라는 뇌 조직에서 규칙적인 세타파가 나타난다. 뇌파 모양이 톱니를 닮아서 ‘톱니파’(saw tooth wave)라고도 부른다. 이 뇌파는 낮에 해마에 모였던 여러 가지 보고 들은 정보를 대뇌피질(cerebral cortex)로 보내 기억이 오래 저장될 수 있도록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렘 수면이 부족하면 장기 기억을 잘 못해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게 된다. 소아 때 수면습관이 평생 얼굴 틀을 결정해 특히 소아기에 잦은 코 막힘, 편도선, 아데노이드 감염 등으로 입을 벌리고 잠을 자면 과도하게 턱 근육을 사용해 턱 형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수면 클리닉은 이와 관련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턱 모양이 비슷한 어린 원숭이 두 마리를 대상으로 한 마리는 한쪽 코를 막아 수면 중 입으로 숨을 쉬게 하고, 다른 한 마리는 호흡에 곤란이 없도록 하고 몇 년 뒤 턱 형성의 차이를 봤다. 그러자 수면 중 입으로 숨을 쉰 원숭이는 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작은 무턱을 가진 원숭이가 됐다. 반면 코로 숨을 쉰 원숭이는 예쁜 모양의 턱을 가진 ‘얼짱’ 원숭이가 됐다. 소아의 얼굴 틀은 10세 전후에 완성된다. 따라서 아이가 입을 벌리거나 심하게 코를 골고 잔다면 얼굴 틀이 형성되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예쁜 얼굴 틀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수면 무호흡(잠자면서 일시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현상) 환자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수면 클리닉에서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치료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김 모 씨는 자기와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둘째 아들이 밤에 입을 벌리고 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수면 클리닉을 아이와 함께 찾았다. 수면 검사 결과 아버지는 지속적 기도 양압술을 처방 받았고, 아들은 편도선과 아데노이드 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석 달 뒤 아들은 구강 호흡 없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부산하고 들떠 있던 성격이 침착하고 진득하게 바뀌었다. 아는가? 얼짱이 되려면 코로 숨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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