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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 폭풍, 봄정국 핵폭탄 되나?

구제역은 농촌 문제였지만 침출수는 전국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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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심원섭⁄ 2011.02.21 14:16:42

구제역이 발생한 지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구제역 자체는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더 큰 ‘구제역 폭탄’이 터질 듯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서둘러 산 채로 매몰된 소-돼지 등이 부패되면서 가스가 분출되고 동물의 피가 일부 매몰지에서 터져 나오는 등 침출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침출수 문제는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더욱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상수원 인근 매몰지에서 부패된 침출수가 흘러나올 경우 악취와 식수원 오염 등의 위험 때문에 사태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여태까지의 구제역 사태가 ‘농촌 문제’였다면 침출수에 의한 상수원 오염은 ‘도시 문제’가 되면서, 정국에 큰 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전국의 매몰지는 4632곳이다. 일부 매몰지에서는 부패 가스와 함께 돼지 사체가 분출되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매몰 동물의 사체가 부패하면서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사람 입으로 들어갈 식수와 농작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위협이 뒤따를 수 있다. 매몰지 침출수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급기야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는 2월 1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가축 매몰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매몰지 관리 정부합동 태스크포스 팀, 그리고 대학교수 및 환경 전문가가 포함된 지자체 사후관리반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곳에는 침출수가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차수벽을 설치하고, 매몰지 주변에서 침출수가 발생할 경우 경보가 울리는 첨단 센서를 부착해 24시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살처분 가축의 매몰로 인한 2차 오염이 처음서 부터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확산을 막는다는 당장의 목표에만 초점을 맞춰 '일단 묻고 보자' 식의 단기 처방으로 정부 대책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예 매몰 지침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구제역 매몰과 관련된 정부 지침으로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 행동 지침', 그리고 환경부의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 지침'이 있는데, 그 내용이 일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들 지침에는 '가급적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곳'이란 애매한 문구가 있는가 하면, 환경부의 지침에는 ‘하천을 중심으로 반경 30m 이내에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는 등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식수'와 맞물려 있는 매몰지 침출수 문제에 집중하며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하면서 여권에 '구제역 국정 조사'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2월 16일 브리핑에서 "봄이 오고 땅이 녹으면 부실하게 살처분된 가축들로 썩은 물을 마실까 걱정"이라며 "정부의 부실한 국정 운영이 죄 없는 300만 마리의 가축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국민의 건강까지 죽일 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현희 원내 대변인도 〃2월 국회는 구제역 국회가 돼야 한다〃며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늑장 대응, 부실한 매몰 처리와 사후 관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국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운운하며 정치적 공방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수습에 총력하며 민생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4.27월 재보선 앞두고 ‘국민이 가장 민감해 하는 식수 문제'와 맞물리면서 수도권 민심에 큰 변화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예상 나와 이처럼 2월 국회 의사 일정 협상 시 구제역 국조를 전제 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던 민주당이 다시 국조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은 침출수 문제가 가진 파급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구제역특위 실사단을 충남 홍천군 매몰지에 파견하는 등 침출수 문제 공론화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침출수가 문제될 수 있는 매몰지가 전국에 걸쳐 있어 더는 구제역이 ‘농민 이슈'가 아닌 데다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식수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4.27 재보선을 앞둔 3∼4월에 '방역 무능론'이 재보선 핵심 이슈로 부상하는 등 침출수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처럼 침출수 문제가 현실화되면 분당을 같은 수도권 민심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출신으로서 여당의 구제역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운천 최고위원이 2월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한 질문을 받자 〃2월 말쯤 2차 접종이 끝나고, 1차 항체가 완성이 되면 아마 3월부터는 완전 소강상태로 구제역이 종식될 것으로 본다〃고 섣부른 공언을 해서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난을 샀다. 더구나 같은 날 농림수산식품부 유 장관이 주재한 '구제역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태스크포스' 자문회의에서 유 장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구제역 3차 백신 접종이 마무리 되는 올 연말께가 되어야 구제역의 추가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 최고위원과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린 바 있다. 당정 협의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시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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