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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왜 한국은 피자 배달도 후진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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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최영태⁄ 2011.02.21 14:17:39

최영태 편집국장 18세 청년이 오토바이로 피자를 배달하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버스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2월13일 일어났습니다. 피자 배달에 관한 한 유명한 광고 슬로건이라면 ‘30분 안에 피자를 배달하지 않으면 무료’를 들 수 있겠죠. 30분 안 배달이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피자를 굽는 데 아무리 빨라야 5~10분 정도가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실제 배달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5~20분 정도에 불과하답니다. 미국의 도미노 피자가 ‘30분 안 배달’ 광고를 시작한 것은 1973년입니다. 까마득한 옛날이죠. 피자 배달에 관해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들자면 여러 가지가 있죠. 우선 교통 사정이 하늘과 땅입니다. 뉴욕이나 LA 도심 같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교통체증이 거의 없는 게 미국입니다. 더구나 미국에서 피자 배달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훨씬 안전한 자동차로 하죠. 게다가 교통 사정은 또 어떻구요? 미국에서는 한적한 뒷골목이라도 ‘일단 정지’(Stop) 표지판이 있으면 100% 완전 정지를 했다가 출발합니다. 빨간 신호등을 무단으로 넘나드는 차량은 거의 없죠. 반대로 우리는 어떤가요? 신호 위반은 거의 ‘상시적’이고 신호등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한심해지죠. 교통위반 단속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어기는 사람은 돈 벌고, 지키는 사람은 바보 취급당하며 뒷차로부터 “빵빵” 공격을 받는 나라입니다. 흔히 한국과 미국에서 도미노 피자의 30분 배달 시스템이 똑 같이 적용되는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교통 천국’인 미국에서는 이미 80년대 중반에 이 ‘30분 안 배달 아니면 공짜’ 정책이 사라졌습니다. 반면 ‘교통 지옥’인 한국에선 아직도 이 시스템이 진지하게 실행되고 있다니 대형 코미디입니다요. 미국에서 도미노 피자의 30분 배달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사법부입니다. 이미 80년대 중반에 도미노는 30분을 넘겨 배달돼도 피자 전체를 무료로 주지 않고 3달러만 깎아 주는 정책으로 돌아섰지만, 결정적으로 완전폐기된 것은 1992, 93년 연달아 일어난 피자 배달 교통사고 때문입니다. 1992년 인디애나 주에서 피자 배달 차에 한 여성이 치어 숨지자 미국 법원은 280만 달러(28억 원 상당)를 위자료로 지급하도록 도미노에 판결했습니다. 이듬해에 또 사고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피자 배달 자동차가 빨강 신호등을 어기고 달리다 한 여성의 차를 들이받았고 법원은 이번엔 무려 8천만 달러(800억 원 상당)의 배상금을 매깁니다. 법원이 이렇게 무섭게 다루니 아무리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이라도 집어치우지 않을 수 없겠죠? 그래서 현재 전세계의 도미노 피자 체인 중 30분 안 배달제를 고수하는 나라는 8개국에 불과하고, 모두 후진국들입니다. 한국은 꼭 이런 후진국 대열에 끼어야만 하나요? 생각해 봅니다. 한국의 법원이 무리한 배달을 하다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아니면 행인이 치어 죽였을 경우 과연 대기업에 800억 원 배상금을 물릴까요? 괜히 대기업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가 치도곤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게 한국 아닙니까? 정치권은 ‘공정사회’를 하루가 멀다고 말하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은 수십만 부가 팔려 나가는 이 나라에 정의는 과연 살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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