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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슈스케, 위탄…가수발굴 프로그램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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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3호 최영태⁄ 2011.03.14 14:40:50

최영태 편집국장 케이블방송의 ‘슈퍼스타K’(줄여서 슈스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더니, 이제 그 불길이 MBC TV의 ‘위대한 탄생’(위탄)으로 옮겨 붙으면서 가수 발굴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최종 결선까지 오른 후보 가수들을 이미 각기 팬을 확보하고, 이런 팬들은 TV 앞에서 “우리 OO이 이겨야 하는데”라면서 가슴을 졸인다. 노래방을 통해 전 국민의 ‘아마추어 가수화’가 이뤄지더니 이제 ‘전 국민의 프로가수 지망생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런 가수발굴 프로그램에서는 눈물이 넘친다. 합격해도 눈물이고, 떨어져도 눈물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원조는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로 출발해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을 지나 이제 한국의 슈스케, 위탄까지 이어졌는데, 화면의 분위기는 영·미와 한국이 완전히 딴판이다. 영·미의 화면에서는 화사함과 신랄한 비판이 있을 뿐 눈물은 거의 없다. 반면 한국의 화면에서는 지배·복종의 관계와 눈물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각 조별 참여자들이 일렬로 늘어선 상태에서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는, 즉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법은 지배자(심사위원)와 복종자(경연 출전자)라는 신분관계를 극명하게 갈라놓지 않으면 속이 시원하지 않는 듯한, 지극히 한국적인 장면이다. 영·미의 가수발굴 프로그램에서는 출전자들이 한 사람씩 무대에 오를 뿐, 한국처럼 일렬종대로 늘어서는 ‘고문’을 당하지는 않는다. TV는 이렇게 실제 세상을 반영한다. 영·미 출전자들은 떨어져도 좀처럼 울지 않는다. 반면 한국인들은 TV 안이건, 밖이건 온통 눈물바다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노래를 부르는 출전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이들의 성공 또는 실패를 보는 시청자도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린다. 또한 이런 생각도 든다. 요즘 한국에 사는 것이 너무 힘들기에 젊으나 늙으나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축제라도 참가한 듯 희희낙락 하는 영·미 젊은이들의 모습과, 벼랑 끝에 몰린 듯 안간힘을 쓰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은 이렇게 다르다. 슈스케에서는 한국 사회의 성공법칙인 ‘학력·집안’이란 배경이 거의 없는 젊은이 허각이 우승을 차지해 한국에서 극히 드문 성공의 한 사례를 기록했다. 앞으로 가수발굴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개천에서 용 나는’ 성공 사례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요즘 70, 80년대 통기타 가수들이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옛날 실력을 보이면서 새삼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의 근원은 그들의 실력, 음악성이다. 통기타 세대 이후 한국 가요계는 ‘기획사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기획사에 발탁되지 않으면 가수로 데뷔할 수 없거나, 외모가 안 되면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가수가 될 수 없는 기현상이 생겼다. ‘가수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란 기현상이다. 이런 폐단도 가수발굴 프로그램 덕에 일부 시정될 수 있을 것 같아 반갑다. 한국인이 유별나게 사랑하는 ‘노래’란 수단을 바탕으로 이렇게 새로운 성공의 공식이 하나 만들어졌으니, 이제 이런 성공의 법칙이 노래를 벗어나 다른 분야로도 좀 더 퍼져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할아버지·아버지가 별 재산이 없어도 누구나 노력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 성공하고, 아이디어만 좋으면 사업에서도 성공하고, 대입에 실패해도 제2, 제3의 성공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될수록 ‘한국의 눈물바다’ 현상이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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