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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한국 원전은 후쿠시마와 달리 안전하다…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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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4호 최영태⁄ 2011.03.21 14:19:32

최영태 편집국장 일본 동북부 해안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 같지는 않았다. 일본답게 잘 대처해 나갈 것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태가 원전 폭발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의 표정은 달라졌다. “첨단기술과 안전매뉴얼을 갖춘 일본이 저 정도라면 우리는…”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외형적으로 드러난 사고 원인은 ‘비상 전기 공급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강진이 원전을 강타했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 후쿠시마 원전에는 비상 전기공급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냉각수 순환 설비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원자로들이 하나씩 폭발하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원전처럼 위험한 시설에는 ‘만약의 만약을 대비하는’ 시설들이 여러 겹으로 설치돼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간의 원전 사고를 보면 당국자가 “우리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장담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그래도 사고는 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사상 5번째로 강력하다는 지진 탓에 일어났지만, 1979년 세계를 놀라게 만든 미국 스리마일 아일런드의 원전 사고는 ‘5겹의 안전설비’가 정말 우연하게도 무력화되면서 일어났다. 미국 언론인 말콤 글래드웰의 책 ‘What the Dog Saw'에는 스리마일 아일랜드의 원전 누출 사고 당시 5겹 안전장치가 어떻게 무력화됐는지 묘사돼 있다. 우선 거대한 물 필터인 ‘폴리셔’가 막힌다. 이런 일은 이 원전에서 흔한 일이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보조 냉각장치가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 보조 냉각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오작동 사태를 막기 위해 통제실에는 ‘보조 냉각장치 작동 안 함’이란 경고등이 들어오게 돼 있었다. 경고등은 들어 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경고등 위에는 그날따라 ‘수리 중’이라는 전표가 달려 있어 경고등을 가렸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또 안전장치가 있었다. 구조 밸브가 닫히면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이었지만 또 다시 웬일인지 이 밸브가 닫히지 않았다. 이 구조 밸브가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경고장치 역시 이날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정말 우연하게 일어난 다섯 개의 ‘별난 일’이 합쳐지면서 스리마일 아일런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만일의 만일의 만일을 위한 장비를 갖춰도 사고가 나려면 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사례다. 미국 예일대의 사회학자 찰스 페로우는 이런 사고를 “비정상적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고”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정상적이란 ‘일어날 게 일어난 것’이란 의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수많은 부품과 장치가 연결돼 작동하는 현대 기술의 집약체에선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한국은 물론 원전의 안전장치를 우선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또 하나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난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모두의 가슴에 새겨 넣는 작업이다. 일본은 ‘매뉴얼 대국’이라지만 지금 혼란을 겪고 있다. 매뉴얼 부재의 비극을 우리는 지난 구제역 사태에서 맞봤다. 따라서 지금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로 안전하니 절대 사고 없다”고 장담만 하면 안 된다. ‘정상적인 재난 일어날 때’를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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