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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SK텔레콤 등에서 받은 6억 새 쟁점

‘에리카김·한상률 사건’ 석연찮은 수사에 의문만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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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심원섭⁄ 2011.03.28 11:28:37

‘BBK 사건’의 주역 중 한명인 에리카 김이 2월 25일 미국에서 돌연 입국하면서 세간에는 기획 입국설, 정권과의 거래설 등이 무성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런 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검찰은 김 씨에게 허위사실 유포에는 ‘공소권 없음’ 결정을, 횡령 혐의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등 면죄부를 안겨 줬다. 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 체류 시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로부터 6억 원 이상의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지만 이 역시 축소수사 의혹에 휩쌓여 있는 상태다. 우선 에리카 김에 대한 검찰의 조처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파격적이다. 회사 자금 31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하고서도 동생 김경준 씨가 중형을 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부터가 그렇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도 하지 않았던 검찰이 시효중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공소시효 소멸을 들고 나온 것도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애초부터 결론을 내놓고 수사는 단지 시늉만 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에리카 김 면죄부 받았지만 뒷말은 무성 에리카 김의 범죄 혐의는 △‘BBK 의혹’ 등 허위사실 공표(선거법 위반) △주가 조작(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및 증권거래법 위반) △옵셔널벤처스 법인 자금 횡령 등 세 가지이지만 검찰의 선처를 ‘확실하게’ 받는 대신에 ‘보은’도 확실히 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그녀가 “이명박 후보가 BBK 실소유주라는 2007년 발언은 거짓말이었다”는 등의 진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혐의 벗기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는 에리카 김이 지난 2007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생 경준이가 범죄자면 이 후보도 범죄자다”는 등의 주장까지 했던 것에 비하면 태도가 180도 바뀐 셈이다. 그때의 말이 거짓이고 지금의 진술이 진실인지, 아니면 반대로 이제는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지는 당사자의 양심만이 알 것이라고 판단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김 씨가 이런 말 바꾸기를 통해 자유의 몸이 됐을지는 모르지만 인격과 신뢰성은 파탄 상태에 빠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검찰은 김 씨의 혐의 가운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상 횡령은 인정하되 동생 경준 씨가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고, 주가 조작과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각각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그러나 김 씨의 ‘기획입국설’에 대한 조사가 다소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결과적으로 김 씨가 면죄부를 받는 모양새로 사건이 종결돼 야권으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검찰은 형사 처벌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졌던 특경가법 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선, 김 씨가 동생 경준 씨와 공모해 2001년 7∼10월 창업투자회사 옵셔널벤처스의 자금 319억 원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빼돌린 혐의를 받아왔지만 여러 정상을 참작해 불기소 처분 배경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씨가 경준 씨가 운영하던 옵셔널벤처스(현 옵셔널캐피털) 코리아의 이사로 등재돼 회사 운영에 관여했고, 범행에 이용된 계좌의 공동인출권자로 등록됐는가 하면, 계좌 간 인출 송금을 직접 담당한 점을 정황 증거로 들어 그녀가 경준 씨의 횡령 범행을 인식하고 일부 가담한 점을 인정했다. 김 씨가 횡령한 돈으로 미국 베벌리힐스에 350만 달러 상당의 주택을 구입하고, 경준 씨한테서 12만 달러를 받은 것을 비롯해 수십만 달러가 그녀의 개인계좌로 이체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가 경준 씨 지시에 따라 범행을 도운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경준 씨가 이 사건으로 징역 8년에 벌금 100억 원의 중형을 선고받은 점 △김 씨도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이 취소되고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점 △김 씨가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옵셔널캐피털 코리아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횡령 금액 390억 원 상당의 배상책임을 지고 있고 △부동산과 예금 등이 압류된 점 등도 정상 참작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수사 종결로 이 대통령 ‘무죄’ 확실하게 굳혀 하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140억 원대의 투자금 반환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김경준 씨와 다스 쪽이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스위스에 있는 김 씨 남매의 재산이 재판 결과에 따라 날아갈 처지에 있다는 점에서 양쪽이 타협해 재산을 나눠 가지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씨가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는 자필 청원서까지 보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검찰이나 청와대 등에서는 에리카 김에 대한 수사 종결로 이 대통령의 ‘무죄’가 더욱 확실하게 굳어졌다고 흡족해 할지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오히려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리카 김에 대한 면죄부, 다스와의 합의 등 최근 일련의 사태가 하나의 잘 짜인 각본처럼 보이면서 의혹과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이명박 후보가 ‘BBK 실소유자’라며 김 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에 대해 검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개월)가 완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시효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가 미국 법원에서 별건으로 6개월 가택연금과 3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을 피하고자 국외에 도피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 조작 혐의도 공소시효가 완성된 데다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검찰은 들었다. 또한 검찰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획입국설을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기획입국설은 김 씨의 입국이 그림 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BBK 소방수’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의 입국 시점과 겹치면서 유력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가 2009년 5월 이 사건 수사 당시 이메일 등으로 검찰 조사에 응했고, 보호관찰이 끝나면 자진해 조사받겠다는 약속대로 입국해 조사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기획입국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2008년 2월 사문서 위조, 허위세금 보고 등의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로부터 가택연금 6개월에 보호관찰 3년의 처분을 받아 국내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뜻으로 검찰은 풀이한 셈이다. 검찰은 “김 씨가 ‘보호관찰 기간에 기소중지 상태에서는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며 여러 차례 자진 입국해 조사를 받겠다고 피력했다”고 전했다. 김 씨 자신도 세 차례 조사에서 “한상률 전 청장과 김재수 전 총영사의 입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처럼 검찰은 여러 정황을 들어 “김 씨가 경준 씨의 범행을 도운 것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런 결론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단순히 ‘조력자’에 불과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남아 있다. 에리카 김이 경준 씨의 회사 설립을 물심양면으로 측면지원하면서 주요 보직을 맡았고 전반적인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씨가 경준 씨한테서 횡령 자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거액의 자금이 김 씨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드러나 범행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 격인 옵셔널캐피털 측도 “횡령의 시작은 경준 씨였으나 종국에 와서 그 횡령금액을 수령한 사람 중 하나가 에리카 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김 씨가 범행을 공모한 점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진 입국해 조사에 응한 김 씨에게 여러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점을 들어 섣불리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정권 말기에 의혹이 남을 만한 사건을 미리 털고 가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검찰의 에리카 김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동생 김경준을 볼모로 에리카 김의 입을 묶고 그녀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예상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에리카 김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그런데 왜 한명숙 전 총리에게는 그렇게 압박을 가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사실이 아닌 것을 조작해서 입을 열게 만들려고 하는지 검찰의 태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검찰의 수사 태도가 사안에 따라 천양지차로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어떻게 해서든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한상률, 에리카 김, 상하이 스캔들, 장자연 사건 등 모든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 민주당은 노력할 것이며, 역사는 반드시 사실을 밝혀 국민의 의혹을 풀어 주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 전 청장이 미국 머물 때 돈 준 기업들 조사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그가 미국에 도피 중일 때 국세청 직원들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서 생활비를 보태줬다는 새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09년 3월부터 23개월간 미국 체류 시 그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10여 곳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6억 원 이상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률 전 청장, ‘개인비리로 사법처리’ 가닥잡히나 물론 한 전 청장은 이 돈을 ‘정상적인 자문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물의를 일으켜 국세청장 자리를 중도에 하차한 뒤 도망치다시피 미국으로 출국해 장기간 머무르고 있던 사람에게 굳이 기업들이 돈까지 줘가며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눈치를 보게 마련인 기업들이 자청해서 그런 거액을 줬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특히 한 전 청장의 위해 국세청 직원이 직접 나서서 돈 심부름을 했다면 더욱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고, 뭔가 구린 사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만한 정황이다. 한 전 청장의 이른바 ‘그림 로비’에 대해 검찰은 김 모 전 지방국세청장의 감찰 조사를 담당했던 국세청 직원 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고, 김 씨의 감찰 조사 배경과 사직 경위 등과 관련해 당시 정황을 파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 전 청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으며, 인사청탁을 위한 그림로비 의혹과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모 지방국세청장은 2007년 당시 한 전 청장과 차기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인물로, 당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세청의 자체 감찰조사를 받은 뒤 사직했다. 한 전 청장은 그해 11월 청장으로 승진했다. 한 전 청장으로부터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받은 전군표 전임 국세청장 부인은 2009년 1월 “한 전 청장이 학동마을을 선물하면서 경쟁자인 김 씨를 밀어내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가 이후 “그 그림은 순수한 선물이었다”고 번복한 바 있다. 안 그래도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연임 로비 등의 혐의로 고발됐지만, 세간의 관심은 단순한 연임 로비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한 전 청장은 이 대통령의 차명소유 의혹이 있는 서울 도곡동 땅의 진실과,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등을 알 수 있는 핵심 인물로 꼽혀 왔다. 만약 이런 의혹 중 상당 부분이 진실로 드러난다면 그는 현 정권의 약점을 단단히 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 전 청장의 비리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 전 청장이 재임 중 부하 국장에게 거액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벌써부터 터져 나왔으며,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파다했는데도 검찰은 수사를 미적대기만 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한 전 청장 등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도 수사에 착수한 지 보름이 훌쩍 넘어 여론의 질타가 있은 뒤에야 청구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 직원들이 한 전 청장에게 돈을 보내도록 기업들에 요구하거나, 직접 돈을 건네받아 송금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개인적 인연으로 할 만한 선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이 조직 차원에서 한 전 청장에게 돈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국세청은 자체 감사를 통해 검찰 조사를 받은 직원의 진술 내용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사를 받는 국세청 직원들이 제대로 진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민주당도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해 한 전 청장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하늘과 땅을 뒤바꾸는 만행”이라며 “조세 정의의 산실이 돼야 할 국세청마저 이제 이명박 정부 아래서 무너져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는 “검찰은 즉각 수사결과를 명명백백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떤 기업들이 한 전 청장에게 돈을 주었는지 밝혀야 하며, 그 진상이 은폐된다면 국민은 이명박 정권에 최종적 화살을 겨눌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김현 부대변인 역시 “국세청 직원들이 기업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아 한상률 전 청장에게 돈 심부름을 했다니 경천동지할 일”이라며 “물의를 일으켜 중도하차한 한 전 청장에게 대기업이 고문료를 줬다는 어처구니없는 해명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검찰이 죽은 권력에 대한 수사에 보인 집착을 국민은 기억한다”면서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호들갑을 떨며 제 밥그릇 챙기기만 급급하지 말고,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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