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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첫 홀은 모두 파로 합시다”

외국인이 본 재미있는 한국 골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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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2호 김맹녕⁄ 2011.10.25 19:32:53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 금융사의 A사장은 언제나 첫 홀을 마치고 나면 으레 ‘모두 파’라고 선언한다. 이유를 물으면 서슴지 않고 ‘일파만파’ 코리안 골프 로컬룰 아니냐고 장난기 섞인 말로 대답한다. 그는 한국에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많은 한국 사람과 라운드 경험도 많고 가보지 않은 골프장이 없을 정도로 골프광이다. 그에게 한국 골퍼의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대답을 한다. 그 중 하나가 ‘한 자리 핸디캡 골퍼에게는 은행 대부도 해주지 말고, 자동차 트렁크에 골프 세트가 실려 있으면 비즈니스 상담을 하지 말라’는 골프 속담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기는 즉각 반박한다는 것이다. 골프에 빠지다 보면 비즈니스나 업무를 등한시하고 소홀히 해 회사 업무가 파탄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많아 경고성 문구로 유행한다고 보지만, 골프에서 싱글 핸디캐퍼가 될 정도로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면 억척같이 일을 해 사업에 성공할 확률이 많다고 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어 그는 한국인들이 골프 스코어에 꽤나 후하다고 한다. “더블 파 이상은 없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소리다. 또 동창회나 라이온스, 상공회 등의 골프 모임에 가면 핸디캡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사람을 꽤 본다는 말이다. 자기 자랑 할 때 핸디캡과, 시합이나 내기 때 핸디캡이 다르다고 꼬집기도 한다. 또 그린 위에서 높은 분의 볼이 컵 근방에만 오면 모두 “OK”라고 함성을 지르는 장면을 자주 보아 자기도 요즘은 따라한다고 한다. 또 그린에서 본인이 스스로 “OK야” 하고 볼을 마음대로 집어가는 모습을 보고 클레임을 걸면 “트리플이니까 봐줘” 하면 모두 말없이 긍정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 있다고 그는 의아해 했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 골프장의 매력은 목욕탕 시설이라고 그는 칭찬한다. 처음 한국에 와서는 이질 문화에 상당히 당황했는데 요즘은 뜨거운 탕에 몸을 지지는 것이 골프 라운드의 즐거움보다 좋다는 소리다.

골프가 끝나고 끼리끼리 거창한 저녁식사에 맥주·소주를 합친 폭탄주를 마시면서 크게 떠들어대는 19번 홀 문화를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았지만 지금은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A사장. 한국인들은 정도 많고 인심도 후하고 캐디가 친절하며, 골프장 시설도 훌륭해 좋은 데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없고 해서 골프 라운드를 할 때 전혀 부담이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은 한국의 골프장이 300여개 정도에다 골프 인구가 3백만 전후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신지애, 양용은, 최나연, 최경주 같은 세계적인 골프 스타가 탄생했는지라고도 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본사 임원에게 설명하기가 꽤 어렵다는 소리다. 그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한국의 골프 코스가 매우 좋고 축구·골프·야구에 열광적인 한국인들을 존경한다면서 자기도 영원한 ‘제2의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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