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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대기업 목돈 해외에 퍼주기가 대한민국의 미술 진흥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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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6호 최영태⁄ 2011.06.13 14:40:24

최영태 CNB뉴스 편집국장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삼성 리움미술관 홍라희 관장을 상대로 내민 ‘밀린 그림값 소송’이 화제다. 그림 한 점 값이 200억, 300억이라니 정말 억억 소리가 난다. 베이컨이니 디 쿠닝이니 하는 해외 작가들이야 워낙 유명하니 그림 값이 수백억 나간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의 작품이 그간 해외 경매들에서 팔린 기록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베이컨이야 기괴한 그림으로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그렇다 치고, 디 쿠닝의 낙찰가는 해외에서 대개 수십억 수준인데 왜 한국에선 수백억으로 ‘곱하기 4배쯤’ 되는지 모르겠다. 국내 미술계의 고명하신 선생님들은 미술 문외한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호통을 친다. 그러나 미술품도 상품처럼 거래되기는 마찬가지인데, 해외에서 100만원에 팔리는 물건이 물 건너 왔다는 이유만으로 400만원으로 네곱에 팔린다면 문제 아닌가? 소비자가 화낼만 하지 않은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야 쳐다볼 수도 없고 재벌 사모님들이나 사는 물건이니 신경 쓸 필요가 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재벌 회장이 수십, 수백 조씩 상속세를 빼돌려도 “내가 재벌 회장이라도 그랬을 걸?”이라며 한발 먼저 이해하는 통큰 대한민국 국민들이니 이런 말도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일전에 어느 자료를 보니 삼성그룹의 상속세를 ‘법대로’ 받아냈다면 국민 한 사람에게 1천만 원씩 나눠줄 수 있을 엄청난 상속세가 걷혔을 것이란다. 나는 대물림하는 재벌들이 잘 되는 모습보다는 내가 1천만 원을 받는 모습이 더 그립다. 미술품이 부자들에게 인기있는 것은 재산증식 수단이 되면서 동시에 양도세도 없고, 상속-증여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렇게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은 ‘미술 진흥’ 때문이란다. 그런데, 한국 재벌들은 해외 작품, 작가, 화랑만 진흥시키려 드니 그 속내가 영 궁금하다. 국내 미술 작품들이야 가격이 뻔하고 단가도 낮으니까 ‘뻥튀기 작전’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비싼 해외 작품을 일부러 찾아다니고 겁나게 비싼 값으로 사고 파시고, 세무-금융 당국은 두 눈 다 감고 계시고…. 이게 정상국가의 모습인지 묻고 싶다. 해외에서 60억 하는 미술품을 한국에서 200억에 팔아도 아무 말 없는 이 나라에선 얼마 전에 배 곪던 작가가 굶어죽었고, 돈 없어 학교 못 다니겠다는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해외 화랑, 작가에게 내주는 수백, 수천억 원 중 정말 콩알만큼이라도 떼어서 가난한 국내 작가, 화가, 학생들에게 나눠 줄 마음이 그들에게는 정말 없는 것일까? 알아서 하면 좋겠지만 그들이 알아서 못하면 강제시키라고 있는 게 관공서고 국세청이다. 즉 ‘공정한 심판관’들이다. 그런데 힘없는 사람 때려잡는 데는 도가 튼 한국의 힘있는 기관들은 대기업 문전에만 가면 몽둥이가 흐늘흐늘해지니…. 일전에 국내 최고 호텔에서 한복 입은 사람을 출입금지 시켜 난리가 났었다. ‘돈이 안 된다’며 한식당을 천대하고 한복을 천민복장 취급하는 재벌의 행태와, 국내 미술품은 그림으로 치지도 않으면서 해외 유명작품에는 ‘부르는 대로’ 돈을 주는 재벌 사모님들의 행태는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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