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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취급하는 자문형 랩, 높은 수익률만큼이나 투자위험도 커

투자자 보호 장치 미흡해, 약관 등 꼼꼼히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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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8호 이정하⁄ 2011.06.27 14:39:53

신한은행는 이달 6월 10일 프라이빗뱅크(Private Bank) 영업점에서 ‘신한프리미어 자문형 신탁’을 출시했으며 같은 달 15일부터는 일반 영업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가울투자자문, 아이에셋투자자문 등 6개 자문사와 제휴하고 7월초쯤 ‘우리자문형신탁’을 출시할 예정이며, 기업은행도 올 하반기에 자문형 신탁 판매를 개시할 방침이다. 지난달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자문형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공동으로 표준약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판매될 자문형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의 돈을 은행이 신탁 받아 투자자문사와 연계해 자금을 운용,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사실상 증권사의 자문형 랩(wrap account·종합자산관리계좌)과 큰 차이가 없다. 즉, 증권사에서 판매하던 자문형 랩을 은행에서는 자문형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팔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은행에서 판매되는 자문형 신탁 상품의 경우 기존 은행계좌에서도 운영할 수 있어 번거롭지 않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랩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자문형 랩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문형 랩 시장의 규모는 약 9조원 정도다. 2009년 2000억원 안팎을 기록하던 자문형 랩의 잔고는 지난해 3월 5000억원을 넘었고 올 4월 말에는 8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업계는 자문형 랩 시장이 내년 말이면 1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에서 자문형신탁을 출시할 경우 증권사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증권사보다 은행의 금융거래에 익숙하기 때문에 은행으로 고객들의 돈이 몰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창욱·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문형 신탁과 랩 상품은 거의 같다”며 “은행의 막대한 보유 고객과 막강한 네트워크 힘을 고려하면 증권의 자문형랩 성장세는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은행은 증권사에 견줘 영업점과 고액 자산 고객 수가 많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은행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노하우와 실시간 거래 장점 등을 적극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랩 상품에 대한 축적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고객 맞춤형 상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개별 고객의 성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은행의 경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자문형 신탁은 증권사를 통해 매매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 계좌잔고 조회, 실시간 즉시 해지, 즉시 추가 입금 매수 등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자문형 신탁의 판매에 대해 기존 고액자산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상품출시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2007년부터 실시한 자문사 계좌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의사에 준하는 주식형 종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랩 상품을 두고 증권사와 은행권이 경쟁을 할 경우 과대 출혈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과 은행은 이미 주식형 펀드 상품으로 경쟁이 불붙은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주식형 펀드 붐이 일어났고, 2004년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에서 펀드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과열 경쟁이 일어났었다. 또 이제 겨우 첫발을 디디는 은행들의 경우 랩 상품에 대한 축적 데이터가 부족해 속칭 ‘몰빵 투자’의 위험이 존재한다. 자문형 랩은 증권사와 고객의 일대일 계약으로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취약하다. 은행의 경우 일반 지점 창구보다 프라이빗뱅크(PB) 채널을 통해 판매한다고 하지만 준비 부족과 경쟁 과열로 인해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증권과 같은 자문형 랩 상품을 팔려면 직접 자금을 굴리는 자문사의 운영스타일과 방향, 투자성향에 대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A 은행 관계자는 “고객 맞춤형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려면 고객들의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와 수익률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그러나 기존 데이터 분석 작용을 통해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B 은행 관계자는 “자문형 신탁상품의 운용보고서는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펀드 운용보고서와 다르다”며 “고객 1명을 위한 펀드라는 개념에서 맞춤형 운용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일반 공모펀드가 많게는 수백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지만 자문형 랩은 보통 10~1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꾀한다. 자문형 랩과 신탁의 수수료는 2% 안팎으로 펀드에 비해 크게는 5배나 많다. 비싼 수수료만 챙기며 형편없는 수익으로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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