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하일권 “연극으로 바뀔 제 만화, 저도 보고 싶어요”

‘제2의 강풀’로 주목받는 인기 웹툰 만화가

  •  

cnbnews 제250호 김금영⁄ 2011.11.28 11:14:51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아침에 컴퓨터 전원을 키고 맨 먼저 하는 일은 메일을 확인하거나 그날 뉴스를 살펴보는 것이지만, 젊은이들 사이에는 언제부터인가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그날의 웹툰(웹 만화)을 살펴보는 것. 웹툰의 시초는 강풀로부터 시작됐다. 단순한 그림체로 출판사로부터 번번이 연재를 거절당한 강풀은 인터넷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이에 ‘제2의 강풀’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웹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 특히 주목받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하일권이다. 하일권은 2006년 웹툰 ‘삼봉이발소’로 데뷔했다. 삼봉이발소는 외모에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들에게 마법 같은 기적을 선사하는 삼봉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으로, 11월24일에는 연극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다. 이후 하일권은 로봇과 인간의 우정 이야기를 다룬 ‘3단합체 김창남’, 꿈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두근두근 두근거려’, 환상적인 마술사와 현실 이야기를 그리는 ‘안나라수마나라’ 등 독특한 스토리를 선보여 왔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 만화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그는 고급 목욕탕인 ‘금자탕’에서 최고의 목욕관리사가 되기 위해 대결을 펼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목욕의 신’을 연재하고 있다. 특히 목욕의 신에는 문신까지 밀어버리는 특유의 때 미는 기술과 상대방의 때를 더 많이 미는 사람이 승리하는 목욕투 등 포복절도할 소재들이 등장해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다. 그동안 유머를 섞으면서도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뤄왔던 그에게 이번 ‘목욕의 신’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만화는 책으로 보는 게 백미인 시절도 있었지만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만화 역시 한 단계 진화를 거쳤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공모 및 캐스팅을 거쳐 작가를 선발하고, 그렇게 선발된 작가는 인터넷에 만화를 연재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작품 ‘삼봉이발소’가 연극으로 만들어지는데….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어요. 저는 원작자일 뿐 거의 전담해서 맡기고 있는 편이에요. 시나리오 자체에 판타지적 요소가 많아 각색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캐릭터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저도 빨리 보고 싶어요(웃음).” - 화제작 ‘목욕의 신’ 역시 드라마나 영화화 제의를 받은 걸로 아는데, 혹 만들어진다면 배우 캐스팅은 누구를 바라는지? “드라마랑 영화화 제의를 다 받았어요. 아직 구체화된 건 없지만…. 저는 솔직히 생각 안 해봤어요. 누구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관계자 분들이 주인공이 허세가 들어가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요즘 대세인 장근석 씨가 괜찮아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 ‘두근두근 두근거려’는 일본에서 리메이크 연재가 됐는데 웹툰의 한류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 전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일고 있잖아요. 여기에 만화도 잘 묻어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한국 만화가 일본에 결코 뒤처지지 않아요.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로 한국 만화가 수출도 많이 돼 알려지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웹툰 작가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어요. 저도 그 게시판에 작품을 올렸는데 연재를 할 생각이 있냐고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그렇게 데뷔했어요.” - 원래 꿈은 뭐였나요? “솔직히 만화가가 꿈은 아니었어요. 어쩌다보니 미대를 가게 됐고, 애니메이션 학과에 진학했어요. 하지만 아예 흥미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만화 보는 것도, 낙서하는 것도 많이 좋아했어요. 친구들한테도 그림 많이 그려줬죠. 그렇게 진학한 대학에서 공부하다보니 관심도 가게 됐고요. 나중에 군대 다녀오고 나서 뭐를 할지 고민했어요. 한국 애니메이션 상황도 어려워서 취업도 힘들었고…. 그런데 그때 때마침 강풀 작가님이 나오시고 한창 웹툰이 부흥할 때였어요. 지금까지 봤던 만화와는 정말 많이 달라 재미있고 충격적이었어요.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 매번 독특한 스토리가 주목을 받는데 소재는 주로 어떻게 얻나요? “딱히 방법이 있지는 않은데…. 그때그때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들 중 하나에 꽂힐 때가 있어요. 그걸 바로 만화에 적용해요(웃음).”

- ‘두근두근 두근거려’에선 수영복에 집착하는 캐릭터가 충격적이었는데…. “그때 도착증에 관심이 많았어요. 도착증에 대해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아요.” -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정말 일주일 내내 일해요. 스토리는 만화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대략적으로 짜놔요. 그다음 대사 등 더 구체적인 콘티 작업을 하고 스케치, 채색 작업을 해요. 스케치와 채색은 모두 디지털 작업으로 하고요. 웹툰은 스크롤바를 내리면서 보기 때문에 책과 다른 일자로 긴 형식으로 그림을 그려요.” - 이번 ‘목욕의 신’은 정말 독특한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어요? “이제까지 했던 만화들이 가볍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그리는 저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연재가 끝난 다음엔 가볍고, 재밌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스토리가 잘 안 풀리더라고요. 연재를 오래 쉴 수도 없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쉴 겸 아침에 목욕탕에 갔는데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했어요. 조용한 탕 안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문득 목욕탕을 소재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렇게 시작됐어요.” - 극 중 등장하는 ‘목욕투’에 반응이 폭발적인데요. “목욕탕 만화를 그려야지 마음을 먹고 재밌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때밀이 시합’이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저도 그리면서 킥킥 웃었어요(웃음).” - 혹시 때밀기 좋아하세요? “아니요(웃음). 어렸을 때는 목욕탕에 많이 갔는데 나이 먹으니까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사우나도 별로 안 즐겨서…. 그런데 그래서 더 목욕탕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오랜만에 간 목욕탕에서 특별함을 느꼈던 거죠.” - 작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점과 어려운 점이 뭐에요? “인터넷에 연재하는 웹툰이다 보니 반응이 즉각 댓글로 올라와요. 어떤 분들은 ‘ㅋㅋㅋ’ 같은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는데 기분 좋아요. 재미있다는 거잖아요. 그럴 때 보람을 느껴요. 그런데 그 순간을 제외하고는 다 힘든 것 같네요…(웃음).” - 악플에 상처받지는 않아요? “상처 받죠. 그런데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데뷔하고 악플을 봤을 땐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런데 만화를 욕하는 건 그렇다 쳐도 아무 상관없는 인신공격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건 기분 나빠요.” - 웹툰 작가의 삶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굉장히 피폐해요…(웃음). 솔직히 안 힘든 일이 없죠. 마감 기한이 있고 담당 편집자보다 작가에게 더 많은 책임이 주어져요. 스토리도 거의 전적으로 작가가 구상하고요.” - 개인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있다면? “아! 너무 많아서 한 분을 꼽을 수가 없네요. 강풀 작가님도 너무 좋고요. 많은 선배들의 작품을 보면서 배워가는 과정이라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 ‘제2의 강풀’이라는 명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아우~! 정말 너무 좋지만 과분해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죠. 강풀 작가님은 웹툰이라는 장르 자체를 만드신 분인데…. 강풀 작가님 이후의 작가들은 그 분이 만든 토양 안에서 자라나는 풀이죠. 그래서 부담스러워요. 저는 아직 신인 작가일 뿐이에요. 갈 길이 멀어요.” - 만화의 매력은 뭘까요?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거요. 큰 준비 없이 쉽게 아무 때나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잖아요.” - 웹툰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저도 아직 신인 작가라 뭐라고 딱히…. 지금 굉장히 웹툰 시장이 커졌어요. 웹툰 작가를 하려는 사람도 많고 작품도 늘어났고 그만큼 경쟁도 더 심해졌어요. 작가로 등단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고요. 그래서 굳은 각오를 갖고 임해야 돼요.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너무 힘든 직업이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진짜 너무 많은데요.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어려워서 아직 못하고 있는데 한 번도 안 해본 스릴러 장르도 그려보고 싶어요. 앞으로 또 구상해 봐야죠(웃음).” -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인터넷 서핑, 게임같이 인터넷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고 다양하잖아요. 그 와중에 웹툰을 챙겨봐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웃음).” 아직 인터뷰가 어색하다며 쑥스러워하던 하일권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만은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피폐하고 힘들다고 토로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그의 만화에 대한 열정에서 행복한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