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남성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유독 남성들 사이에서는 우정을 말할 때 의리를 강조한다. 오죽하면 ‘의리 빼면 시체’라는 말까지 있을까? 이런 뜨거운 사나이들 간의 의리를 다루는 뮤지컬이 ‘삼총사’다. 2009년 초연된 삼총사는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프랑스 왕의 친위부대 삼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네 사람의 모험과 우정을 그린다. 12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지는데, 특히 이번 공연에는 SS501의 허영생, 슈퍼주니어의 규현, 전 FT아일랜드의 오원빈 등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아이돌 스타를 보기 위해 일본 등 먼 곳에서 오는 팬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뮤지컬의 진정한 매력은 삼총사의 든든한 원년 멤버 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바로 포르토스 역의 김법래와 아라미스 역의 민영기가 그 주인공이다. 민영기와 김법래는 삼총사가 국내 초연됐을 때부터 쭉 더블 캐스팅 없이 삼총사의 멤버로 활약해 왔다.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쾌활하고 호탕해 정신없이 기자를 웃게 만든 이들은 진정 삼총사의 포르토스와 아라미스가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점점 빠져드는 두 매력 덩어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삼총사에서 맡은 역할을 설명해주세요. 김법래(이하 김) “저는 전직 해적 출신 악당인 화끈한 바다사나이 포르토스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잭 스패로우처럼 인생을 즐기는 멋진 사나이에요. 겉으로는 술과 여자와 폭력을 좋아하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중에 삼총사 멤버인 아토스가 떠날 때 눈물을 흘리는 등 가장 마음이 여린 캐릭터죠.” 민영기(이하 민) “전 전직 오페라 가수 출신 아라미스로 출연해요. 겉으로는 여자를 밝히지만 유부녀를 사랑했다가 큰 상처를 받은 과거 때문에 아파하죠. 굉장히 로맨티스트에요. 삼총사 캐릭터 중 가장 생각이 깊고 추리력이 날카로워요.” - 원래 꿈이 뮤지컬 배우였나요? 김 “아뇨. 전 성악을 전공했는데 오페라를 하다가 아르바이트로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어요. 서울예술단에 연기도 배울 겸 아르바이트로 들어갔는데 하다보니까 8개월째에 덜컥 신인상을 받은 거예요(웃음). 이걸 내가 받아도 되나 싶기도 했는데 뮤지컬이 너무 재밌었어요.” 민 “저도 성악을 전공했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어요(웃음). 유학을 가고 싶어 목돈을 마련하려고 하는데 학교 선배가 노래 서포트 역할이 필요하다고 해서 갔어요. 그때 전 노래 서포트를 하기 위해 전문 부스 코러스 쪽에 있었는데 신기하게 김법래 씨는 그 당시 무대 위에 섰죠. 너무 부러웠어요. 그래서 도전하게 됐고 지금까지 왔어요.”
- 더블 캐스팅 없이 지금까지 삼총사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자신만의 매력이 뭔가요? 민 “김법래 씨와 제가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삼총사 연출가가 공연을 보고 저와 김법래 씨에게 맞는 캐릭터 구상을 하셨대요. 실제로 원작에 나오는 아라미스와 포르토스 캐릭터 성격은 지금 공연과 달라요. 너무 감사하죠. 배우를 보고 배역을 새롭게 만들어준 거잖아요. 더블 캐스팅이 진행될 뻔한 적은 있는데 대부분 하루 리허설을 하고 안 나왔어요. 그만큼 아라미스와 포르토스는 김법래 씨와 저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부담이 되기도 하죠.” 김 “우리 둘이 빠지면 아예 다른 작품으로 바뀔 것 같아요.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거겠죠(웃음)?” - 실제로 삼총사 같은 친구들이 있나요? 민 “바쁘다보니 많이 만나지는 못해요. 주로 공연계 안에서 친구가 많이 생겨요. 지금 삼총사에 같이 출연하고 있는 김법래 씨와 유준상 씨, 신성우 씨와 나이는 각각 다르지만 잘 통해요. 남자들끼리 공연 끝나고 회포를 푸는 자리도 잘 가지고요. 서로 잘 챙겨줘요(웃음).” 김 “정말 의리 있는 사람들이에요. 삼총사 공연 끝나고 아쉬워서 안 헤어지려고 한 적도 많아요. 서울에서 공연했으면 정말 매일 모였을 걸요(웃음)? 삼총사 공연도 몇 년 째 이어오고 있으니 거의 붙어서 살고 있다고 할 정도죠. 민영기 씨와 유준상 씨 부인들과 아이들이랑 여름에 여행도 같이 갔어요. 유준상 씨도 작품에 애정이 넘치고 뭉치는 것도 진짜 좋아해서…. 너무 우리가 붙어 다니니까 한 번은 유준상 씨 부인 홍은희 씨가 제 아내한테 전화해서 ‘지네가 진짜 삼총사인 줄 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일동 웃음).” - 진짜 우정이 돈독한 것 같은데 서로 칭찬을 해준다면? 김 “꼭 칭찬이어야 하나요?(일동 폭소) 흠 잡을 일이라면 논문을 써서 보내드릴 수도 있는데…(일동 폭소). 농담이고요. 진짜 민영기 씨랑 함께여서 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장난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요. 술자리에서도 민영기 씨가 빠지면 조용할 정도로 분위기 메이커고요. 배우로서도 물론 뛰어나죠. 발성도 훌륭하고….” 민 “김법래 씨는 정말 유연한 배우에요. 애드립으로 대본을 다시 쓸 정도로 센스가 넘치죠(웃음). 의리도 있고요. 김법래 씨랑 저랑 또 둘이 더블 캐스팅 없이 쭉 공연을 이어가야 하니까 위로(?)도 되고 의지도 돼요(웃음).”
- 공연하거나 연습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 “매번이 새롭고 재밌어요. 거의 민영기 씨와 저는 애드립을 자유롭게 하는 상태라…. 연출가는 극의 흐름을 지키기 위해 배우들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왕용범 연출은 저희한테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웃음). 이제 너희는 뭘 해도 아라미스와 포르토스라면서…. 그래도 물론 극의 흐름을 해치지 않도록 선을 지켜요.” 민 “김법래 씨는 애드립이 대본으로 나올 정도에요. 완전 애드립 제조기에요(웃음). 한 번은 공연 중에 이런 적이 있어요. 배를 타고 가는데 달타냥과 콘스탄스가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 두 사람이 야유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 때 딱 눈이 마주쳤거든요? 맞추기로 한 적도 없는데 둘이 귀 막고 다른 곳 쳐다보는 애드립을 동시에 똑같이 한 거 있죠? 그 때 진짜 웃겼어요(웃음).” - 허영생, 규현, 오원빈 등 아이돌 출신과 함께 공연하는데 후배로선 어떤가요? 김 “나쁘지 않아요. 워낙 대선배들이 있고 하니까 후배들이 까불지 못해요(웃음). 다들 진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민 “삼총사를 하면서 선배들 대하는 법이나 대사의 호흡 등을 암암리에 많이 보고 배웠을 거예요. 어설프게 쇼 뮤지컬 형식으로 가볍게 가는 것이 아니라 깊이 배울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지 않았을까 싶네요. 성장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 혹시 눈여겨보는 재능 있는 후배가 있나요? 김 “민영기 씨요(일동 폭소).” 민 “저도 김법래 씨라고 해야 하나(일동 폭소)? 저보다 선배인데 그럴 수는 없고…. 저는 박은태 씨요. 예전에 뮤지컬 ‘모차르트’를 같이 했는데 앞으로 크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올해 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도 받았고요.” -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민 “저는 진짜 제 아내(배우 이현경 씨)와 같이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아내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거든요.” - 삼총사를 재밌게 볼 수 있는 팁을 알려 주세요. 김 “정말 유쾌하고 매력 있는 공연이에요. 그냥 보셔도 정말 즐거우실 거예요(웃음).” 민 “관객층이 국한되지 않아 온 가족이 봐도 유쾌하게 볼 수 있어요. 남자들의 의리와 끈끈한 사랑, 우정 등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누구와 함께 봐도 되는 작품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인터뷰 도중 배우 유준상 씨가 불쑥 들어와 ‘왜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 하냐’고 핀잔을 주며 농담할 정도로 김법래와 민영기, 유준상, 이 삼총사의 의리는 끈끈해 보였다. ‘지네가 진짜로 삼총사인 줄 안다’는 소리가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