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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참을 수 없는 ‘논평의 가벼움’…여야 대변인 품격의 ‘입’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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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9-260호 김경훈⁄ 2012.02.06 11:27:39

한나라당이 지난 2월2일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15년 만이다. 지난 97년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합친 후 써 온 이름을 총선을 두 달 여 남겨 놓고 바꾼 것이다. 앞서 지난 해 12월 민주당이 통합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올해는 그야말로 선거 정국, 정치 시즌이다. 당명 개정과 관련해 여론·정책 연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정당도 상품이다. 급하게 바꾸면 제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특히 신세대 유권자에게 새 이름은 참신하게 작용할 수도 있단다. ‘당명의 정치학’은 차지하고 어쨌든 새 술은 새 부대에,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지켜볼 일이다. 새삼 우리 정치사에 흔해빠진 당명 개정을 논하는 건 다름 아니라, 당명 개정을 놓고 불거진 여야 대변인들의 참을 수 없는 ‘논평의 가벼움’ 때문이다. 아무리 정치 혐오증이 깊어 나락 일보직전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건과 인물의 내막과 진실(좋게 보면 정의사회 구현)을 찾는 게 직업이다 보니, 그들의 품격 잃은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누가 더 잘못했는가도 따지고 싶다. 이를 통해 차후 수준 높은 논평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차피 선량(善良)인 그들은 우리의 심부름꾼 아닌가? 누가 함량미달 심부름꾼에 심부름을 맡겼는지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이런 구태가 반복되면 우리 모두 집단적 사치(奢侈)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난 1월26일 민주통합당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 당명 개정 관련 논평을 냈다. 요지는 이렇다.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측근 비리가 없어지는지, 돈 봉투 의혹이 덮어지는지 알 수 없지만… 한나라당이든 두나라당이든….” 흔히 들어온 너무나 식상한 레퍼토리다. 상생의 정치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이다. 자신의 정당이 97년 대선 때 급조된 새정치국민회의부터 시작해 돌고 돌아 민주통합당으로 당명 개정을 거듭했는지 히스토리나 알고 논평을 하는 건지? 이에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 논평도 선을 넘었다. “민주통합당은 공당인가? 범죄자 도피당인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허위사실 유포로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위한 정봉주법 국회처리 주장도 모자라….” 그래도 집권여당의 대변인 아닌가? 야당이 심은 지뢰에 걸려든 게 아닌가. 솔직히 누구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고 싶지만 이는 독자 여러분께 맡긴다. 어쨌든 가장 현명한 명예회복의 길은 자기교정이다. 정치에서도 골프 용어 ‘스윙이론’ 이 종종 적용된다. 골프도 정치도 다 절제와 균형이다. 한쪽에 너무 치우치면 반대도 살아나기 마련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 선거 정국의 메신저인 대변인은 식상한 레퍼토리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는 실수를 저질러선 안 된다. 여야 대변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요, 입은 재앙의 근원이다(舌是斬身刀, 口是禍之門). 품격 잃은 비아냥의 종말은 자기파멸이다. 정치의 해, 품격의 논평을 보고 싶다. 황영철, 신경민 대변인과 막걸리 한잔하며 논평을 논하고 싶다. -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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