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는 단일민족(백의민족)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이는 우리의 금수강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과 함께 국민의 긍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 민족도 역사를 통해 고구려 시대의 만주를 포함한 북방 정벌, 몽고군의 침략,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과 많은 피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최근에 오면서 동남아시아, 중국, 러시아 등에서 많은 여성들이 혼인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있다. 2세들이 태어나면서 그들의 얼굴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냉대를 받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6.25에 참전했던 미국 병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이 우리 사회에서 심한 냉대를 받아온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 전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 시집 와서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의 선천성 심장병으로 나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 진료 후 시어머니는 나에게 “우리 집안에는 저런 병을 가진 사람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필리핀 며느리가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다. 우리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순수 혈통을 내세워 유태계 사람들을 수없이 살상한 사실을 책과 영화 등을 통해 보면서 슬퍼하고 분노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자신이 외국계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가 않다. 이제 세계는 변하고 있다. 유럽에서 자신들만을 고집하던 프랑스, 독일도 이미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민족의 이주를 통해 다문화 국가로 변하고 있다. 미국은 원래부터 유럽 각국 민족, 인디언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제는 아시아인들도 적지 않은 수가 모여 이룬 다민족 국가다. 그들에게 이제 미국인이라는 정의는 하나밖에 없다. 하나의 국기, 국가 밑에서 시민권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미국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민족 문화권에 속하게 됐다. 우리 국민이, 정부가, 언론이 이를 인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그 후손들이 차별받지 않고 바르게 커서 태극기 앞에서 숙연해질 수 있는 한국인이 돼야 한다. 한 그릇 더 먹었는데 보신탕이라는 “날벼락” 우리나라에는 몸에 좋다는 음식이 많이 있다. 과거에는 도롱뇽이 몸에 좋다고 해 어렸을 때 도롱뇽을 길가에서 팔던 것이 기억이 난다. 실제로 도롱뇽을 산 채로 많이 먹은 친구도 있다. 그 외에 뱀도 있다. 지금의 서대문 4거리에서 세종로 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동양 극장이 있었고 그 건너편으로 뱀탕집이 많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에서 보신탕 하면 먼저 개고기가 떠오른다. 여름이 되면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아마도 지금보다 과거에 더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4, 5학년 시절 아버님이 소고기국을 사주신다며 음식점에 들어가서 한 그릇을 더 시켜 먹었는데 그 당시 기억으로 상당히 맛있었는데 다 먹은 후에 아버님이 “네가 먹은 것이 개고기다”라고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내가 소아과로 돌아와서 당시 주임교수가 개고기를 좋아하셔서 여름이면 매주 토요일 점심에 돌아가면서 돈을 내 함께 보신탕을 먹었었다. 그러나 7년 전 미국에 가 있는 동안 개를 키우면서부터는 내가 키우는 개 생각에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음식보다도 그걸 더 좋아한다. 나는 선배 한 분과 골프를 자주 쳤는데 골프가 끝나면 주위의 개고기집에 반드시 들렀으며 그 선배는 개고기를 먹은 후 그릇에 담아서 집에까지 가져가곤 했다. 개고기 에피소드 한 가지. 소아과 야유회는 북한강에서 하곤 했는데 그 자리는 전체 교수, 간호사 가족까지 포함해 한 100여 명이 참석하곤 했다. 한 번은 주임교수가 내게 이번 야유회 점심식사 메뉴를 보신탕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하루 전 먼저 야유회 할 곳에 가서 근처 마을에 개고기국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보신탕은 야유회 당일 큰 솥에 담겨져 끓고 있었다. 100여 명 모두가 모여 앉아 고깃국을 먹었는데 맛이 좋다고 야단이었다. 식사 후 놀이시간이 지나고 돌아갈 시간이 됐는데 주임교수의 짓궂은 한 마디. “오늘 여러분이 드신 점심은 보신탕이었습니다.” 맛있다고 한 그릇씩 더 먹었던 사람들이 역겨워하며 메스꺼워하던 모습을 보고 역시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보신탕은 한국, 중국 사람들이 주로 먹는다. 서구에서 발표한 10대 혐오 식품(몽골 마유주, 아이슬란드 하칼, 중국의 뱀술, 필리핀의 발릇 등과 함께)에 개고기가 속한다는데, 미국에서 개를 잡아먹다가 들켜 구속까지 당한 한국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아파트에서 개와 함께 둘이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자신의 재산을 애견에게 상속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서구에서는 개에 대한 대접이 매우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집에서 키우던 개들을 길가에 몰래 버려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LA에선 개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신고돼 동물애호협회의 항의를 받고 동네에서 추방당한 한국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