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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의 한국 재벌사 _ 롯데그룹 편 3화]日자금 동원해 국내 대어 속속 삼켜

다른 재벌과 달리 2000년 이후에도 계열사 대폭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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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박현준⁄ 2012.10.22 13:28:53

2010년 1월에는 롯데면세점이 애경그룹 계열의 AK면세점을 2800억 원에, 같은 해 2월에는 롯데쇼핑이 GS리테일의 백화점ㆍ마트 부문을 1조3000억 원에 각각 인수해서 기존의 유통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졌던 부문은 편의점 사업의 급성장이었다. 88올림픽 계기로 편의점 사업 급성장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1960~70년대 압축성장 정책의 결과로 1980년대부터 국민소득이 크게 향상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중산층의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소매업 황금기를 맞아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기반도 조성된 것이다.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편의점과 제과점, 피자전문점, 치킨점 등이 모두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기반을 닦았다. 24시간 전천후로 영업을 하는 편의점의 성장이 특히 괄목할 만 했다. 1980년대 초부터 국내에 편의점이 새로 선보였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해외 유명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선진적인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새로운 편의점들이 등장했는데 1989년 5월 세븐일레븐 1호점(올림픽선수촌점)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훼미리마트, LG25(현 GS25),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의 브랜드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300여 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편의점은 종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구멍가게에 레스토랑 및 중소형 매장 등을 겨냥한 판매시점 관리(POS: Point of Sales) 네트워크를 설치해 리테일 세일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고객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해 과학적인 마케팅과 물류 머천다이징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진로베스토아 등 대기업이 직접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았으나 편의점은 국내 프랜차이즈의 대표 업종으로 성장했다. 유통업계의 선두주자인 롯데는 1994년에 세븐일레븐을 인수해서 코리아세븐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편의점사업을 총괄케 했다. 코리아세븐은 2010년 1월에 업계 4위인 바이더웨이를 2740억 원에 인수해서 전국에 무려 5400개의 매장을 확장한 결과, 연 매출액이 무려 2조 원대에 이르는 국내 최고의 편의점 업체로 성장했다. 모체인 식품제조 부문의 성장도 여전했다. 2002년 5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공동으로 외식사업 체인인 TGI프라이데이스의 지분 70%를 501억 원에 인수한 이후 2008년 8월에는 롯데제과가 벨기에 초콜릿회사 길리안을 1700억 원에 인수했다. 2009년 10월에는 중견 제과업체인 ㈜기린을 799억 원에 인수해서 제과업의 지평을 넓혔다. 음료부문의 확장도 주목거리였다. 롯데칠성음료가 2009년 1월에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를 5030억 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해 3월에는 경쟁업체인 해태음료의 안성공장마저 3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경기도 안성과 충남 천안, 강원 평창에 3개 공장을 운영하는 업계 3위의 해태음료는 2000년 6월 해태그룹에서 분리돼 일본 히카리인쇄그룹(지분율 51%), 아사히맥주(20%), 롯데호텔(19%), 미쓰이상사(5%), 광고회사 덴츠(5%) 등 5개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되었는데, 그 와중에서 롯데가 안성공장을 인수한 것이다.

반면에 아사히맥주는 2004년에 히카리그룹과 덴츠의 지분 21%를 추가로 확보하고 해태음료의 나머지 부문을 인수해서 국내 음료시장에 참여, 선두주자인 롯데를 견제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후발업체인 롯데는 풍부한 자금력으로 선발기업들에 대한 M&A를 통해 식품업계의 패자로 거듭났으나 유통부문의 성장에는 크게 못 미친다. 현대석유화학 인수…신성장동력으로 떠올라 2003년 6월에는 호남석유화학이 자기보다 몸집이 2배 이상인 현대석유화학(현 대산유화)을 6000억 원에 인수했는데 배경은 다음과 같다.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유화는 충남 대산읍 대죽리 753번지에 연산 35만 톤의 프로필렌, 부타디엔, 스티렌모노머, 에틸렌 글리콜 등을 생산하는 대단위 석유화학콤비나트로 1991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비투자에다 과잉공급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고전하던 중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1998년 12월말에는 채무액이 무려 3조2000억 원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그룹은 외환위기로 인한 유동성 애로로 고전 중이었는데 세계 석유화학 경기가 최악인 것은 설상가상이었다. 2001년 7월 12일 6221억 원의 유동성 긴급지원을 조건으로 대주주인 현대중공업(49.87%), 현대건설(11.63%), 현대종합상사(6.95%) 등이 출자지분에 대한 완전감자에 동의함에 따라 현대유화가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이다. 현대유화는 2000년 매출 2조2156억 원에 378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터에 2001년 1분기에만 372억 원의 경상손실을 입은 상황이었으나 채권단의 긴급수혈로 부채총액은 2조6000억 원으로 다소 축소되었다. 채권단은 덴마크 석유화학회사인 보레알레스(Borealis)와 LG화학, 그리고 롯데의 호남석유화학 등과 매각협상을 벌였다. 이후 채권단은 현대유화를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에 분할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협상에 나선 결과 LG화학이 현대유화 1단지를, 호남석유가 2단지를 각각 인수했는데 신규설비로서 효율성이 더 좋은 2공장을 인수한 호남석유가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유화의 자산 가치는 스티렌모노머(SM) 부문을 제외해도 2조8000억 원으로 롯데는 그야말로 대어를 낚았던 것이다. 현대유화의 인수는 롯데그룹의 재계순위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롯데는 석유화학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확정하고 2004년 11월에 호남석유화학이 KP케미칼 지분(53.8%)을 1785억 원에 인수했다. KP케미칼은 2001년 말 고합에서 유화 부문을 분리해 재상장된 기업으로 PTA(고순도 텔레프레탈산 연산 10만 톤), PX(연산 70만 톤), 페트병용 수지(연산 40만 톤) 등을 생산해 2003년에는 매출 1조115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규모가 1조4000억 원 안팎이던 호남석화는 매출규모 2조3000억 원대의 현대유화를 LG화학과 공동으로 인수한 데 이어, KP케미칼까지 인수함으로써 매출 3조6000억 원대의 초대형 유화업체로 부상했다. 이는 2003년 기준 36개 롯데그룹 계열사들 중 1위인 롯데백화점(7조3000억 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또한 2010년 7월에는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인 타이탄케미칼스를 1조5000억 원에 인수해서 유화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백화점과 식음료분야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 미래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했던 롯데 입장에서 석유화학이 대안이었던 것이다. 카드, 보험 등 금융업 진출로 신사업 육성 여타 기성 재벌들에 비해 금융업에 대한 진출이 늦었던 롯데는 2000년대 들어 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2002년 9월에는 롯데쇼핑 등이 동양카드를 1300억 원에 인수해서 롯데카드로 상호를 변경했다. 동양그룹은 1995년 9월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국내 영업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0월에 동양카드를 설립했다. 1998년 1월에는 동일 계열의 동양할부금융(주)과 합병했으나 동양그룹은 외환위기에 따른 자금난 타개 차원에서 동양카드를 롯데에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12월에는 호텔롯데, 롯데역사, 대홍기획, 부산롯데호텔 등 롯데컨소시엄이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의 지분 57%를 3526억 원에 인수했다. 대한화재는 대주그룹 계열 손해보험사로 2006년 9월말 현재 자기자본 1221억 원, 자본금은 421억 원이었다. 1946년에 설립된 대한화재는 동양화재, 삼성화재 등과 함께 국내 손해보험 시장 발전을 견인하는 리더기업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부실경영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가 2001년 12월에 공적자금 380억 원을 수혈 받으면서 대한시멘트에 420억 원에 매각되었던 것이다. 당시 대한시멘트는 인수조건으로 2001년 200억 원, 2002년 100억 원, 2003년 100억 원 등을 증자하기로 약속했으나 한 번도 이행하지 않았다. 덕분에 대한화재의 지급여력 비율은 공적자금 투입 시 105%에서 2002년 6월에는 92%로 떨어지고 그해 1분기에는 6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가 다시 악화되었다. 1995년에 설립된 자본금 60억 원의 대한시멘트는 호남(湖南) 연고 대주건설(허재호)의 자회사였다. 동사는 대한화재의 지분 75%를 인수한 2001년 12월 28일 당일에 대한화재의 주식 42억8000만 원 어치를 팔아치웠을 뿐 아니라 2002년 1월 25일에는 또다시 177억 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한 결과, 대한화재에 대한 대한시멘트의 지분율은 31.4%로 감소하였다. 결과적으로 대한화재에는 총 48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한화재는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롯데그룹에 인수되었는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융업을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낙점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12월에는 롯데카드, 롯데쇼핑 등이 코스모투자자문의 지분 21%를 629억 원에, 2010년 5월에는 롯데카드가 버스교통카드 운영업체인 이비카드를 1500억 원에 각각 인수해서 금융 부문을 보강했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닷컴도 2008년 10월에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제조사인 케이아이뱅크의 지분 46.04%를 25억 원에, 2009년 9월에는 버스교통카드 서비스업체인 ㈜마이비의 지분 54.09%를 670억 원에 각각 인수하는 등 금융 부문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 롯데는 2011년 8월 현재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햄, 롯데리아 등 식품 부문 13개 계열사와 유통-관광 부문의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20개 계열사와 중화학, 건설 부문의 호남석유화학, 롯데건설, 롯데기공 등 6개 계열사, 그리고 금융 및 서비스 부문의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정보통신 등 8개 계열사 등 총 78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자산총액 77조3000여억 원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7위로 성장했다. 공기업을 제외한 순수 민간 기업집단만 고려하면 재계 서열 5위다. 삼성, 현대, LG 등 기성 재벌들은 1970년대를 정점으로 다각화작업이 다소 둔화되었다. SK그룹도 1990년대 이후부터 계열사 수 불리기 속도가 떨어졌다. 대신 기존에 진출한 사업부문의 몸집 키우기를 통해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롯데는 1967년 창업 이래 2000년대까지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다각화작업을 전개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부분의 재벌들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음에도 롯데는 반대로 약진을 거듭한 것이다. 롯데는 신한은행과 함께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의 대표적 성공사례였다. 일본에서 성장한 재일교포 기업가들이 고국에서 또 다른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보다 발전한 일본에서 기업가로 성공했던 신격호는 선진기술 및 경영기법 등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재벌로 도약했던 것이다. 자금 동원력도 성장의 비결이었다. 신격호는 국내 실질금리에 비해 4분의 1수준 이하의 일본은행 자금을 쉽게 융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롯데그룹 편 끝) -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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