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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국민참여재판 시행 5년 빛과 그림자

이제는 국민도 재판에 참여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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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0호 박현준⁄ 2013.01.21 11:39:37

2011년 12월에 열린 서울동부지방법원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가 대도(大盜) 조세형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조세형은 2011년 9월 출소하자마자 교도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에게 체포됐습니다. 체포이유는 2009년 부천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민 모씨 등이 조세형을 공범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법정에서 조세형은 자신은 도둑이지, 사람을 협박하거나 해치는 강도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오른팔 거동도 불편하고, 높은 담을 넘기에는 체력이나 신체적 조건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결국 조세형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2011년 12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에서 2009년 강도 범행에 대해서 시민 배심원단 아홉 명 전원이 무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도 배심원단의 의견을 수렴해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최근에 신문, 뉴스 등 보도자료에서 국민참여재판이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죄를 지으면,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한 후 공소제기를 하고 단독 또는 합의부 판사가 공판절차를 진행해 판결을 선고합니다. 이렇게 형사재판은 국가기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직업 법관이 한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를 보이기도 했고, 어떤 판사에 의해 재판을 받느냐에 따라 같은 죄를 지어놓고도 양형에 있어서 다른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졌고, 이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생겨나게 됐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줄이고,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2008년 1월 1일부터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어떠한 제도들이 있는지 살펴보자면, 먼저 영미법계에는 ‘배심제’가 있습니다. 이는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정하면 양형은 법관이 양형기준에 따라 정하게 됩니다. 미국 법정 영화를 보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배심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륙법계에는 ‘참심제’가 있습니다. 이는 일반 국민이 임기동안 법관과 함께 사실인정과 양형 모두에 관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영미법계의 배심제도와 대륙법계의 참심제도의 절충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배심원이 사실인정과 양형 모두에 참가하되,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에 법원이 기속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모든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참여재판을 한 번 하고 나면 재판관이나 변호인 등 재판 참여자가 느끼는 피로감이 무척 크고, 많은 예산이 드는 만큼, 무거운 범죄들로 제한됩니다. 즉,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해 합의부 관할에 속하는 사건들이 주로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도 당해 피고인이 거부한 경우는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배심원으로 선정될 수 있을까요?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무작위의 방법으로 선정됩니다. 그러나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와 같은 사람은 배심원이 될 수 없고, 범죄를 저지른 자 중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배심원이 될 수 없습니다. 또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 검사, 변호사 등 일정한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도 배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피고인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당해 범죄의 피해자도 배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객관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배심원은 어떠한 일을 할까요? 배심원은 당해 사건에 관해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배심원의 평결과 의견에 법원은 기속되지 않습니다. 배심원은 유·무죄에 관해 평의하고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대로 평결합니다. 그러나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판사의 의견을 듣고 다수결에 의해 평결합니다.

재판에 필요한 배심원의 수는 몇 명일까요?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무기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9인의 배심원이 참여하고, 그 외의 사건에는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합니다. 다만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다면 5인의 배심원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심원이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수행함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임될 수 있고, 자신이 스스로 사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피고인 측 사람들이 배심원에 대해 청탁을 하거나 위협을 하면 처벌됩니다. 배심원도 비밀을 누설하거나 금품을 수수하면 역시 처벌됩니다. 국민참여재판이 2008년 1월 1일부터 시범 시행된 지 약 5년이 지났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법을 잘 모르는 국민이 재판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배심원이 감정에 치우진 평결을 내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등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통계자료를 보면 배심원단의 평결과 실제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 상당부분 일치하고, 배심원단 역시 높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한 평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법 재판의 초석입니다. 여러분 중 누구라도 배심원에 선정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참석하여 사법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시길 바랍니다. 그림자 배심원 제도 그 외에 우리나라에는 그림자 배심원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림자배심원(Shadow Jury)은 국민참여재판의 정식 배심원과 별도로 구성되며 재판의 전 과정을 참관한 후 유·무죄에 관한 평의·평결과 양형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재판부가 이들의 평결내용을 재판에 반영하지 않으며, 평결과정이 공개될 수 있는 점이 정식 배심원과 다른 점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그림자 배심원 역할을 수행하면서 실제 사건에 대한 생생한 법정 공방을 체험하고 실제 평의와 같은 방법으로 유·무죄 및 양형 등 재판 결과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자주묻는 질문들 Q. 선정기일 통지서를 받은 후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배심원후보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선정기일에 출석하셔야 합니다. 만약 재판에 참여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법원에 배심원 직무 면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법원에 출석하면 고용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는 않나요? A.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법률에서는 배심원·예비배심원 또는 배심원후보자인 사실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Q. 법원에 출석하면 경제적 대가를 받을 수 있나요? A. 배심원에게는 재판 하루당 10만원의 일당이 지급됩니다. 선정기일에 출석한 배심원후보자는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5만원의 일당을 지급받습니다. 마치며 제도 도입 초기의 우려하는 목소리와는 달리, 국민참여재판은 큰 무리 없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종종 중죄를 저질러 놓고도 일반 국민의 감정에 호소해 낮은 형량을 받기 위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를 볼 때 국민참여재판을 하더라도 일반 형사재판의 결과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배심원 선정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배심원 선정과 관련해 전화, ARS 등으로 개인정보를 묻지 않습니다. 배심원 선정을 사칭한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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