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고전을 남긴 대작가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대중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면 그의 인생 여정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몸으로 겪었으며, 이후 해외특파원으로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유명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또한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발표해 전쟁문학의 걸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후에는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살면서 바다낚시에 몰두하던 중, 그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 근처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이때의 경험과 구상을 바탕으로 발표한 ‘노인과 바다’는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송 소장은 “개인적인 입장으로 헤밍웨이는 마초적 성격을 지닌 작가로 평가한다. 또한 ‘노인과 바다’는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겪어온 인생 여정과 결코 무관치 않다. 헤밍웨이는 이미 1, 2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으며 인간생활의 밑바닥을 직접 목격했고, 또 이러한 전쟁으로 인한 상처 입은 이들의 상실감과 허무감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반면, 그러한 허무주의 속에서도 희망을 쏘아 올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처음 읽을 때는 물론, 그리고 두 번, 세 번을 넘어서 계속 반복해 볼수록 느낌이 다르고 매번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노인 ‘산티아고’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점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 주인공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류에서 작은 쪽배로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다. 그는 84일 동안 바다에 나갔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더 이상 잘 나가는 어부가 아닌 것이다. 이제 그에게는 자신을 응원할 가족도 동료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산티아고에게 바다는 삶의 전부였고, 바로 그 자신이었다.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p.10) 일부 사람들은 노인에 대해 완고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산티아고 역시 포기할 타이밍을 놓치고도 자신의 일에 대해 완고하게 밀어 붙이는 옹고집을 지적한다. 하지만 또 다른 견해로, 산티아고에게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말처럼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익을 탐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목표를 추구하는 산티아고를 통해 일종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등,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고기를 잡는 일이 그에게는 삶의 이유이고, 이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에서 자아실현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데 공감이 간다. - 소설의 제목인 ‘노인과 바다’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노인은 인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바다는 삶 자체, 즉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헤밍웨이는 작품 속에서 인생 자체를 다루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온갖 역경을 맞이하게 되고, 또 그것을 극복하고 헤쳐 나가며 인생을 살아간다. 또한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때로는 고집스런 부분도 필요하고, 성과에 대한 기대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티아고가 84일 동안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으나 85일 째 되는 날 다시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만약 그가 물고기가 왜 안 잡히는 지에 대한 분석도 하고 어떻게 하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는지 연구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수도 있다. 직장은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이 목표의식도 없이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자신의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는 고집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본다.
- ‘노인과 소년’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나?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그만 돛단배로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84일 동안 그는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처음 사십일 동안은 한 소년이 그와 함께 나갔다. 하지만 사십일이 지나도록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이 이젠 정말이지 돌이킬 수 없게 ’살라오‘, 즉 운수가 완전히 바닥난 지경이 되었다고 소년에게 말했다.’(p.9)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은 노인의 유일한 친구였다. 소년은 노인을 무척 좋아했고, 그래서 매일 노인을 돌보기 위해 찾아왔다. 이는 우리의 인생에서 보면 나를 알아주는 반려자이며, 함께 하고픈 가족 또는 친구라고도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나의 인생에 있어 좋은 어떤 것이기도 하면서, 또 운명 속에서 주어지는 훈풍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 ‘노인과 청새치’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하나? 바다에 나간 지 85일째 되는 날, 산티아고는 “오늘은 자신이 있다”며 여느 때보다 일찍 바다로 나갔다. 낮이 기울 무렵에 뭔가 큰 것이 물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청새치였다. 이후 참으로 오랫동안 청새치와 노인 간의 실랑이가 계속됐다. 해가 진 후 청새치는 쪽배를 끌고 끊임없이 바다로 나갔다. 쉴 수도 없었다. “그 애가 있었다면”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청새치가 날뛰는 바람에 노인은 그만 넘어지고 만다. 하지만 드디어 사흘째가 되는 날, 청새치는 수면에 나와 있었다. 노인은 작살로 청새치의 심장을 찔렀고, 드디어 노인은 청새치를 배에 붙잡아 맸는데 무게가 1500파운드는 넘을 듯했다. 청새치는 우리의 인생에서 무엇에 해당할까? 아마도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아닌가 싶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인생에서 우연찮게 얻어지는 행운이랄 수도 있다. 그런데 노인이 청새치를 잡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 행운이나 목표는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 ‘노인과 상어’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하면 되나? 배가 항구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에 상어가 나타났다. 노인은 청새치를 지키기 위해 밤중까지 상어 떼와 싸웠다. “죽기까지 싸우자”는 마음으로 싸웠지만 몸이 뻣뻣해져 오고 나이프도 몽둥이도 모두 부러졌다. 청새치는 상어에게 뜯어 먹혀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항구로 돌아온 뒤에 노인은 오막살이 침대에서 늘어지게 잤다. 아침에 소년이 와서 노인을 위로했다. 상어는 인생에서 보면 아주 나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복권에 당첨됐다. 그런데 당첨금으로 인한 행복은 순간일 뿐이고, 나태함과 태만이 그를 지배하면서 흥청망청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 채 오히려 빚만 지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여기서 나태함이나 태만 등이 바로 우리의 삶의 목적을 방해하는 나쁜 장애물이다. - 이 소설을 통해 개인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어떤 의미와 시사점이 있으며,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볼 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단 시작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 노인이 소년과 함께 바다에 나가 청새치를 잡았더라면 최소한 뼈만 앙상한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상호간의 협업이 중요하고, 리더는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처럼 비현실적인 고집을 피우게 된다면 주변까지도 힘들게 하곤 한다. 따라서 우리는 주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하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서로 간에 도움도 주고받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교훈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를 조직에서 보면 일부 리더의 경우에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것에 집착해 조직 전체를 어려움에 처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인드로 인해 조직 전체에 불만을 초래해 협업을 힘들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직사회에서 커뮤니티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리더라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열고 직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수시로 일어나는 갈등을 원만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