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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창작 공연들, 가능성 무궁무진하다

‘글루미데이·미스터 온조·안녕, 마이 버터 플라이’ 독특 소재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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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4호 김금영⁄ 2013.07.08 11:42:27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시카고’ 등 몇 십 년에 걸쳐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이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품들을 만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특히 라이선스 공연이 공연 시장을 주로 섭렵하고 있는 시점에서 꾸준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창작 초연작들이 있어 주목된다. 이 중 특히 주목받았고, 또 현재도 주목받고 있는 국내 순수 창작 공연들 속에서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창작 초연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6월 5일부터 6월 23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필링 1관, 6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화성 반석아트홀에서 공연됐다. 총 공연 기간은 한 달 남짓으로 그리 길진 않았지만 독특한 내용 구성과 흥미를 일으키는 캐릭터들로 호평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가 난무했던 대학로에서 ‘글루미데이’가 지닌 미스터리적인 특징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글루미데이’는 1926년 8월 4일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부산 사이를 운항하던 관부연락선에서 투신한 극작가 김우진과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의 실제 투신 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김우진은 처와 자식을 둔 유부남이었고, 윤심덕은 결혼을 하지 않은 노처녀였기에 불륜에 의한 자살로 알려져 있지만 두 사람을 이탈리아에서 목격했다는 증언들이 이어지며 생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성종환 연출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이 이야기에 새로운 상상을 더했다. ‘글루미데이’에는 김우진, 윤심덕 외 갈등을 조장하는 ‘사내’라는 베일에 감춰진 인물이 등장해 ‘김우진과 윤심덕의 투신이 단지 불륜에 의한 극단적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라는 가정을 내세웠다. 자칫하면 평범하게 전개될 수도 있었던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 공연으로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했던 윤희석은 짧았던 연습 기간과 공연 기간에 아쉬움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좋은 배우들과 5년 안에 대학로를 주름잡을 성종완 연출, 김은영 작곡가와 작업을 해서 행복했다”며 “‘글루미데이’는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본 공연 때는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오고 싶다”며 ‘글루미데이’의 재연 가능성을 시사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역사적 사실 위에 새로운 상상 덧붙인 ‘미스터 온조’ ‘글루미데이’가 보여준 창작 초연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미스터 온조’가 이어간다. ‘미스터 온조’도 ‘글루미데이’와 같이 역사적 사실 위에 새로운 상상을 덧붙여 신선한 내용을 이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고구려 주몽의 세 번째 아들이자 새로운 나라의 건국 운명을 지닌 청년 온조가 천명의 열쇠를 지닌 달꽃무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는다.

강민호 연출은 “온조왕이 백제를 건국한 역사적 사실을 아름다운 송파를 배경으로 꾸렸다. 픽션으로 적절하게 구성했다”며 “온조왕이 왜 이 지역에 정착하고 나라를 세웠는지, 그 안에는 분명 특별하고 신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이 공연이 출발했다. 정통 사극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관객들이 편안하게 이 공연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 신경 썼다”고 밝혔다. 온조 역을 맡은 홍경민은 창작 초연작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전설이 된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에도 시작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 만드는 창작 뮤지컬 또한 언젠가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처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과 자부심 그리고 보람을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미스터 온조’는 7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송파구청이 주최, 엠에스뮤지컬컴퍼니가 주관/제작을 맡았다. 강민호가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홍경민, 김민철, 민후(익사이트), 박세미(쥬얼리), 박소연, 이기동, 전수미, 임재청, 이상현, 안성빈, 한연주, 정목화, 박현서, 강대윤, 문정미, 황지원 등이 출연한다.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배우 손숙 삶 모티브로 해 뮤지컬 뿐 아니라 연극계에서도 창작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배우 손숙이 연기 50주년을 기념해 창작 공연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를 올려 이목을 끌고 있다. 창작에다가 초연이어서 화제몰이를 했지만 무엇보다 이 공연이 관심을 받은 것은 이 극 자체에 손숙의 연기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연극 무대에 인생을 바친 스타 여배우 김정숙이 50주년 연극 ‘굿나잇, 마더’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손숙은 극 중 50년 동안 연극을 해온 김정숙으로 분해 자기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대 위 연극과 무대 뒤 삶이 중첩돼 무엇이 연극이고 무엇이 실제인지 독특한 혼재를 경험하게 하는 형식을 갖추는 이 연극은 손숙을 모티브로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태어나면서 한 가정의 딸로 자랐고, 결혼을 하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까지 많은 역할을 하며 살아 온 손숙에게 존재 자체로 행복한 역할 ‘배우’는 어떤 의미인지 살펴본다. 공연 관계자는 “이 작품 속에는 여러 겹의 연극이 존재한다. 인물관계도 여러 겹이 서로 충돌하며 사건이 구체화되고 인물이 만들어진다”며 “관객은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과정과 겹들의 충돌 속에서 연극과 연습 그리고 실제, 배우와 관객의 재미있고 독특한 혼재를 경험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공연을 보면서 마침내 배우가 토해내는 진심 속에서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며 “무대 위에 투영된 배우의 모습에서 ‘삶이 연극보다 더 진한 연극’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는 7월 5일부터 7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윤정환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손숙, 김원해, 서은경이 출연한다. 천편일률적인 소재에서 벗어나 독특한 이야기를 주무기로 삼은 국내 순수 창작 초연작들이 품은 가능성이 앞으로 어떻게 빛을 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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