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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가을이 깊어가는 코스, 그린의 철학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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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8호 김맹녕⁄ 2013.10.14 13:35:33

가을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감싸고 스쳐간다.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찬 기온이 늦가을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골프코스에서 바라다 본 산야는 아직도 본격적인 단풍의 절정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나뭇잎이 조금씩 자기 변신을 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여주에 위치한 트리니티 골프장을 방문했다. 수려한 경치에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 카펫 같은 녹색 잔디 그리고 유리알처럼 빠른 그린이 골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개를 들어 코발트색 하늘을 바라보니 솔개가 선회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12번 홀 높은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눈 아래로 전개된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시원하다. 조막만한 집 사이로 잘 익은 노랑물결의 논이 마치 모자이크를 해 놓은 듯 반듯하게 수놓아져 있다. 높은 언덕에서 산 아래로 티샷을 날리니 백구는 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비행기가 활주로에 연착하듯이 사뿐히 페어웨이에 떨어진다. 건강을 위해 활보하는 후배를 따라 페어웨이에 당도하니 강아지풀을 확대해 놓은 듯 한 우리나라 고유 갈대인 수크령이 지천에 피어있고 가을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다.

갑자기 로맨틱한 기분이 들어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로 시작하는 고은시인이 작곡한 노래가사를 흥얼거려본다. 정녕 작년에도 온 가을이 올해에도 다시 왔것만 왜 올해는 더 감상적인지 모르겠다. 지난 1년 사이 같이 라운드를 자주하던 두 친구가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15번 파3홀로 들어서니 멀리 호수 같은 연못이 보이고 뒤로 금강송 소나무가 높이 집단으로 서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파3홀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그니처홀이다. 갑자기 강풍이 불자 나무위에서 도토리가 우르르 하고 쏟아져 내린다. 바스락 소리가 나 앞을 바라보니 나뭇잎 사이를 빠르게 왔다갔다하는 줄무늬 다람쥐가 왠지 더 예뻐 보인다. 오늘은 골프스코어가 좋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늦가을의 정취를 맛본다고 하니 마음이 편하다. 골프라는 운동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치면 잘 맞는다는 선배의 충고가 효과를 보는 듯하다. 비가 온 다음날의 청초함을 맛보면서 걷는 가을의 골프코스는 우리에게 많은 상상과 생각을 가져다주는 철학적인 장소를 제공하는 광장이다. 이런 아름다운 파라다이스에서 가을 골프를 즐기는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골퍼라고 자부를 해본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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