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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잃어버린 조각 대신 쇳가루로 풍경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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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 2014.06.23 12:58:42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 설치된 쇳가루 6000자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종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CNB=왕진오 기자) '인간은 슬픈 존재'라는 전제아래 "슬픔이 있어야 예술이 정화작업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김종구(51) 작가의 마음 속에 담았던 속내가 48시간 만에 10m 40cm×270cm 대형 캔버스에 쓰여진 것이다.

특별한 제약은 없다. 캔버스 사이즈에 따라 작업의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하지만, 이 글씨는 먹이나 물감이 아닌 250kg리 넘는 쇳가루이기에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통 쇠를 그라인더로 갈아 형상을 만드는 작업에서 출발해 작품 제작과정에서 생긴 쇳가루를 가지고 명상적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김종구 작가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의 2014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어 그간의 작업 세계를 선보이를 자리를 마련했다.

김종구 작가는 쇳덩어리를 쇳가루로 변경시킴으로써 쇠가 갖고 있던 그 육중함과 공격성을 제거한다. 이 쇳가루를 이용하여 붓글씨를 씀으로써 쇳가루는 고도의 정신성을 의미하는 예술작품이 되고 탈 물질화의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이것을 작가는 산수화라 부르는데, 자기 독백의 시작이며, 이는 인간 본성의 물음이다. 쇳가루 서예 즉 산수화는 흘러내림과 산화의 과정으로 참았던 새로운 호흡을 시작한다.

▲김종구, '쇳가루 6000자 독백'. 가변설치, 쇳가루 광목 PV접착제, 2014.(이미지=김종영미술관)

그가 쇳가루에 주목한 것은 1997년 영국에서 진행한 야외조각 전시에 통 쇠를 깍은 인체조각을 전시하던 중 쇠 조각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였다.

"설치된 기다란 인체 통 쇠 조각은 밑 둥만 남긴 채 사라지고, 허탈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돌아왔죠. 작업실 바닥에는 통 쇠에서 깍인 쇳가루라 놓여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조각을 대신해 쇳가루를 열심히 쓸어 모았고, 쇳가루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죠"

작가에게 쇳가루는 동양화의 먹처럼 사용된다. 자신이 직접 만든 다양한 쓰레받기를 가지고 붓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캔버스 광목 천에 아교성분의 용액을 뿌리고 쇳가루를 뿌린다. 수용성 용액과 철 성분인 쇳가루가 만나 자연스럽게 녹이 슬어 번짐의 효과와 레이어를 쌓을 수 있는 독특한 질감을 드러낸다.

▲김종영미술관 신관 제3전시실 전경.(사진=김종영미술관)

오랜 기간 쇳덩어리를 갈아서 자신만의 호흡을 담아온 작가는 "살아 숨 쉬는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갈려서 떨어져 나간 작은 조각들마저 생명의 일부 입니다"라며 "비바람을 맞아 녹이 슬어 녹이 흘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조차 또 생명의 또 다른 호흡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전한다.

조각과 회화의 경계선상에서 글과 이미지를 조합한 작업을 통해 이 시대와 미술에 대해 자신의 속내를 풀어내고 있는 작가 김종구의 궁극의 목표는 ‘그라인딩 프로젝트’의 완성이다.

‘그라인딩 프로젝트’는 도구를 갈아내는 것과 전쟁의 상징인 탱크를 전쟁지역인 사막에서 갈아서 그 쇳가루로 또 다른 산수화를 그려내는 것이다.

삽, 갈고리, 삼지창으로 상징되는 생산의 도구들을 3년여의 시간을 들여 통 쇠를 갈아서 만들어 보인다는 계획이다.  철기문명시대 금속을 녹여서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 만든 것을 상징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일명 ‘평화프로젝트’로 명명된 50톤 이상의 실제 탱크를 전쟁지역에서 그라인더를 갈아내는 작업은 UN과 글로벌 기업의 도움 그리고 평화를 지지하는 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펼쳐 내려는 그의 궁극의 목표중 하나이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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