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5호 정지우 중국문화 동시통역사⁄ 2014.07.03 08:58:0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중국친구 : 이바이 빠스 이 하오!(181번! 一百八十一号!)
나 : 샤? 쪈지아야. 피엔워더바?(뭐? 거짓말이지? 날 속이는 거지? 啥? 真假呀骗我的吧? )
중국친구 : 니 스 구어찌 요우런 셰이 간 피엔 니 아! 니 쯔지 칸칸 스부스 이바이 빠스 이 하오, 야오 빠 야오 지시앙 슈! 타이 하오 러, 하하! (넌 국제우인(国际友人)인데 누가 감히 속이겠니?! 네가 직접 181번인지 아닌지 봐. 일, 팔, 일, 행운의 숫자네! 너무 잘됐다 하하. 你是国际友人,谁敢骗你啊!。你自己看看是不是181号,1.8.1.吉祥数, 太好了, 哈哈.)
나 : 와싸이, 쩌 션머 칭쿠앙아? 니 전머 하이 슈어 하오 너? 니 스부스 으어 펑러 야?(황당,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것을 어떻게 좋다고 하니? 배고파서 미쳤니? 哇塞, 这什么情况啊? 你怎么还说好呢? 你是不是饿疯了呀?)
중국친구 : 뚜어하오아, 쟌 간진 디엔완 챠이 취 쭈어 쯔지아 바! (얼마나 좋니? 우리 빨리 주문하고 네일아트 받으러 가자! 多好啊,咱赶紧点完菜去做指甲吧.)
나 : 취 날 쭈어 아? 워 으어 더 스쨔이 조우 부 똥 러, 니 쯔지 취 쭈어 바, 워 짜이 쩌리 덩 하오 러.(어디 가서 하려고? 나 배고파서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겠어. 너 혼자 해. 난 여기서 기다릴게. 去哪儿做啊? 我饿得实在走不动了, 你自己去做吧, 我在这 里等好了.)
중국친구 : 부 융 취 날, 찌우 짜이 쩌리 쭈어 아, 씽러씽러! 야오 빠 야오! 뚜어 하오 더 슈즈 아. 니 껀 워 찐취 찌우 요우 지얼 러 하! 조우 빠 하!(가긴 어딜 가. 여기서 하는거야. 일, 팔, 일, 얼마나 좋은 숫자니? 나 따라가면 힘이 날거야. 不用去哪儿, 就在这里做啊, 你跟我进去便知道了)
후어구어(火锅-샤브샤브)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친구가 특별히 한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나는 너무 배 고프다. 그런데 대기번호가 181번이다. 중국이 15억 인구를 자랑한다지만 식당 대기번호 181번은 정말 너무한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오늘 안에 먹을 순 있을까. 하염없이 기다릴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짜증이 밀려온다. 다른 식당으로 가고 싶지만 친구는 막무가내다. 이웃 식당은 빈 테이블도 많다.
친구는 대기번호 ‘야오 빠 야오(1, 8, 1)가 행운의 숫자라고 좋아한다. 야오 파(要发-대박날 거예요. 숫자 1은 때에 따라 ‘야오’라고 발음한다. 동음어인 ‘~할 것이다’의 미래를 나타내는 ‘要’와 동일시된다. 숫자8은 대박이 난다는 ‘파차이-发财’의 ‘파’와 유사한 ‘빠’라고 해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한다. 친구를 따라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중국인은 만만디구나.’
식당 안에서는 많은 사람이 미니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분명히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인데, 테이블마다 과일, 음료, 과자, 꽈절(瓜子儿-해바라기. 중국인의 국민 간식)을 가득 올려놓은 채 게임을 즐긴다. 번호표를 받자마자 심한 짜증을 냈던 나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들은 후어구어를 먹으러 온 게 아니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보드게임 카페에 온 듯하다.
식당 양쪽은 대기자를 위한 샐러드바, 네일아트, 신발닦이 코너, 안경닦이 코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에는 시간대별 동화구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모든 것이 기다리는 고객을 위한 ‘무료’ 서비스다. 친구 세 명이 기다리면서 네일을 받으면 후어구어는 무료인 셈이다.
주문서는 아이패드다. 카테고리 별로 음식재료의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돼 있다. 직원을 불러 귀찮게 할 일이 없다. 외국인도 당황하지 않고 터치로 쉽게 주문을 마칠 수 있다.
“주문하신 음식은 후어구어 테이블로 옮기시면 바로 식사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샐러드바에 준비된 간식을 드시면서 보드게임 하고 계시겠어요?” 얼굴 가득 큰 웃음을 지으며 매우 친절하게 안내하는 직원을 보니 방금 전의 배고픔과 짜증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네일아트를 받기위해 광속으로 메뉴를 체크하는 친구를 제지했다. “지금은 배고파서 괜히 많이 주문 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해. 간식 먹고 나면 배부를지도 모르잖아.” 이에 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괜찮아, 배부르면 취소하면 돼.” 나의 괜한 기우였다.
중국친구 : 네일 다했는데, 아직도 멀었네. 어쩔 수 없다. 전화해야겠다!
나 : 전화? 어디로?
중국친구 : 잠깐만. 여보세요? 총경리님 안녕하세요. 저 쉬쉬에요. 바쁘시죠? 부탁 안 드리려고 했는데, 네일아트까지 다 받았는데도 대기가 길어져서요.
식당에서도 꽌시가 통한다. 어쩐지 친구가 꼭 여기서 먹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가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직원이 다가와 낮은 음성으로 살며시 말한다. “바로 모시고 싶지만, 다른 분들의 눈도 있으니까 5분정도만 더 대기해 주시겠어요?”. 중국인의 꽌시를 적용하면서도 다른 고객의 마음을 배려하는 직원의 임기응변이 인상적이었다.
식사를 시작했다. 머리가 긴 친구를 위해 머리끈을 내어준다. 고가의 핸드폰에 습기가 찰 것을 고려해 비닐 팩을 준다. 안경닦이용 천도 준다. 새우를 주문하니 캡을 머리에 쓰고, 일회용 장갑을 낀 직원이 껍질을 정성스럽게 제거해준다.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특별히 음식을 많이 주문한 것도 아니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보통 후어구어 식당이다.
화장실은 또 어떠한가. 가글은 기본이고, 치약, 칫솔, 드라이기, 헤어젤, 머리핀 등등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 화장실에서 이뤄진 진정한 ‘컬처 쇼크’의 순간이다.
며칠 후, 이곳에 다시 가자고했다. 친구는 날 더운데 움직일 필요 없이 전화 한 통화면 된다고 한다. 한국에도 출장뷔페 서비스가 보편화 돼 있다. 내가 놀란 것은 후어구어에 걸맞게 휴대용 인덕션을 뿐만 아니라, 휴지통과 쓰레기 비닐까지 챙겨왔다는 점이다. 재료를 담은 요리 하나하나 마다 상추로 데코까지 했다.
서비스는 매장과 똑같다. 머리와 신발에 캡을 쓰고 정갈하게 인덕션과 음식을 세팅한다. 편안한 내 집에서 매장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는다. 쓰레기까지 다 치워주는데도 가격은 약 50위엔(한화 약 8000원)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