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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국제처장)]세계화는 국익·글로벌기업의 원천 “MB정부 비해 세계화 후퇴했다”

‘작은 도시 큰 기업’ 책 출간…지역에서 세계적 기업 나와야 국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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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3호 정의식 기자⁄ 2014.08.28 08:59:17

▲사진 = 이성호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 겸 국제처장은 잘 알려진 ‘세계화 전도사’다. 그동안 한국이 급성장한 비결이 세계화에 적극적이었던 때문이었고, 향후의 미래도 세계화 이슈를 어떻게 잘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상용화, 이민정책, 외국인 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목소리를 내던 그가 이번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작은 도시 큰 기업’이라는 책을 냈다.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 지역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보고 싶었다는 모종린 교수를 만나봤다.』


모종린 교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떠났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텍사스 오스틴대 정치학과 조교수,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고 199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연세대 국제처장 겸 국제학대학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위원, 세계화연구센터 연구소 원장 등 직함이 다양하다.

연세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을 학부와 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고 연구를 제외한 대외활동은 원장으로 있는 세계화연구센터를 통해 진행 중이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세계화다.


- 세계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18년 살다 미국 가서 17년 살고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지 18년 됐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오니 한국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래서 세계화와 세계 공헌 분야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대학에서 연구하고 자리 잡는 데 여념이 없어서 사회문제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화를 위해 연세대가 설립한 언더우드국제대학은 영어로 강의한다. 이곳에서 2005년부터 3년간 초대 학장을 지내며 세계화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장으로 있으면서 정부나 기업체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세계화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출과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개방적이지만, 수입과 외국인 투자, 이민에 대해서는 폐쇄적이다. 올해도 외국인 투자는 낮은 규모이고 수입도 원자재를 빼면 소비재 수입이 거의 없다. 영어 문제도 심각하고 교육 부문에서도 민족 교육·국민 교육이 너무 강하다.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전혀 준비가 안됐다.

변화에 적응을 잘하고 거부하지 않는 다이내믹한 국민성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이민 문제나 수입, 외국투자 문제도 변화할 수 있다고 보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진한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여러 주제들, 특히 대학입시제도나 이민, 지방 문제, 외국인 투자 등 세계화 이슈에 대해 나름대로 기여하기 위해 이들 주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

영어상용화를 주장한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2010)’,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강조한 ‘국제기구 개혁과 미래(2010), 외국인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한 ’시장경제와 외국인 투자 유치(2010), 이민 확대를 주장한 ‘이민강국(2013)’과 지역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작은 도시 큰 기업(2014)’를 집필한 이유다.


- 그래도 많이 세계화되지 않았는가? 연세대는 특히 세계화된 대학으로 알려져 있는데?

외부에서 연세대를 가장 세계화되고 개방된 대학이라 하는데, 옛날 얘기다. 이젠 다른 학교도 많이 따라와서 연세대가 다른 데보다 더 개방됐다고 보기 힘들다. 외국인 학생 수나 외국인 교수 수를 보면 10위 정도로 선두가 아니다. 질적으로 앞선 부분은 있겠지만 가장 세계화된 대학은 아니다.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나마 국제학대학원은 외국인 비율이 50%로 연세대 전체 외국인 학생 비율 5%보다 훨씬 높다. 국내에서 가장 국제화된 교육기관이라 봐도 좋다. 한편, 미국 대학은 10%, 홍콩·싱가폴 대학은 20% 정도라 한국 대학의 외국인 비율은 많이 낮다. 전체 인구로 봐도 그렇다. 국내 외국인 비율은 3%인데, OECD 평균은 8%~9%다. 현재 외국인 숫자가 107만 명 내외인데, 500만 명은 돼야 OECD 평균이 된다.


-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인가?

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코리아’라 해서 ODA를 많이 늘렸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견국 외교’라며 다양한 사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ODA 규모는 국내 GDP의 0.1% 정도인데 OECD 평균은 0.35%다. OECD 전체 국가가 이를 0.7%로 올리자고 약속했다. 우리는 2020년까지 0.2%로 늘리려했는데 새 정부 들어서 고용, 복지 이슈가 중요해지니까 미뤄지고 있다.

현재 해외 기부나 지원에 대해 국민적 저항은 거의 없다. 국민정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 국민들은 외국을 돕는데 대해 자부심도 강하고 반대가 크지 않다. 사실은 정치인들이 OD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 국민 핑계를 대는 거다. 정치인들은 표가 있은 곳에만 가는데, 외국인들은 표가 없으니까. 아무래도 지역구 예산에 더 관심이 갈 것이다. 정치인들이 나서기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에 비해 미온적이다.

▲모종린 교수의 저작들. 사진 = 이성호 기자


-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는 구체적 정황은?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세계화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조기유학이 50% 줄었고, 영어공용화, 상용화에 대한 관심도 줄었고, 외국인 고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줄었다. 글로벌 리더십 부문도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 줄었고, 외국인 투자, 이민 모두 관심이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에 대한 반감이 퍼져 정부의 개입과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게 된 분위기가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삼성이나 한류가 해외에서 성공하다보니 한국 방식이 좋고 외국에서 배울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5년 전, 10년 전에 비해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학교, 기업, 정부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일본은 아베 정부 들어서 그간 한국에 뒤진 이유를 “한국이 세계화를 잘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일본 학생 20만 명을 내보내겠다. 가사도우미 시장을 개방하겠다” 등 이민과 해외유학, 외국인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보다 세계화 분야에서 낙오할 우려가 있다.

사실 우리는 그간 세계화를 잘 활용해온 나라다. 국제무대에서 성공한 분들도 많고, 세계적으로 큰 대기업도 많다.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화가 덜 됐다. 경제를 주도하는 분들은 대개 세계화된 분들인데, 정치를 주도하는 분들은 주로 국내파이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 선거가 정책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 인맥 위주라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능력있는 사람들이 정치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 최근에 집필한 ‘작은 도시 큰 기업’은 어떤 책인가?

지역 문제를 다뤘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이 말하는 지역불균형과 균형발전은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등이다. 부의 재분배 관점에서 수도권은 규제하고 다른 곳은 풀어주는 방식이다. 반면, 보수진영은 서울의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상하이나 도쿄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지역 문제가 세계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지역이 같이 발전할 수는 없다는 관점이다.

저는 이 문제를 창업이나 큰 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봤다. 공공기관 이전해봐야 사람들이 가지도 않고, 지역사회와 통합도 안 된다.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업에 과연 지역사람이 취업할 수 있는가? 서울 사람이 들어가고 싶은 기업을 지역이 못 만들면 진정한 지역 발전은 어렵다. 각 지역에서 세계적 기업이 나와서 서울에 있는 사람도 회사 때문에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그런 것이 정상적인 균형발전이라 본다.

그래서 한국이 예외적인 상황이란 걸 알리고 싶었다. 다른 나라는 조그만 도시에 세계적 기업이 있고,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부산조차도 포기하고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책에서 소개한 홀푸드마켓과 델컴퓨터 본사가 있는 미국 오스틴에서 교수로 있던 당시, 오스틴 사람들은 자신들은 천국에 산다고 믿고 있었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천국이라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자연, 음식, 문화에 대해 거의 종교에 가까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애향심이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애향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 올라가 성공한 사람만 롤모델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토양에선 애향심이 만들어질 수 없다.


- 책에서 소개한 작은 도시들과 울산, 수원, 포항 같은 기업 도시는 어떻게 다른가?

서울 기업의 공장이 지방에 있는 것일 뿐, 지역에서 지역 주민이 만든 회사가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법적 본사가 울산에 있고 포스코도 포항에 있지만, 울산 기업, 포항 기업이라 보기 어렵다.

공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 도시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많은 개발 혜택을 주고 있는 것뿐이다. 지역의 자생적인 창업 기반, 독립적인 경제 기반이 없는 것이다. 서울 기업의 공장을 유치한 것에 불과하니,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큰 기업을 키운 작은 도시라고 볼 수는 없다. 판교의 IT기업단지나 제주도로 이전한 다음, 넥슨의 사례도 있는데 이 역시 서울 기업의 이전으로 지역 창업 사례는 아니다.

문화 정책과 도시 정책, 경제 정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이 서울과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일본 교토를 예로 들자면, 쿄세라, 닌텐도, 와코루, 산토리 등 대기업들과 옴론, 일본전산 등 한국이 제일 부러워하는 일본 강소기업 10개 중 6개가 교토에 있다. 교토는 동경에 대해 반골 정신이 강하다. 1860년대까지 교토가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일본 문화의 중심이고 일본 정신을 대표한다는 자존심이 있다. 도쿄는 서양의 영향을 받아 부패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존심, 문화적 차별성이 교토를 도쿄와는 다르면서도 경쟁력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사진 = 이성호 기자


- 국내에서는 왜 교토같은 사례가 만들어지지 못했는가?

교토처럼 과거 수도였던 도시들이 그런 특성이 있다. 개성이 만약 그대로 남았다면 교토같은 도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 개성 사람들을 차별해 정부에 등용하지 않으니 중인이 되고 상업에 종사했다. 소위 개성상인이다.

교토가 도쿄에 경쟁의식을 가진 것처럼, 과거 개성도 한양에 경쟁의식을 가졌다.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있었고, 산업 자체가 달랐다. 그 사람들이 그걸 계속 이어갔고, 나중에 서울에 와서도 검소하고 독특한 경영문화를 이어갔다. 아모레퍼시픽, 신도리코, 동양제철화학, 에이스침대 등 수많은 기업들이 개성상인의 후예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렇듯 지역마다의 자부심, 정체성이 중요하다. 국내의 대구나 광주의 경우 정치적 자부심은 있지만, 경제·문화적 자부심은 부족한 것 같다. 부산이 한때 자부심이 있었는데, 2등 도시로 오랫동안 침체를 겪다보니 포기한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정체성을 찾고 있는 도시는 제주, 전주, 통영, 안동 등이다. 개성있고, 자기정체성이 강한 도시들이다. 결론적으로 지역의 문화정체성이 중요하고, 이걸 ‘라이프스타일’이라 표현했다.


- 국내에서 ‘작은 도시 큰 기업’을 이룰 방안은?

일단 우리나라 상황이 비정상적이란 것,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서울과 지역 격차, 서울 집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패배주의에 빠져있는데, 이것부터 바꿔야한다. 그래서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교육 과정에 지역 교육이 없다. 우리 지역의 역사나 문화, 전통, 인물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

방송 같은 데서 지역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문제다. 그리운 곳, 30년 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곳,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만 다루고, 소박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만 표현한다. 살고 싶은 곳, 화려하고 앞서고 역동적이고 상류사회적인 곳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지역에 가면 의외로 화려하고 잘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보여주지 않는다.

지역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많다. 마산의 무학소주는 국내 3위 브랜드다. 이외에도 국내 3~4위 하는 소비재기업들이 지방에 많다.

세계적 기업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나라기 때문에, 성공사례가 한둘 나오면 금방 변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 향후 집필계획은?

앞으로도 세계화 이슈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간 다뤄왔던 이슈들, 영어상용화, 이민, 지역, 창업 문제 등을 계속 연구하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산업화, 민주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 개발에 관심이 많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는 문화의 융성, 창조경제라고 본다. 경제발전, 정치발전, 문화발전 순으로 발전이 됐는데, 다른 나라들도 밟는 일반적 코스다. 문화발전이 경제와 정치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나라 도시도 문화와 창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문화발전과 문화경제학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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