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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그린벨트 땅 매매계약 후, 개발제한 완화 알았다면…

계약금만 주고받은 단계서는 해제 ‘가능’…이후에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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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4.10.02 08:39:3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최근에 부동산 계약해제 문의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개발제한구역에 있는 부동산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제가 내담(來談)자에게 계약을 해제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묻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셔서 좀 의아했습니다.

계속해서 계약과정과 관련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규제 완화’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호기심이 생겨서 대놓고 물어봤습니다. 내담자는 최근에 국토교통부가 2014년 하반기 개발제한구역 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했고, 땅값이 오를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내 기존건축물(약 12만동) 중 신축이 금지된 용도의 건축물(7만동, 60%)들을 대상으로 용도변경 허용 범위를 30여종에서 90여종으로 확대했습니다.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이 없도록 추가적인 건축물의 면적 증가가 없는 범위 내에서 허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용도변경 대상 확대로 기존건축물들은 위락시설, 숙박시설, 물류창고, 공장, 제조업소 등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부 용도를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의 시설로 변경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도에 최초 지정된 이후 환경보전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용도허용 범위의 확대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이 최초 지정된 이후의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고려해 주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계약서 날인 후, “잘 몰랐다” 인정 어려워

이 발표를 보고 ‘최근 문의 사항의 원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린벨트 지역 부동산의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런 정보를 알지 못했다가, 나중에 개발제한구역 제한 완화를 알게 되고 땅을 더 비싸게 팔수 있다고 생각되자, 억울했던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은 양 당사자가 합의로 계약을 해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되는 상황에서 쉽게 합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계약금만 주고받은 단계에서라면,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나 그 이후 단계에서는 곤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억울하다고 느끼는 당사자가 대부분 주장하는 것은 “잘 몰랐다”, “내 의도와는 다른 계약이다”, “상대방이 써주는 계약서에 도장만 찍었다”라는 내용입니다. 주장의 요지는 “착오로 계약한 것이니 취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소송 과정이나 상담과정에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 ‘착오’, ‘강박’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계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날인을 해서, 계약서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를 몰랐다는 주장, 계약서에 날인을 할 때 날인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는 주장 등인데, 저는 이런 주장을 하는 분이 있으면 일단 내용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법정에서 인정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일단 이러한 주장을 철회할 것을 설득해 보고, 안 되면 같이 일을 하지 않는 길을 선택합니다.

우리 민법 제109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표시가 ①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대한 착오이며 ②의사표시를 한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의사표시를 한 사람은 자신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중요부분이란 의사를 표시한 사람 뿐 만 아니라 일반인도 만일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을 말하고,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및 목적 등에 비춰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말합니다.

이런 요건 모두 갖추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문서에 내 도장이나 지장이 찍혀 있고, 내가 직접 날인을 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문서의 내용을 몰랐다는 주장은 법정에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kohyg75@hanmail.net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정리 =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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