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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별것아닌 MOU? 잘못썼다 회사뺏길라

구속력 약하지만 기업 약점 빼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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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4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5.01.22 09:03:3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A 사장님은 오랜 기간 노력으로 발견한 황금비율의 레시피들로 요식업계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갑’이라는 중견기업에서 “같이 일을 해보자. 아니면 우리가 높은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라고 제의를 해왔습니다.

제의 자체는 구미가 당겼는데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먼저 MOU를 체결하고 실사부터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A 사장님은 간단한 계약은 해봤지만, MOU가 무엇인지 조항도 많고 복잡해서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 경우 A 사장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업이 커 가면 커갈수록 마주치게 되는 계약은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복잡해집니다. 특히 ‘전략적 제휴’, ‘MOU’, ‘양해각서’ 같은 것은 자주 접하게 되는 표현이 아니므로 막연한 불안감에 꺼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기업 위주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MOU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을 들여다보기 위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MOU는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어로서, 우리나라 말로는 주로 ‘양해각서’나 ‘업무협약’ 정도로 번역되며, 계약보다 구속력이 약하거나 없는 형태의 약속을 지칭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따라서 MOU는 보통 어떤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거나 정식계약을 체결 전에 양 당사자의 사전준비 및 탐색과정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MOU는 그 내용에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보통 계약에서는 구속력을 표시하는 ‘해야 한다(shall)’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반면에, MOU에서는 대부분 ‘노력한다(best efforts to)’나 ‘협력한다(endeavor)’ 등 구속력을 배제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권리·의무’라는 표현 대신 ‘역할’ 등의 약한 표현을 사용하며, 보통 유효기한을 정식계약 체결 전까지로 한정합니다.


영업비밀-핵심기술은 비밀유지-사용금지 조항으로 보호해야

그러나 국내법에 ‘양해각서’ 또는 ‘MOU’라고 명칭을 붙이면 구속력이 없어진다는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MOU 역시 당사자가 실제로 구속력이 없다고 합의를 하고 계약서에 그러한 표시를 한 경우에야 그 실질도 MOU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름은 MOU라고 하였지만 그 내용에 실질적으로 서로 구속력을 인정하기로 한 합의가 들어 있다면 그 부분은 합의에 의해 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OU 진행과정 중에 알게 된 상대방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영업비밀준수’ 조항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당사자의 ‘권리·의무’라는 용어를 쓰거나 ‘손해배상’ 관련 조항이 있는 경우에도 MOU의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MOU에서는 법적 구속력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본 양해각서의 내용은 상대방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하기도 합니다. 또한 ‘당사자의 판단에 따라 쌍방의 귀책사유가 없어도 본 MOU를 해제할 수 있으며, 상대방은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라는 조항을 두어 MOU의 구속력을 더욱 부담 없이 벗어날 수 있게 해놓을 수도 있습니다.


MOU 잘못하면 영업비밀 유출될 수도

MOU는 어디까지나 탐색전이기 때문에 그 목적은 상대방이 계약을 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실제 접촉을 하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상대방에게 정보의 제공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 경우 상대방은 귀사의 재무구조나 심지어 기술을 보여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상대방이 자신의 사업을 어디까지 들여다보게 할 것인가는 쉽지만은 않은 문제입니다.

실제로 실무를 하다 보면 외국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과 MOU를 할 때 상대방의 재무구조의 탄탄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거의 필수적으로 재무구조에 대한 자료를 요구합니다. 또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핵심기술을 거의 그대로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노하우(know-how)를 그대로 보여주었다가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MOU를 해제해 버리고 귀사의 노하우로 제품을 출시해버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제로 대기업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영업비밀보호법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도 전에 재무구조가 약한 중소기업이 버티지 못하고 헐값에라도 합의할 수밖에 없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영업비밀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경우에는 핵심기술에 대한 보호를 철저히 하고, 기술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실현된 제품이나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MOU가 공개한 영업비밀을 상대방이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않도록 하는 비밀유지와 사용금지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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