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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골프 세상만사]대통령과 골프…‘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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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7호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2015.02.12 09:08:10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언론학 박사)) 실로 모처럼 골프업계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은 것 같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만이 최근 국무위원들 앞에서 골프 활성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직자들이 움직일 것이고, 여유 있는 일반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얼어붙은 골프 시장에도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들의 말은 참 알아듣기가 힘들다. 특히 골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혹여 어디 불려갈 각오를 하고 솔직히 말해본다면, 대통령들의 어법은 가히 조폭 식이다. 대단히 불충스러운 지적질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

조폭 보스가 부하들을 데리고 중국 음식점에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값싼 음식들은 짜장, 우동, 짬뽕 이렇게 두 글자인데, 비싼 건 난자완스, 팔보채, 삼선짜장 대개 이런 식으로 이름이 길다. 그래서 “아그들아, 두 글자로 된 음식만 묵거라잉!”라고 하자, 탕수육을 먹고 싶었던 아그들이 ‘탕슉!’이라고 크게 외쳤다는 개그가 있다. 또 다른 조폭 두목은 늘 이렇게 말한단다. “맛있는 거 골라서 먹어. 난 짜장!” 이랬을 때, 짜장 이상의 비싼 음식을 시키는 간 큰 아그가 감히 있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일성으로 “나는 임기 중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나(대통령)만 안 한다’는 것이지, 공직자나 일반 국민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은 500여 년 전 골프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왕이 잠시 내렸다가 후다닥 거뒀던 골프 금지령과 똑같은 효력을 발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골프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들고 운동이 별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던 그 분 아래서 어떤 공직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테니스 이상의 운동을 언감생심 꿈을 꿨을까 싶다. 

박 대통령도 골프에 대해 이미 두세 번 언급을 한 바 있다. 2013년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가 있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뜻을 전했다.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한다는 것은 나라를 해치는 행위다.” 군인도 국민의 일원이니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말이 아니었을까.

그해 6월엔 국무회의장에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이제 골프를 허함이 어떠실까요?”라고 했는데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어떤 부하직원이 부장에게 ‘내일 저 좀 쉬어도 될까요?’라고 했을 때 부장이 아무 말이 없으면 그게 어디 쉬라는 의미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일 청와대에서 프레지던츠컵 대회 관계자들을 만나 우승컵 앞에서 기념촬영하며 웃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엔 아주 전향적으로 골프를 언급했다. “제가 골프를 하라 말라 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직도 ‘알아서 하라’는 준엄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확 트이고 열려 있어서 뜻이 명징하다. “오는 10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권위의 골프대회 프레지던츠컵대회가 열립니다. 제가 명예회장입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이런 것이 대회를 성공으로 이끌지 않을까 싶네요.”

아직도 대통령의 말이 ‘치란 건지 말란 건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공직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들이 자기 돈으로 건전하게 골프운동을 즐기라는 선포로 들린다. 따라서 골프 없이는 죽고 못 사는 이 골프 애호가에게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골프 산업만 해도 시장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한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에 이어 박인비의 그랜드슬램 도전과 오래 유지한 세계랭킹 1위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골프 강국에서 대통령이 골프를 하란다고 하고, 하지 말란다고 안 하고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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