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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카사블랑카 절경에선 햄버거에도 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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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6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4.16 09:15:1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7일차 (마라케시 → 카사블랑카)

매력적인 튀니지 여성

마라케시역은 호텔에서 아주 가까워서 좋다. 두 시간에 한 대씩 떠나는 카사블랑카행 열차는 오전 9시 정각에 출발했다. 카사블랑카까지 거리 235km, 소요시간 3시간 40분이다. 내가 탄 1등칸 6인실 컴파트먼트는 모로코인 셋, 튀니지 젊은 여성 한 명, 프랑스 중년 남자 한 명, 그리고 내가 승차하고 있어 완전히 다국적이다. 매력적인 용모의 튀니지 여성은 모로코와 시리아가 가 본 나라의 전부라면서 여행을 많이 다닌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더듬거리는 프랑스어로 겨우 말문을 열었을 뿐인데 나의 프랑스어 발음이 좋다고 칭찬을 덧붙이니 마음 씀씀이까지 곱다.

새하얀 카사블랑카 도심 풍경

카사블랑카에 가까워지니 집들이 온통 하얗다. 하얀 집…. 16세기 후반 이 도시를 건설한 포르투갈인들이 붙인 이름이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열차가 도착한 곳은 카사브와이야제역이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로 가는 열차만 카사포르역에서 떠나고 나머지 열차는 대부분 여기서 떠난다. 시내 구시가지 한복판 골목 안 애매한 위치에 호텔이 있지만 경험 많은 택시기사는 금방 찾는다.

▲모하메드 5세 광장. 광장 주위의 콜로니얼 건축물들과 야자나무가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카사블랑카 해안에서 만난 석양. 석양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 김현주

호텔에 짐을 풀고 인근 식당에서 모로코식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다(40디람 = 약 6000원). 이어서 모하메드 5세 광장으로 갔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모하메드 5세 광장 주위에는 콜로니얼 건축물들이 우거진 야자나무와 잘 어울리며 서 있다.

관청 건물로 쓰이는 듯 건물마다 모로코 국기가 펄럭인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의 햇볕을 즐기고 있다. 광장 옆에는 이름 모를 모스크가 있고 마침 첨탑 망루까지 개방돼 있어 올라가니 시내는 물론 구 메디나와 항구, 그리고 그 너머 대서양까지 훤히 보인다. 온통 하얗다. 피렌체 두오모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힘들었지만 보상은 충분했다.

온통 흰색 카사블랑카에서
갈매기 쫓아가니 어느덧 항구 나오고…

구 메디나로 걸어간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기까지가 카사블랑카의 전부였다고 한다. 작은 광장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여인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눈다. 메디나는 번잡한 시장거리지만 관광객으로 들끓은 마라케시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질펀한 서민들의 삶이 이어지는 골목골목을 돌다가 하늘 위 갈매기 나는 방향을 찾아 나가니 항구다.

▲아인디압 해변에서 발견한 맥도날드.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에 있다고 자랑한다. 사진 = 김현주


▲카사블랑카 삼거리의 영화 ‘카사블랑카’의 릭스 카페를 재현한 곳. 사진 = 김현주

항구 시설을 오른 쪽에 두고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 걷다 보니 어느 삼거리에 그 유명한 릭스 카페가 나타난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릭스 카페를 재현한 곳이다. 하얀 집이 영화 장면을 떠오르게 하지만 위치는 자동차 정비소 바로 옆 좀 엉뚱한 곳이다. 근처에 수병들이 많이 보이더니 이윽고 해군 본부가 나타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스크

멀리 핫산 모스크가 장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부르튼 발을 달래가며 모스크 앞 광장에 다다랐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알카아바 모스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스크로서 핫산 2세 국왕이 국민 성금을 기반으로 1993년에 완성했다. 실내 장식과 규모 면에서 단연 세계 최대급 모스크로서 손색이 없다. 건물 입구 벽의 타일로 만든 아라베스크 무늬가 황홀하게 아름답다. 첨탑 높이가 200m고 한 번에 2만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다. 장엄하고 장대한 모스크를 안과 밖에서 한참 바라봤다. 대서양 해안 바위에 붙여 지은 모스크는 비록 18년 밖에 안됐지만 인류 역사에 오래 남을 건축물이다.

멋진 곳에 자리 잡은 맥도날드

파도가 거칠게 밀려오는 대서양에 석양이 진다. 리스본에서 만난 대서양을 또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모스크에서 해안 방파제를 따라 서쪽으로 걷다 보니 아인디압 해변 맥도날드 입간판이 보인다. 차로 10분이라고 쓰여 있어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찾아갔다.

▲카사블랑카 도심 풍경. 새하얀 집들이 가득하다. 사진 = 김현주

▲알카아바 모스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핫산 모스크. 첨탑 높이가 200m고, 한 번에 2만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사진 = 김현주

해변에 자리 잡은 맥도날드는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에 있다고 한다. 대서양 파도소리를 들으며 빅맥 세트를 먹는 기분이 묘하다.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건너편 등대가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멀리 대서양에 떠있는 선박들도 불빛을 깜빡거린다. 멋진 풍경에 한참 취해 있다가 시내 호텔로 돌아왔다. 정보도 없이 지도도 없이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나 막막했는데 결국 꽉 찬 하루가 되고 말았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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