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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나홀로 세계여행 - 러시아]북방루트 열어야 하는데, 한국인은 러시아에 관심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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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2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5.27 09:10:07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일차 (서울 → 모스크바)

광활한 시베리아로 떠나다

에어로플로트 A330 여객기는 만석으로 오후 1시 20분 정시에 출발한다. 러시아 여승무원의 한국어 안내방송이 귀엽다. 항공기는 다롄, 울란바토르,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상공을 난다. 몽골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사막이지만 이르쿠츠크부터는 광활한 시베리아 대평원이다. 러시아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78배, 남한의 170배 아닌가?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항공기는 출발 9시간 만에 모스크바 셰레메티에보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 오후 5시 30분이다. 러시아 항공기를 가득 메웠던 승객들 중 실제로 모스크바 입국 수속을 받은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대부분은 에어로플로트의 저렴한 항공료를 이용해 유럽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는 모스크바 환승 승객들이다. 한국인에게 아직 러시아가 친숙한 방문지는 아닌 것 같다.

▲모스크바 거리 곳곳엔 우거진 수풀과 공원이 즐비하다.

미국과 G2 겨뤘던 대국 러시아

러시아는 거대 국가이다. 인구는 1억 4000만, 그중 모스크바 인구는 1044만 명이다. 한때 동서냉전 시대에 미국과 G2(세계 양강)를 겨뤘던 대국이다. 거리 곳곳에 대국의 기품이 풍긴다. 널찍한 도로, 곳곳에 우거진 수풀과 넉넉한 공원…. 비록 우중충한 사회주의식이긴 하지만 잘 가꿔진 아파트 단지…. 이런 모스크바의 풍경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저녁 한때 정취에 흠뻑 젖다

모스크바는 모스크바 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의 서구화를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구 소련 당시 이름은 레닌그라드)로 수도를 옮겼던 1712~1917년의 200년 남짓 기간을 제외하면 모스크바는 줄곧 러시아의 수도이다.

▲깊고 깊은 모스크바 지하철.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항을 나와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 가며 호텔에 도착해 짐을 던져 놓고 시내 산책에 나선다. 저녁 8시지만 북방의 여름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다. 한참 걸으니 양파 모양 돔을 여러 개 이고 있는 러시아 정교 성당과 종탑이 어우러진 풍경이 보인다. 내일 방문하게 될 성바실리 성당의 예고편에 해당한다.

마침 종탑이 때를 맞춰 종을 울려 주니 한가한 일요일 저녁 모스크바 저녁 한때의 정취에 흠뻑 젖는다. 강가 유람선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강변 산책로를 따라 호텔로 돌아왔지만 아직 대낮처럼 훤하다.

2일차 (모스크바)

모스크바의 분주한 아침 풍경

시차 때문에 새벽잠을 설쳤다. 그러나 8층 호텔방에서 보는 도시의 분주한 아침 풍경을 즐기며 어제 다 못쓴 여행기를 정리하는 기분도 괜찮다. 푸쉬킨 박물관, 트레챠코프 미술관은 오늘 월요일 휴관이라 아쉽다. 도시 면적이 넓은 모스크바에서는 효율적인 동선을 연구해 이동 거리와 시간에 낭비가 없어야 한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뜬 덕에 오늘 하루 모스크바 볼거리 탐방을 위한 동선 연구에 몰두하는 사이 호텔 아침식사 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오전 9시 호텔을 나선다.

▲볼쇼이 극장 왼쪽 측면 작은 광장에 자리하고 있는 국립오페라 극장. 웅장한 규모가 눈길을 끈다.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테러 위령비

지하철은 출근 인파를 쏟아낸다. 키 크고 늘씬한 여성들이 종종 걸음으로 일터로 간다. 호텔 근처 메트로역은 2004년 2월 체첸 분리주의자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수십 명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위령비가 플랫폼 입구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1776년 개관한 볼쇼이 극장.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하는 세계적인 극장으로 유명하다.

뽀송한 북국의 아침

시내 한복판 체홉스카야 역에 내리니 작은 광장에 푸시킨 동상이 반긴다. 러시아의 대문호 중에서도 시인으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로 이어지는 유명한 시구의 주인공이다.

광장을 벗어나 공원과 크고 작은 광장과 이름 모를 동상들이 늘어선 도심 속 상쾌한 숲길을 걷는다. 이 뽀송한 북국의 아침, 오감으로 전해 오는 여행의 정취를 글로는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닿은 곳이 서커스 극장이다. 극장 앞 작은 광장에는 피에로의 익살을 옮긴 조형물들이 있다. 서커스 공연은 하루 한 차례 저녁에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넓다는 붉은 광장 전경. 길이 700m에 평균 폭 130m의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 = 김현주

볼쇼이 극장 광장의 풍경

방향을 돌려 계속 남쪽으로 걸어 크렘린까지 간다. 고급 호텔이 늘어선 중심가를 지나 극장광장에 닿는다. 광장 전면에는 볼쇼이 극장, 그리고 왼쪽 측면 작은 광장에는 국립 오페라 극장이 있다. 건축물의 규모가 웅장하지만 섬세한 터치도 인상적이다.

1776년 개관한 볼쇼이 극장은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하는 세계적 극장이다. 지금 극장 건물은 1824년 건축됐는데 전면에 8개의 그리스 도리아식 원주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을 흉내 낸 듯 지붕 위에 말 네 필이 끄는 로마식 전차 장식이 인상적이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국립역사박물관 모습. 고대사부터 인류 정착의 역사와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 = 김현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는 혁명 광장

극장 광장 남쪽에서 크렘린 북단까지 이어지는 광장은 혁명 광장이다. 혁명이 시작될 무렵 이 광장에서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광장 옆 붉은 벽돌 건물이 국립역사박물관이다(입장료 250루블). 역사박물관이라기보다는 고대사부터 인류 정착의 역사와 유물을 보존한 고고학 박물관에 가깝다.

연대기별로 정리돼 있어 관람은 편리하지만 영어 설명이 전혀 없어 전시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왕가의 보물을 전시한 특별 전시실의 좋은 자리에 1991년 한러수교 1주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기증한 보석함이 번쩍 눈에 띈다. 찬란할 만큼 아름답다.

▲서커스 극장 앞 광장에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피에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 = 김현주

붉은 광장에 서다

마침내 붉은 광장이다. 모스크바 제1의 관광명소여서 수많은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세계에서 가장 넓다는 광장의 규모는 길이 700m, 평균 폭 130m로 국립역사박물관, 굼 백화점, 성바실리 성당(양파 성당), 그리고 크렘린으로 둘러싸여 있다. 광장의 원래 명칭은 ‘아름다운 광장’이었다고 한다. 광장 중앙 가까운 곳에는 1924년 1월 24일 서거한 레닌 묘가 있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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