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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생명을 잇게 해주는 숨쉬기, 식도락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음식 먹기, 애정 표현의 극치 키스, 사상을 표현하는 말하기, 노끈 끊기, 추위 녹이기, 통증 완화(호~ 하는), 재채기나 딸꾹질, 하품(지루하기에), 혀 내밀어 남 놀리기(메롱~), 우표 붙이기, 굳게 다물어 분노 나타내기, 임시로 물건 잡고 있기 등 여러 일에 널리 쓰이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맞다. 입이다.
이제는 입의 여러 기능에 골프 치기도 포함해야 할 것 같다. 혹여 입으로 어떻게 골프를 치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듯하다. 당연한 의문이다. 그런데, 가능하다. 골프장에서 간혹 하거나 듣는 말 아닌가. “넌 입으로 골프를 치는구나!” 그러니까 골프를 입으로 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다만 이게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좋을 땐 좋지만, 나쁠 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입방정’이라는 듣기 좋은(?) 우리말 놔두고 ‘구찌 겐세이’라고 하는 것. ‘구찌’는 명품이지만 골프에서 구찌는 결코 명품이 아니다. 골프 치면서 이런 재미가 없다면 참기름 빠진 비빔밥 맛과 같다며 적극 입놀림을 장려하는 팀들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정도가 심해 언쟁이 오가고, 심지어는 나중에 클럽으로 볼을 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치는 일로 번진다.
워터 해저드 앞에서 쩔쩔 매는 동반자에게 “오늘 날씨가 덥네! 목욕탕에 들러야 하지 않을까?”라며 결국 퐁당을 유도. 티샷을 치려는 친구에게 산 쪽을 보며 “저쪽에 애인 묘가 있을 텐데, 성묘나 하러 가지”라면서 오비 유도. 도그레그 홀에서 알아서 치려는데 “똑바로 멀리 보내시면 오비랍니다!”라거나, 경사진 홀에서 “요 홀만 오면 꼭 슬라이스가 나더라” 하기.
퍼팅 라인에서 경사나 마운틴 블레이크를 이리저리 재고 있는데, 장갑 찍찍이 소리를 내는 것도 모자라 “요즘 나온 신형 퍼터는 거리가 많이 나더라구!” 또는 “캬아~ 프로들도 젤 부담 갖는 거리가 남았네” 해주기.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왕진오 기자